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성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객실이다.
인간의 몸이 세포로 구성되듯 호텔은 객실들이 레고 블록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딸이 5살때 괌 하얏트를 가서 호텔이란 개념을 잘 모르고 새 집이라고 이해를 했어요. 나갔다 들어오면 깨끗한 냄새에 보송보송 깨끗한 린넨에 감동하며 우리 ‘집’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요. 집에 돌아간다고 했을 때 우리가 이사 가면 누가 들어 오냐고 너무 아쉬워하며 묻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또 올 거야 했더니 한참 있다 그럼 우리가 다시 오면 여기에 또 우리가 들어올 수 있냐며 진지하게 묻더라고요. 아이의 맘속엔 호텔 객실이 ‘우리 집’처럼 소중한 공간이었죠. 그 맘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나요.”

콘래드 서울 직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미모의 호텔리어 박정서(가명)님이 들려준 에피소드다.
호텔은 ‘집’이다. 월세, 전세는 물론 등기부 등본에 소유주로 등록된 자기 집이라도 결국은 인생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일 뿐이다. 호텔 객실도 그렇게 생각하면 마찬가지다. 조금 짧게 머물게 되는 ‘집’이다. ‘집’은 인격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누가 보고 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소중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위에 나온 다섯 살 어린아이만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객실을 사용하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일까?

일단 내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 호텔방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당황했다. 스위치를 어떻게 켜는지 몰라서. 2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무렵 호텔은 가정집과 작동 방법이 많이 달랐다. 지금은 물론 익숙하다. 잠은 물론 집에서 자야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낮선 객실이 ‘집’의 역할을 했던 날이 많았다. 익숙해진 만큼 나름 요령도 생겼다.
일단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객실의 위치가 다르다. 호텔 내부에서 시간대별로 스케줄이 있는 일정이라면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방을 달라고 요청한다. 동선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일출을 촬영해야 한다면 전망이 좋은 객실을 택한다. 전망 좋은 방은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투숙했을 때도 유용하다. 이럴 때는 당연히 복도 끝에 있는 객실이 좋다.
호텔이 ‘집’이라면 투숙은 ‘이사’와 비슷하고 보면 된다. 가장 먼저 객실 상태를 확인한다. 물은 잘 나오는지? 변기는 제대로 물이 내려가는지? 조명은 모두 들어오는지? 등등 어딘가 정상이 아닌 부분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빨리 문제를 발견했다면 객실을 아예 바꿔 달라 요구하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나서 짐을 풀어 놓는다. 옷을 꺼내서 가지런히 걸고 욕실 아이템은 욕실로, 귀중품은 금고에 넣는다. 트렁크 역시 옷장 속에 넣는다. 옷장 선반과 서랍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우산, 구두 닦는 천, 코트를 손질하는 솔, 다리미 등이 있으며 세탁물 넣는 비닐백과 일반적인 사이즈의 종이 쇼핑백이 보통 준비되어 있다. 여분의 베개와 담요도 선반 위를 찾아보면 있을 것이고 비상시에 사용할 소화기도 여기 들어있을 때가 많다. 점검은 인터넷 연결과 냉장고 작동여부를 살피면 보통 끝난다.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는 호텔이라면 여기에 한 가지 추가된다. 스마트 디바이스 체크다. 서울 신라호텔이나 콘래드 서울 같은 곳은 애플/안드로이드 기반의 퍼스널 기기와 연동 가능한 스마트 TV를 전 객실에 갖춰 놨다. 스마트 폰을 객실키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설치도 필수다. 여러 가지 안내사항이 소개되며 가끔은 앱 고객 전용 프로모션도 등장한다.
뭔가 복잡한 과정 같지만 사실 금방 끝난다. 그리고 투숙하는 동안 계속 정리 정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객실을 처음 상태로 유지하고 있으면 일단 방을 넓게 쓸 수 있다. 그리고 체크아웃 할 때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 객실에 갑자기 미모의 여성이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문을 열어 줄 수 있다. 또한, 혹시라도 잠을 자다가 돌연사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난장판이 되어있는 객실에 널브러진 나를 누군가 발견하는 것도 싫은 일이다.

위에 등장했던 박정서(가명)씨도 비슷한 의견을 들려줬다. 그는 ‘내가 지낼 공간 익숙해지기’가 가장 먼저라고 말했다. ‘룸 컴펜디움’을 숙지하여 업장정보를 파악(수영장 운영시간, 조식 시간, 룸서비스 메뉴 등)하고 콘센트 위치. 금고 사용법을 알아놔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지적이다. 어느 호텔이나 일종의 매뉴얼인 ‘룸 컨펜디움’이 탁자 위나 서랍 속에 있다. 모텔에도 근처 야식집 전화번호나 주차안내 등이 적힌 인쇄물이 탁자위에 있는데 같은 역할을 한다. 객실에는 룸 컨펜디움 말고도 각종 프로모션, 호텔 내부 공사장 작업시간 등을 적어놓은 인쇄물이 있는데 이것도 꼼꼼히 읽어두면 좋다. 나는 얼마 전 상하이 로열 르 메르디앙에 투숙했을 때도 이걸 꼼꼼하게 읽어서 투숙객에게 로비라운지에서 하루 한 잔 무료 음료를 서비스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한항공 승무원 매뉴얼처럼 비밀번호가 걸린 것도 아닌데 천천히 한 번 살펴보자.

반듯한 성품의 박정서씨는 짐을 완전히 풀어 놓은 뒤에 신발은 옷장 아래에 넣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야 하우스키핑 담당자가 청소를 할 때 투숙객의 물건을 건드리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자기 물건 건드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지성인이니까 환경 관련 이슈도 생각해야한다. 가장 쉬운 것이 베개의 사용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혼자 투숙한다면 5개의 베개 중 2개만 써도 된다. 침대 시트를 투숙기간 동안 계속 사용한다고 요청하거나 타올을 마구잡이로 쓰지 않는 것 역시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캔싱턴 제주호텔의 김연숙(가명) 과장 역시 정리정돈을 강조했다. 그는 “호텔 객실이 스위트가 아닌 이상 집보다 작기 때문에 트렁크가 널브러져 있으면 휴가를 떠나온 마음이 답답해진다”고 말하며 “두꺼운 옷, 구겨지면 안 되는 옷 위주로 옷장에 세팅하여 놓고, 숙박을 오래하는 경우라면 호텔의 서랍장에 다른 옷을 정리해두는 것도 좋다”는 조언을 해줬다.
객실 내 전화기는 인테리어 용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혹시, 깜박하고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걱정보단 전화를 하자.
특히 아이 용품(유아욕조, 젖병 소독기 등)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여행지라면 부담을 느끼지 말고 호텔에 미리 요청해 놓는다면 거의 모든 호텔에서 객실에 미리 비치해둔다.
호텔 객실 요금이 비싼 것은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객실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는데도 인내심을 앞세워 기나긴 밤을 보낸다면 본인만 손해다. 특급 호텔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사용하는 웬만한 물품들을 거의 빌려준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가습기 공기청정기, 난방기를 객실 예약시 미리 신청하면 이용 가능하다. 아기와 함께 투숙 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엔 아기침대 젖병소독기 베이비 스툴, 유모차가 있다. 웨스틴 키즈(장난감)도 예약 시 대여할 수 있다. 단 수량이 한정되어있어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다른 종류의 베개 신청도 가능하다. 웨스틴조선호텔의 자랑 헤븐리베드는 한국, 일본, 영국, 독일, 스웨덴 등 7개국 10가지 베개와 조합을 이루면 ‘7초 침대’의 편안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하얏트 호텔 & 리조트에서는 고객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물품들을 제공하는 ‘하얏트 해즈 잇’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안보영(가명) 지배인은 “여성 고객의 경우 휴대폰 충전기와 같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을 챙기지 못했을 때 남성 고객들에 비해 요청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다”라며 “하얏트 호텔&리조트는 고객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휴대폰 충전기, 고데기, 스팀 다리미, 요가매트, 클렌징 리무버 등의 필수품을 대여하거나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객실 바닥에 와인이나 라면국물, 커피 등을 쏟는 ‘대박사고’를 쳤다면 당황하지 말고 ‘샴푸맨’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호텔에는 'house person', ‘샴푸맨’, ‘카펫맨’ 등으로 불리는 직원이 있다. 이들은 하우스키핑 부서의 온갖 궂은일을 해결해 주는데 이들은 얼룩 제거에도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류미진(가명)씨가 말해주는 ‘대박사고’ 처리법은 아래와 같다.

객실 투숙 시 혹시 와인이나 음식을 흘리게 되면 알아서 처리하기 보다는 하우스키핑에 연락한다. 20분 이내로 마르기전에 바로 연락하는 것이 오점제거에 가장 효과적이다. 하우스키핑에 연락하면 샴푸맨이 와서 전문적인 방법으로 오점제거를 한다. 커피나 와인은 스프레이고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일반 오점일 경우는 샴푸세정제, 섬유제, 방치제, 전처리제 등 4~5개의 세정제를 섞어서 상황에 맞게 처리한다.

호텔 욕조 바깥에는 따로 배수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물이 넘치게 되면 문턱이 낮아 마루까지 스며든다. 걸레나 타올로 대충 닦으면 외면의 물기만 제거되고 바닥으로 흡수되는 물기는 제거되지 않는다. 이러면 마루가 썩고 악취나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또한 하우스키핑에 즉시 연락해서 전문가가 물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로 처리하는 것이 더 크게 생길 수 있는 기물파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객실 내 쓰레기통에 버리기 애매한 물건이 있다면 비닐 백에 넣어 출입문 쪽에 두면 된다. 누군가 볼까봐 걱정되는 물건(사용한 콘돔 따위?)를 변기에 버려 증거인멸을 시도하다가 자칫 대형 참사(변기가 막혀 넘치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기본적인 정리정돈은 투숙객 본인의 몫이지만 그 나머지는 ‘우렁각시’에게 맡기자. 외출 스케줄에 맞춰 우렁각시에게 전화를 하면 침대를 정리해주거나 방을 청소해주고 모자라는 타올과 어메니티를 채워준다. 저녁에 거품목욕을 즐기고 다음날 아침 깨끗한 욕조를 쓰고 싶다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기 전에 욕실 정비를부탁하면 된다.
호텔 객실을 빌려 소소한 모임을 즐긴다면 보통 객실당 2개 준비된 와인 잔을 추가로 요청하면 된다. 서울 신라호텔에 근무하는 나도현(가명)씨는 출장, 여행을 떠나 호텔에 머물 때면 미니바에 비치된 얼음 통을 가득 채워 달라 해서 항상 차가운 음료를 즐긴다.

객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물품 중 대표적인 것은 욕실 어메니티다. 국내 특급호텔에 공급되는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 로션, 비누 5종 세트의 가격은 대략 1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콘래드 서울 같은 호텔에서는 원하는 브랜드를 미리 선택 할 수도 있다. 어메니티를 추가로 받아서 집에 가져가고 싶다면 여러 가지 꼼수가 있지만 그냥 당당히 더 달라고 요청하면 메이드 직원이 두어 개쯤이라면 웃으면서 챙겨준다. 매거진 에디터 전안나(가명)씨는 마음에 드는 어메니티는 꼭 챙겨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뒤 해당 브랜드 매장을 찾아서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편이다.
치약과 칫솔, 면도기는 요즘은 기본 제공하는 것이 대세다. 만약 가져오지 않았다면 미니바에 있는 끔찍하게 비싼 칫솔이나 면도기 포장을 뜯기 전에 하우스키핑에 문의해 보자. 요청이 있어야 준비된 일회용품을 가져다주는 곳도 있다. 특히 면도기가 그렇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객실 이용 팁들은 많지만 가장 명심해야 하는 것은 내가 퇴실한 날에 객실을 예약한 다른 투숙객에 대한 배려다. 그리고 내가 썼던 방을 청소하는 메이드 직원의 표정도 한 번쯤은 상상해 보자.
당신이 끔찍하게 어질러 놓은 방을 보고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은 겪어보지 않은 분은 모를 것”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할지도 모른다.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