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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Real _ Season 2] 홍캉스족은 누구인가?
전경우  |  eee0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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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4  07: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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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호캉스’는 여름장사다. 부산이나 제주의 호텔과 비슷한 패턴이 서울 도심 호텔에서 반복되는 모습이다. 야외 수영장이 있는 호텔은 물론이고 실내 수영장만 있거나, 아예 수영장이 없는 호텔도 올해 여름은 장사가 잘됐다.

호캉스 열기가 한풀 꺾인 지난 10월, 홍콩에서는 호텔이 밀집된 지역마다 한국 사람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최근 홍콩에서 한국사람 찾기는 명동에서 중국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다. 10월 홍콩 호텔은 비싸기로 유명한데 왜 여기 왔을까? 10월 홍콩 5성급 호텔의 ADR은 5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 돈이면 우리나라, 서울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잡고 충분히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돈이다. 왜 그들은 홍콩에 갔을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누가 홍콩에 가는가? 홍콩에 자주 간다는 지인들을 떠올려 보면 20대 후반~30대 중반 여자가 압도적이다. 그 다음은 20~40대의 미식 취향이 있는 남자다. 어린 자녀 손을 잡고 물놀이 용품을 챙겨 떠나는 호캉스라면 국내 호텔이 가장 편하겠고, 그 다음은 괌, 필리핀 세부, 베트남 다낭이 먼저 떠오른다. 방콕도 비슷한 수요가 많다. 홍콩은 가족 취향 보다는 성인 취향에 가깝다.

왜 홍콩일까? 홍콩을 ‘별로’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덥고’, ‘습하고’, ‘지저분한’ 곳이 홍콩이라 말한다. ‘동남아’라고 퉁쳐서 말하는 지역, 단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그 자체다. 하지만, 홍콩의 마성에 푹 빠져 이른바, ‘프로홍콩러’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홍콩은 ‘동남아’의 범주에서 벗어난 도시다. 뉴욕은 미국에 있지만, 미국과는 다르고, 을지로나 망원동은 ‘강북’과 별개의 개념인 것과 비슷하다. 유구한 역사를 따지면 서울이 훨씬 오래됐지만, 홍콩에는 서울에 없는 ‘돈줄기’가 면면히 흐른다. 근대와 현대를 거치는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최근까지도 돈을 따라 사람이 쏟아져 들어왔고, 돈 가진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여러 요소가 일찍 발달해 도시는 고도화를 이뤘다. 홍콩을 안내하는 팜플릿이나 가이드북 등을 보면 마천루로 이뤄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표지의 메인을 장식한다. 뉴욕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을 소개하는 광고나, 웹사이트, 인쇄물을 보자. 고궁이나 남산 N 타워, 한강과 함께 명동과 홍대 거리, K팝 스타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백화점처럼 덕지덕지 붙여 놨다 보통이다. 도시 자체의 하드웨어만 놓고 봤을 때, 건축물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약하다는 뜻이다.

홍콩은 포토제닉하다. 대충 찍어도 그냥 작품이며 화보가 된다. 간판과 이정표, 벽의 디테일, 건물의 외관과 창문, 길거리에 다니는 트램과 택시까지 모든 것이 홍콩의 ‘갬성’을 받쳐준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빼곡한 빌딩숲 역시 뭔가의 질서가 있고 일단 찍으면 멋지다. 우리는 어떨까? 서울은 무척 사랑스러운 도시지만, 아쉽게도 무척 못 생겼다. 그리고 점점 못생긴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호텔의 창문은 대부분 열리지 않는다. 바깥으로 보이는 풍광도 대부분 한숨만 나오는 그림이다.

   
   
 

호캉스족은 호텔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변에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하버시티 등 홍콩의 주요 관광지와 쇼핑 지역, 맛집은 유명 호텔과 가깝다. 쇼핑하는 동선 중간에 호텔이 있다면 객실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척 편하다. 시간이 가장 소중한 가치인 도시 여행자에게 홍콩은 ‘그뤠잇’이지만, 서울은 여러모로 ‘스투핏’한 조건이다. 홍콩의 호텔은 도심에 밀집돼 있지만, 서울의 주요 호텔은 도심에 일부 존재하고 외곽을 따라 포진해 있다. 홍콩은 뉴욕처럼 수직으로 세워진 도시다. 수평으로 펼쳐진 서울에 비해 이동 거리가 짧아 체력 소모가 덜하다.

   
 

홍콩에 가는 중요한 이유는 미식의 즐거움이다. 여기서도 경쟁력은 서울과 차이가 난다. 홍콩이 받은 미쉐린 별의 숫자는 86개, 미국 뉴욕에 이어 6위다. 서울은 별 32개로 세계 12위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등 다른 평가에서도 홍콩은 서울을 훨씬 앞선다. 물론, 서울에도 훌륭한 레스토랑이 많고, 도시 구석구석을 탈탈 털어 보면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즐길 수 있지만 도심에서의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비슷비슷한 프랜차이즈 업장들이 난립해 있는 것도 미식 관련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큰 요인이다.

이른바 ‘노포’라고 불리는 오래된 식당은 서울보다 홍콩이 훨씬 많다. 란퐁유엔, 신흥유엔같은 ‘차찬텡(차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식당)’에서 3테이블 중 하나는 한국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1926년 문을 열었다는 오래된 얌차집 린흥티하우스(蓮香樓)에 가봐도 ‘대박~’, ‘맛있다’ 같은 우리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예전에는 도심 주변 맛집에 몰리던 한국 사람들은 이제 홍콩 로컬들의 영역인 삼수이포 같은 지역까지 진출해 미식 탐험에 나서고 있다.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미식 축제도 서울에 없는 부러운 모습이다. 10월 ‘와인 & 다인 페스티벌(HKTB Wine & Dine Festival)’이 열릴 무렵이면 인천발 홍콩행 비행기는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온갖 나라에서 가져온 와인들이 하버프런트 드넓은 광장을 가득 채우고 도시 전체가 와인으로 취한다. 홍콩은 지난 2008년 알코올 30도 이하의 술에 주세를 없앤 이후 전 세계 와인애호가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11월에는 16곳의 미쉐린 레스토랑이 참여하는 ‘그레이트 노벰버 축제’가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로 펼쳐지는 ‘먹방’ 축제는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페스티벌’ 정도가 유일하며, 서울에는 비슷한 행사가 없다.

   
 

그냥 호텔 자체만 놓고 봐도 서울은 홍콩보다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도 호텔 많다고? 홍콩의 이름난 호텔은 서울에 없는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일단, 서울의 호텔들은 헤리티지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100년 넘었다는 조선호텔에 가보면 그 역사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없다는 방증이다. 반면, 홍콩의 페닌슐라, 만다린 오리엔탈은 존재 자체로 홍콩을 상징한다. 최근 오픈한 부티크 호텔 더 플래닝 홍콩은 스타페리를 모티브로 삼았다. 홍콩에는 아기자기한 사이즈의 부티크 호텔들이 즐비하며, 서울보다 훨씬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호텔을 고르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탁 트인 개방감을 즐기는 루프톱 역시 홍콩이 서울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요소다. 겨울이 긴 우리나라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에 방문했던 호텔은 샹그릴라의 새로운 브랜드 케리호텔이다. 3년 차에 접어드는 신생 호텔이며, 루프톱 라운지와 야외 수영장만 보고 호텔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호텔 4층 야외 풀에서 바다 건너 홍콩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호텔 이외에도 ‘전지현 호텔’로 유명해진 하버 그랜드 호텔 등등 야외 수영장이 유명한 호텔에는 일 년 내내 한국인 투숙객이 몰린다. 118층 높이의 리츠칼튼 호텔 오존바에도 한국 손님들이 많다. 비슷한 높이의 수영장은 투숙객 전용이지만 바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전경우
호텔아비아 인사이더
스포츠월드 기자
전 한국 중앙일간지 여행기자협회 회장
eee0eee@naver.com
인스타그램/페이스북 @kyoungwo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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