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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Lounge] #PaxEx: 에어버스 A380 단종, 초 럭셔리의 시대는 저무는가
이정윤  |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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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1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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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80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

지난 2월, 에어버스의 초대형기인 A380의 생산 중단이 발표되었다. 현존하는 가장 큰 2층 여객기로 국내 언론에서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너무 크다는 문제로 인해 판매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4월 기준 총 290대로 주문을 마감하게 되었다. 물론 생산 중단이 운항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길게는 20년 이상 여전히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다. 국적 항공사들도 대한항공이 10대, 아시아나항공이 6대를 각각 운용하고 있으며, 필자가 있는 이 곳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랫동안 날아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작별의 인사를 보내기에는 이르다.

   
▲ 대한항공 A380의 비즈니스 및 퍼스트 승객 전용 칵테일 바
   
▲ 대한항공 A380의 기내 면세점. 이코노미 승객도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PaxEx (Passenger Experience, 탑승객 경험)의 관점에서 A380의 생산 중단은 안 좋은 쪽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압도적으로 큰 사이즈로 인해 오직 A380에만 독특하게 존재할 수 있었던, 럭셔리를 넘어 ‘초 럭셔리’한 어메니티들이 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의 A380 퍼스트 클래스에는 기내에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에티하드항공의 A380에는 퍼스트를 넘어선, 개인 샤워 공간과 침실을 갖춘 ‘더 레지던스’라는 최상위 클래스가 있으며, 카타르항공의 A380에는 비즈니스, 퍼스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거대한 바(bar)가 있다. 대한항공 A380의 2층 뒤편에도 칵테일 바가 있고, 1층 뒤편에는 면세점도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이런 럭셔리한 시설은 없지만, 2층 앞에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A380 이후에는 이런 어메니티들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A380에 이러한 초 럭셔리 어메니티가 존재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A380과 함께 사라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결국 이런 시도들은 A380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좌석을 채우고도 한참 더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끝에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A380의 최대 좌석이 800석이나 된다는 기사들을 반복하지만 이것은 오로지 이코노미 단일 클래스로만 꽉꽉 채웠을 때의 이야기이고, 평균적으로는 480석 정도이다. 하지만 퍼스트 클래스와 여러 럭셔리 어메니티들을 탑재하고도 이렇게 많은 좌석이 나오는 것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일부 A380은 퍼스트 클래스가 없이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두 클래스만 운영하는데 무려 615석을 자랑한다. 이 기종에도 기내 대형 칵테일 바는 건재하기 때문에, 만약 이것마저 없애고 모두 이코노미로 채웠다면 700석에 육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항간에 떠도는 우려와 다르게, A380의 ‘효율성’, 즉 좌석수 대비 경제성(seat-mile economics) 내지는 CASK(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s, 1좌석을 1km 운송할 때의 비용)는 오히려 좋은 편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좌석 수가 다른 항공기들보다 워낙 많기 때문에, 아무리 기름을 많이 먹어도 1좌석당으로 보면 효율이 나쁘지 않은 것이다.

   
▲ 에미레이트항공 A380의 일등석 승객 전용 샤워 스파

그러나 좌석을 많이 탑재한다고 그만큼 승객들이 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그만큼 수요가 따라오지 않을 때는 항공권의 가격을 낮춰야 할 수도 있고, 이는 yield(승객 1인을 1km 운송할 때의 매출)와 최종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들은 이 거대한 비행기를 좌석으로 꽉꽉 채우기 보다는 차라리 프리미엄 클래스(비즈니스, 퍼스트) 좌석을 기존보다 큰 규모로 탑재하는 동시에 럭셔리한 어메니티를 도입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밀어붙여, 프리미엄 클래스 수요를 끌어오는 동시에 항공사의 전반적 이미지 상승도 도모했을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2층 전체가 비즈니스로 구성되어 있어 94석이나 되고 (단, 좌석 배열이 2-2-2열이고 모든 좌석에서 복도에 직접 접근할 수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항공기에서 일등석을 모두 없애고 비즈니스석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게 탑재한 아시아나항공도 A380에서 만큼은 퍼스트는 12석, 비즈니스는 66석을 유지하고 있다.

   
▲ 에티하드항공 A380의 ‘퍼스트 아파트먼트’ 좌석
   
▲ 에티하드항공 A380의 ‘더 로비’ 라운지
   
▲ 에티하드항공 A380 ‘더 레지던스’ 클래스의 침실

하지만 이렇게 공급을 줄여도 여전히 500석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항공사에게 여전히 부담이다. 좌석당 효율도 그만큼 로드팩터(탑승률)를 채울 수 있을 때나 높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300석밖에 수요가 없는 노선이라면 처음부터 더 작은 300석짜리 비행기를 운항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다. 그래서 전세계를 두바이 허브를 통해 연결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을 제외하면 A380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항공사나 노선은 별로 없고, 그래서 A380을 20대 이상 운용하는 항공사는(혼자만 100대가 넘는) 에미레이트항공을 제외하면 현재 한 곳도 없다. 한국은 잦은 운항 횟수가 필요하지 않고, 장거리 고수요 노선들(LA, 프랑크푸르트, 여름 뉴욕, 겨울 시드니)이 존재하기 때문에 A380이 적합한 시장이지만, 두 국적 항공사가 소화 가능한 대수는 여전히 적다. 그래서 A380의 운명은 결국 에미레이트에게 달려 있었고, 그 에미레이트가 추가 주문을 원치 않는 시점에서 생산 중단은 정해진 운명이었다.

   
▲ 카타르항공 A380의 비즈니스 및 퍼스트 승객 전용 칵테일 바

A380이 생산 중단된 현재 시점에서 주문할 수 있는 가장 큰 비행기는 보잉의 차세대기인 777-9X이지만 좌석수의 차이가 최대 200석에 육박하고, 에어버스의 경우는 777-9X보다도 더 작은 A350-1000이다.(그런 777-9X도 크다는 이유로 주문이 예상보다 저조한 마당이니 A380은 오죽하겠는가) 이런 항공기에는 A380과 같이 좌석을 채우고도 ‘남는 공간’이 없으므로, 럭셔리 어메니티들이 자리를 찾을 수 없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버진 애틀랜틱항공이 A350-1000에도 ‘더 로프트’라는 이름으로 기내 라운지 공간을 시도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에미레이트, 에티하드항공의 기내 샤워실이나 에티하드항공의 ‘더 레지던스’, 카타르항공의 대형 칵테일 바 등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더욱 아쉬운 점은 신기종에서 퍼스트 클래스 자체를 없애는 항공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항공은 A350-1000에 비즈니스 클래스까지만 탑재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퍼스트 클래스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는 루프트한자마저도 초기 도입분의 777-9X에서는 오직 비즈니스 클래스까지만 탑재한다.(후기 도입분은 미정이다.) 물론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워낙 고급화되어 과거의 퍼스트 클래스에 필적하기는 하지만, 이는 하드웨어적 측면이며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비즈니스와 퍼스트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A380과 함께 퍼스트마저 점점 사라져간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다행히 캐세이퍼시픽항공이나 영국항공 등은 777-9X에 일등석을 유지할 계획이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동 항공사들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등석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 버진애틀랜틱항공 A350의 '더 로프트' 라운지. A380 외에도 볼 수 있는 게 반갑다

아쉽다. A380이 지금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의 비행기에서 A380만큼의 럭셔리한 #PaxEx를 더 기대할 순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200여대의 A380은 더욱 소중하다. 앞으로 적어도 수 년, 어쩌면 2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중동 항공사들의 초 럭셔리 A380 퍼스트 클래스의 경험을 고대해 본다. 비행기에서의 샤워라니, 얼마나 짜릿할 것인가. 최소한 그 때까지 작별 인사는 미루기로 한다.

 

   
 

이정윤
블로그 ITS Tours! (http://its.tours) 운영자
모바일 IT와 관광 산업 분석이 취미인 심리학과 대학원생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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