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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Lounge] #PaxEx: 기내 와이파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이정윤  |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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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7  10: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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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xEx: 기내 와이파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품을 꼽을 때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또는 무선 데이터)는 절대 빠질 수 없다. 오죽하면 요즘은 자기소개의 단골 주제인 무인도에 가져갈 것 세 가지를 뽑을 때도 이 둘은 꼭 들어가는 마당이니까. 특히 한국인들의 인터넷 사랑은 그야말로 굉장해서, 공항, 카페 등 흔히 와이파이를 기대하는 곳은 물론 길거리나 지하철까지도 와이파이와 무선 데이터망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특히 지하철 운행 도중에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도 매우 드물기에 한국에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지하철에서 문득 와이파이를 켜 보고 놀라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와이파이 및 무선 인터넷 속도는 항상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이는 스마트폰 및 인터넷 보급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한국이 확연히 뒤쳐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내 와이파이, 혹은 기내 연결성(In-Flight Connectivity, IFC)이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루프트한자 등 주요 외항사는 장거리 항공편에서 기내 와이파이를 100% 제공하고, 구글 플라이트에서는 항공편을 검색했을 때 와이파이 유무가 명시될 정도로 흔해진 기내 와이파이가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직 아시아나항공의 최신 항공기인 에어버스 A350 6대에만 기내 와이파이가 탑재되어 있다. 미래에 탑재가 확정된 항공기도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추가로 들여올 A350밖에 없다. 진에어와 대한항공 등의 일부 항공기에는 와이파이가 있지만 기내 엔터테인먼트 전용이며 외부망으로 연결되지 않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한국 국적기에는 와이파이가 없는데 오히려 한국에 취항하는 주요 외항사 항공기의 대부분에는 와이파이가 탑재되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앞으로도 몇 년간은 계속될 모양이다.

   
▲ 기내 와이파이 업체 Gogo사가 자사의 2Ku 서비스에 사용하는 ThinKom사의 안테나. 항공기 외부에 장착된다 (사진 제공: Gogo)

한국 국적사들이 기내 와이파이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이전에 기내 와이파이를 도입했다 실패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보잉이 야심차게 시작한 ‘Connexion by Boeing’(CBB)라는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2000년대 초반 도입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는 현대적인 스마트폰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고, 핸드헬드 기기는 일부 마니아층이나 특정 직업군만 사용하던 PDA가 고작이었으며, 결국 주 수요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봐야 하는 직장인 정도였다. 결국 이 서비스는 비싼 초기 투자비용과 충분치 않은 시장의 반응, 그리고 9.11 테러 참사의 여파로 인한 미국 항공사의 철수 등으로 고전하다가 결국 2006년 12월 3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기내 와이파이 도입을 한 번 실패한 이후 다시 도전하려는 결정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시장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CBB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 겨우 9일이 지난 2007년 1월 9일에는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아이폰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날 스마트폰의 개념을 뒤바꾼 혁신은 아이폰과 갤럭시를 필두로 시장을 급격히 확장시켜, 이제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세상을 만들었다. 카카오톡은 생활에 완전히 밀착하여 일상과 업무를 모두 담당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특히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을 넘어 지상파까지 잠식해 가는 막강한 매체가 되었다. 넷플릭스나 멜론 등을 통해 동영상이나 음악도 기기에 내려받지 않고 모두 스트리밍으로 해결하게 되었고. 비행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스마트 기기를 들고 탑승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100%에 가까워졌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이라면 둘 혹은 셋 이상의 기기를 들고 타는 비율도 높아졌다.

   
   
▲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델타항공, 제트블루항공의 항공기에는 안테나를 내장한 둥글고 납작한 형태의 레이돔(radome)이 탑재되어 있다

이런 세상에서 길게는 17시간이나 인터넷과 단절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기에, 기내 와이파이의 수요가 왜 급증했는지는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다. 실제로 기내 와이파이 제공 업체인 Gogo의 글로벌 트래블러 리포트에 따르면 이제 소비자들은 좌석 앞 스크린 등을 제치고 모든 엔터테인먼트 옵션 중 기내 와이파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PaxEx(Passenger experience, 탑승객 경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48%의 여행자들은 한 술 더 떠서 기존에 선호하던 항공사에 와이파이가 없다면 다른 항공사를 타겠다고 밝혔다. 젊은 소비자층이 기내 연결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비중은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기존 인터넷이 너무나도 빠르다는 점이다. 지상에서의 속도를 기대했다가 기내의 답답한 속도를 경험하면 누구도 쓰지 않을 것이며, 되려 컴플레인만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 덕분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작년까지도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없을 것”(17/06/23 시사오늘)이라고 언론에 밝혔었다.

 

대한항공이 이렇게 말할 수 있던 이유는, 기내 와이파이의 속도가 한동안은 정말로 느렸기 때문이다. ANA항공이나 싱가포르항공 등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SITA의 OnAir 기내 와이파이는 위성 통신 사업자 Inmarsat의 L밴드 SwiftBroadBand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비행기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상 대역폭이 864kbps에 불과하다. 2017년 한국의 LTE 실측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33Mbps였으므로, 이론상 제공 가능한 속도가 개별 기기의 실측 속도보다도 무려 158배나 느린 것이다. 그런 속도를 사용자 수 별로 더욱 쪼개야 하므로, 실제로 이용해 보면 사진을 보거나 업로드하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야 하고, 카카오톡 등의 단순 텍스트 메시징 조차도 오래 걸린다. 무선 통신사 3사가 경쟁하듯 LTE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린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런 속도의 기내 와이파이를 경험하면 컴플레인과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고 실패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기내 인터넷 기술도 일취월장을 거듭하였다. 짐벌을 비롯한 복잡한 기계적 부품은 단순한 형태로 대체되었고, 외부에 돌출된 안테나는 소형화 및 최적화가 이루어져 비행 성능의 저하를 경감시켰으며, 무엇보다 고처리량 위성(High-Throughput Satellite, HTS)이 등장하면서 가장 중요한 전송 속도가 압도적으로 향상되었다. 2013년경부터 등장한 최신 기내 인터넷 서비스인 ViaSat, Gogo 2Ku, Inmarsat GX 등은 모두 HTS를 활용하며 10Mbps 이상의 실측 다운로드 속도를 자랑한다. 물론 5G의 상용화를 눈앞에 둔 지상의 속도에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LTE가 처음 도입되던 시절의 지상 서비스와 비교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은 충분히 가능하게 되었다. 대한항공이 우려하던 느린 속도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된 것이다.(단, 위성 인터넷의 한계로 지연 속도는 여전히 느리므로 실시간 게임 등은 어렵다.) 아무리 전송 속도가 느려도 기존의 OnAir를 교체하지 않고 유지하는 곳들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신규 서비스로 도입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이런 세상이 왔는데도 대한항공은 기내 와이파이를 아직도 제공하지 않으며 시대에 뒤쳐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까지는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였지만, 2017년 도입한 A350에 파나소닉의 기내 와이파이를 탑재하면서 비록 세계적으론 뒤쳐졌어도 한국에서는 오히려 선구자가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와이파이가 필요 없다던 대한항공은 올해 초부터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때문인지 언론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해진 노선에서 둘 이상의 항공사가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는 조인트 벤처는 운임 및 스케줄의 공동 조율과 더불어 서비스 수준을 서로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필요한데, 델타항공은 모든 장거리 항공편에서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신문(12/10/18)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에 드디어 기내 와이파이를 도입하며, 기내 와이파이가 탑재된 신형 항공기의 도입과 기존 항공기의 레트로핏(retrofit, 기존에 없던 기능을 새로 추가하거나 존재하던 기능을 개선하는 것)을 통한 탑재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만약 델타항공이 사용하는 Gogo의 2Ku 솔루션을 도입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파나소닉 IFC에 비해서 더욱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 도입을 시작하더라도 대다수의 항공기에 탑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당장 내년에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항공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도입 속도는 전적으로 대한항공의 의지에 달려 있다.

   
   
▲ 아시아나항공의 최신 에어버스 A350 항공기에는 기내 와이파이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기내 와이파이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풀 서비스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외국에서는 다양한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들이 기내 와이파이를 도입했다. 특히 미국의 제트블루(jetBlue)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기내 와이파이 제공 업체인 ViaSat을 이용하는 Fly-Fi 서비스를 자사의 모든 항공편에 무료로 도입하는 일대 혁신을 이룩했다. 기내 와이파이의 전면 무료화는 FSC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JAL, ANA, 콴타스 등도 국내선 한정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싱가포르의 스쿠트(Scoot), 독일의 유로윙스(Eurowings) 등의 LCC가 유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 국적 FSC의 와이파이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이나 이스타항공 등의 국적 LCC가 기내 와이파이의 전면적 도입으로 마케팅 및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LCC에서도 여전히 도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국적 항공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기내 와이파이 도입은 숙명이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에는 와이파이가 탑재되지 않은 항공기가 거의 없고, 캐세이퍼시픽, 에어프랑스, 콴타스 등 와이파이를 오랫동안 도입하지 않았던 항공사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와이파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내 와이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왔다. 한국 국적사들은 CBB라는 흑역사를 뒤로 하고 대세에 동참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A350만이 아닌 기종 전반으로 와이파이를 확대해야 하고, 대한항공은 도입을 확정한 이상 최대한 빨리 실천해야 하며, LCC들은 누구라도 먼저 나서야 한다. 이들이 주춤하고 있을 때, 다른 항공사들은 기내 와이파이의 완전 무료화라는 다음 세상으로 이미 나아가고 있다. 개그맨 박명수씨의 어록을 새겨들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은 겁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이정윤
블로그 ITS Tours! (http://its.tours) 운영자
모바일 IT와 관광 산업 분석이 취미인 심리학과 대학원생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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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씨 어록에서 확 깨네요
(2019-01-24 1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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