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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 지나도Park Hyatt Seoul
최종인 기자  |  hotell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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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1  14: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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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무 살, 2000년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미디어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10대 시절, 1990년대는 행복과 그리움, 분노와 절망 등 그 이미지가 뚜렷하다. 십 년이 더 지나면 기억마저 흐릿해진 2000년대 초반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의 ‘응답하라’ 시리즈나 1990년대 발라드 음악처럼,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할 무언가가 있을까. 이런 의문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방문한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나는 그나마 기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005년 오픈한 파크 하얏트 서울은 당시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웰빙’에 가장 적합한 모습을 하고 있다. 원목과 화강암,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객실의 공기마저 상쾌하게 바꾼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신축빌라의 원룸처럼,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작디작은 객실로 무장한 비즈니스호텔과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머무른 파크 디럭스 킹 룸은 16평, 가장 작은 파크 킹 룸의 경우 13평이나 된다. 층마다 객실은 총 10개. 거니는 복도마다 한국적인 소품들이 정갈히 놓여 있다. 2002년에는 애국을 외치는 게 조심스럽거나, 비웃음을 살 일이 아니었다. 노력을 하면 불가능도 가능케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가 없는 노력만큼이나 실용적이지 않는 디자인은 얼마나 공허한가. 다행히도 심플하고 모던한 가구 배치는 십 년이 지나도 전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객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는 바로 욕실이다. 객실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하는 욕실은 불규칙한 화강암과 단아한 백색의 욕조가 짝을 이룬다. 단순히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만이 전부가 아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제공하는 베스 솔트는 국내 소금 장인이 인공색소를 전혀 쓰지 않은, 천연재료로 만든 유자향이 깊은 제품이다. 호텔에 들어가기엔 제법 고가의 제품이나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욕실의 불을 모두 끈 뒤 욕조에 들어가 블라인드를 올리면 통창 밖으로 코엑스 일대의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중간중간 형광등 밝힌 빌딩 사이로 자동차의 불빛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십 년 전에도, 앞으로 십 년 후에도 변함없이 반복될 것 같은, 그런 테헤란로의 풍경이다.

여태까지 가본 호텔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 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나뿐만 아니라 호텔과 관련된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종종 받을 것이다. 한참을 고민한 뒤 어딘가를 콕 집어 말한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조건반사적으로 따라온다. 왜? 하지만 대답이 ‘파크 하얏트’ 서울일 때는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상대가 나의 취향이 어떤지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룻밤이 지나고 조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 코너스톤으로 향한다.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서는 23층의 피트니스센터나 24층의 로비로 한 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야 한다. 오픈 당시 1층 로비라는 공식을 깨고, 파크 하얏트 서울은 과감히 24층에 로비를 가져왔다. 왜 하필 로비를 고층에 올렸냐는 질문에 ‘호텔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를 스위트룸을 이용하는 특정 고객이 아니라, 파크 하얏트 서울을 찾는 모든 고객님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대답은 아직까지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코너스톤에 다다른다. 길게 늘어진 코너스톤의 오픈 키친 테이블에는 풍성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수제 햄과 치즈, 유기농 샐러드와 갓 구워낸 빵, 그리고 국과 밥, 계절 나물을 즐길 수 있는 한식까지. 계란요리와 한식 일품요리 등은 즉석 주문으로 테이블까지 서빙을 해준다. 직접 짠 주스와 커피까지 포함한 코너스톤의 조식은 투숙객 뿐만 아니라 주말 아침 식사를 위해 찾아 온 고객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실험적인 음식 프로모션으로도 유명했다. 자개함에 담아 나온 애프터눈 티세트. 싱싱한 채소를 얼음에 꽂아 화분처럼 내온 쌈 채소.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그러나 늘 새로운 음식을 고객에게 선보였다. 그랬다. 나의 2000년대 초반은 도전을 하고 사랑을 받았던 아름다운 날들이 있었다.

한낮의 창밖은 밤과는 다르다. 주말임에도 분주한 삼성동 거리는 금방 다시 2015년 현실의 바닥으로 나를 내려다 놓을 것이다.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호텔에 머물기 전에 만난 홍보담당자는 십 년이 넘은 호텔을 살짝 걱정하는 내색을 했다. 물론, 그녀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호텔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이 대신 말해주었다. 나는 뒤늦게 그녀의 본심에 대한 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이 지나서가 아니라 십년이 지나도 좋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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