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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Lounge] #PaxEx: 제트블루 민트 클래스 탑승기, LCC에게 배우는 탑승객 경험
이정윤  |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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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3  12: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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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항공사(Low-Cost Carrier, LCC. 혹은 저가 항공사)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분명 좋지만은 않다. 기존의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저렴한 항공 여행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기에 그만큼 좌석이 좁고 기내식, 수하물 등의 서비스가 제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저가의 이미지 탓인지, LCC의 항공기는 더 많이 흔들리고, 더 사고가 잦고, 더 위험하다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인식마저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항공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가격이기에, 나쁜 이미지와 낮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LCC들은 급격한 성장을 이룩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한국 LCC들의 서비스 저하는 심한 수준이 아니다. 비록 인구의 절반이 해외 여행을 떠나는 요즘도 한국인들에게 항공 여행은 어느 정도는 사치재로 인식이 되며 그만큼의 특별함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서비스를 절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예로 모든 LCC는 초특가 요금을 제외하면 무료 위탁 수하물을 여전히 제공하고, 한술 더 떠 대한항공의 형제 LCC인 진에어는 많은 노선에서 무료 기내식도 제공한다. 반면 유럽의 최대 LCC인 라이언에어(Ryanair)와 경쟁자인 이지젯(easyJet), ‘초저비용 항공사(ULCC)’라고 특별히 지칭될 정도인 미국의 스피릿(Spirit) 항공 등은 사실상 좌석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유료화했고, 좌석의 등받이는 아예 젖혀지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가능한 한 가격을 위해 모든 탑승객 경험(Passenger Experience, #PaxEx)을 깎아내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제트블루(jetBlue) 항공은 매우 독특하다.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한다는 LCC의 경영 철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항공 여행에 인간성을 되돌린다(Bringing the humanity back to air travel)’는 일견 과격한 슬로건에 걸맞게 탑승객 경험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한다. 일례로 제트블루는 LCC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유일하게 기내 와이파이를 전면 무료로 제공하는 혁신을 이룩한 항공사이다. 3대 FSC인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어디에도 이런 서비스는 없다. 그렇다고 싼 게 비지떡도 아니다. 오히려 현존 최고속의 위성 인터넷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인 ViaSat의 Ka-band 네트워크를 이용하며, 이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의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한 속도이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에는 분명 상당한 비용이 필요할 텐데, 제트블루는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다른 항공사들과 다르게 반드시 필요한 투자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더 나은 탑승객 경험을 위한 제트블루의 노력은 기존 FSC들보다도 더욱 높은 소비자 만족도(2018 ACSI)를 자랑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와 함께 제트블루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오늘 탑승기의 주제이기도 한 제트블루의 민트(Mint) 비즈니스 클래스이다. 일반적으로 LCC라고 하면 이코노미 단일 클래스로 좌석을 최대한 꽉꽉 채워 넣는 형태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제트블루는 2013년에 민트 클래스를 발표하며 그 상식을 뒤엎었다. 에어버스 A321 항공기에 180도로 젖혀지는 침대형 ‘풀 플랫’ 좌석을 탑재하고 이를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잇는 ‘대륙 횡단(transcontinental)’ 노선 및 일부 중거리 국제선에 투입함으로써 기존 FSC들과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방대한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려면 길게는 6시간이나 소요되기에, 프리미엄 상용 수요도 그만큼 강력하여 기존 FSC들도 풀 플랫 좌석을 일부 구간에 투입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대륙 횡단 노선에서는 그저 전후좌우가 조금 더 넓고 뒤로 조금 더 젖혀질 뿐인 일반 ‘리클라이너’ 좌석이 탑재되어 있다. 이런 시장에 제트블루는 풀 플랫 좌석을 전격 제공하며 뛰어든 것이다. LCC다운 편도 최저 $599라는 놀라운 가격과 함께.(현재는 일부 구간에서 $449까지도 내려갔다.) 민트가 기존 FSC들의 프리미엄 클래스 가격 보다 낮다는 정량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륙 횡단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민트 클래스의 경험을 위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JFK)에서 시애틀 타코마 공항(SEA) 구간을 포인트로 구입했고, 민트가 없는 구간인 워싱턴 덜레스 공항(IAD)에서 JFK까지는 제트블루의 이코노미 항공권을 따로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민트는 위탁 수하물을 2개까지 무료로 제공하지만 이코노미는 모두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짐이 많아 수하물 요금이 걱정되었으나, 제트블루의 고객 센터에 사정을 이야기하자 흔쾌히 워싱턴-뉴욕 구간도 수하물을 무료로 처리해 주었고, 수하물을 중간에 찾을 필요도 없이 시애틀까지 한 번에 연결되었다. 중간에 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는 분리 발권의 리스크를 감수했었고 하물며 무료 수하물은 바라지도 않았기에 더욱 놀라운 경험이었다. 기분 좋은 탑승객 경험은 탑승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민트의 주요한 단점 중 하나는 공항 라운지의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제트블루 자체 운영 라운지도 없고, 서드파티 라운지와 계약을 맺지도 않았다. 제트블루가 이용하는 JFK의 터미널5에는 흔히 ‘PP카드’라 불리는 Priority Pass로 이용 가능한 라운지도 없다. 터미널5는 넓고 쾌적한 편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일 뿐이다. 델타의 ‘델타 원’, 유나이티드의 ‘p.s.’와 같은 프리미엄 대륙 횡단 서비스에는 라운지가 제공되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워싱턴에서 뉴욕에 도착한 뒤, 어쩔 수 없이 게이트 근처에 앉아 시끄러운 주변을 애써 무시하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애틀행 항공편이 1시간 지연되었으나, 시애틀의 기상 악화 때문이라 제트블루에게 책임을 넘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항공기에 탑승한 순간 모든 불만은 씻은듯이 사라졌다. 푸른 무드 라이트가 은은히 비추는 기내는 매우 쾌적하게 유지되어 있었고, 좌석에는 두툼한 담요와 세련된 디자인의 Hayward 제 어메니티 키트가 승무원들이 손수 사인한 짧은 엽서와 함께 놓여 있었다. 넓고 편안한 좌석에 앉자 승무원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시그니처 칵테일을 권했다. 앞에 앉은 승객은 이전에 한 번 민트 클래스를 탑승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승무원은 이에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요?’ 하고 되물었다. 그야말로 최상의 캐주얼한 미국식 환대였다.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감동을 받았다.

   
   
 

민트 클래스의 좌석 배치는 2-2, 1-1열이 교차된 형태이다. 이 중 ‘민트 스위트’라고 불리는 1-1 배열의 4석(2A, 2F, 4A, 4F)은 특히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옆에 아무도 앉지 않는 것은 물론, 순항 도중에는 미닫이 문을 닫고 외부를 차단할 수도 있다.(위쪽은 개방되어 있다.) 이런 스위트는 미국 국내선에서는 민트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최고급 수준의 좌석이다. 국제선에서도 델타 원 스위트, 카타르항공 Qsuite 등의 최신 비즈니스석 혹은 아시아나항공 퍼스트 스위트, 대한항공 코스모 스위트 2.0 등의 일등석에서나 스위트 좌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449에 이런 좌석으로 대륙 횡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좌석 선택에 특별히 요금이 추가되지도 않고 오직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 임자이다. 다행히 4F 스위트 자리가 비어 있어 선택이 가능했다. 덕분에 비행 내내 문을 닫고 있을 수 있었다.

기내식은 다섯 가지 메뉴 중 세 가지를 고를 수 있다. 미트볼, 농어 구이, 땅콩 단호박 라비올리를 주문했다. 하나의 트레이에 각각의 그릇에 담겨 나온 음식의 프레젠테이션은 깔끔했다. 셋 모두 먹을 만했으나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애피타이저로 나온 비트 뿌리 후무스와 피타 칩이 대단히 훌륭해 리필을 받았다. 후식의 아이스크림도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좌석 앞의 개인 스크린으로 이용 가능한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구성은 알찼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의 최신 영화도 갖추고 있었다. DirecTV를 통해 실시간 TV 채널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화면 해상도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 무료로 제공되는 기내 인터넷으로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사용할 일이 없었다. 지난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기내 와이파이는 #PaxEx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젊은 층일수록 그 경향은 더욱 강하다. 이것을 비즈니스는 물론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전부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미국에서는 오로지 제트블루 뿐이다. ViaSat의 와이파이 서비스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실측 11Mbps를 꾸준히 유지했다. 어쩔 수 없이 느린 지연 속도를 제외하면 다운로드 속도는 초기 LTE의 실측 수준과 비슷하다. 지상에서의 속도와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JFK 터미널5
   
▲ jetBlue A321 항공기

6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가능한 한 빨리 내리고 싶은 비행이 있는가 하면, 비행기 기수를 돌려 다시 한 번 날았으면 하는 비행이 있다. 제트블루 민트 클래스는 분명 후자였다. 캐주얼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로 제공되는 맛있는 먹을거리를 즐기다가 적당히 프라이빗한 공간에 누워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비행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저 민트가 더 먼 거리를 날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항공편의 탑승객 경험은 단연 성공이다. #PaxEx의 측면에서 기존 FSC들이 LCC인 제트블루에게 배워야 할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으로도 제트블루의 혁신을 기대하며, 추구하는 ‘인간성의 회복’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정윤
블로그 ITS Tours! (http://its.tours) 운영자
모바일 IT와 관광 산업 분석이 취미인 심리학과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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