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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Real] 호텔 바 춘추전국시대
전경우  |  eee0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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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0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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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위스키 등을 파는 바는 최근 신규 호텔에 꼭 집어넣는 업장으로 자리 잡았다. 식음업장확충에 인색한 최근 트렌드에서 바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된다. 국내 호텔업계에 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활활 불이 붙은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무거워 보일 수 있는 5성급 호텔에서 가장 트렌디한 공간으로 포지셔닝된 특별한 바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일단 바를 만들고 보는 것, 요즘 생기는 호텔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이는 식음 업장이 아예 없는 세그먼트를 제외한 모든 클래스 호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롯데의 L7은 명동, 강남, 홍대에 모두 루프탑 바를 ‘기본 사양’ 처럼 탑재 했고, 최상위 브랜드 시그니엘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바를 만들었다. 서교호텔이 전면 개보수를 거쳐 오픈하는 RYSE 오토그라프 컬렉션에는 청담동의 강자 르챔버가 입점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럭셔리 부티끄 호텔 역시 바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풍문이 파다하다. 런던, 아니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바텐더 콤비인 알렉스&시모네가 신세계와 함께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돈다.

최근 상황을 보면 호텔 바가 르네상스를 맞아 전체적으로 후끈 달아오른 모습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옛 W서울 호텔의 우바 처럼 호텔의 얼굴 역할을 하거나, 개별 업장 단위 매출이 ‘효자’ 노릇을 하는 호텔 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고 수준의 화려한 인테리어, 황홀한 전망에 전문 인력까지 모두 갖췄는데 왜 안될까?

안 되는 업장을 지적질 하는 것 보다, 흥하고 있는 업장을 분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최근 가장 핫한 호텔 바는 두 곳이다. 먼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찰스H를 보자. 호텔 오픈과 함께 연일 만석에 주말이면 장시간 웨이팅을 불사해야 하는 이 바는 흔히 말하는 ‘오픈빨’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잘된다.

찰스H라는 작가는 이미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글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바에는 작가의 현신 같은 바텐더들이 존재한다.

지금 이 바를 책임지고 있는 로렌조 안티노리 바텐더 역시 작가가 남긴 유산을 계승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빙의’에 가까울 정도의 몰입도를 보여준다. 로렌조 바텐더는 찰스H가 갖고 있는, 그리고 추구하는 경쟁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바 시스템’이라 답했다. 그는 런던 사보이 호텔 아메리칸 바 출신의 초일류 바텐더지만 로렌조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 보다는 찰스H 업장 자체가 갖고 있는 유명세와 존재감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다. 로렌조 바텐더가 말하는 ‘바 시스템’은 다음 세대의 헤드 바텐더가 바를 이끌어도 그 동안 업장이 쌓아 올린 시스템의 힘으로 더 나은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맨유나 첼시, FC바르셀로나 같은 강팀은 감독이 바뀐다고, 주요 선수가 세대교체가 된다고 해서 순위가 요동치는 일이 드물다. 다른 분야에서도 시스템을 탄탄하게 다져온 조직은 내부의 위기나 외부의 변수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나다.

건물을 100층 이상 올리려면 코어를 담당하는 구조체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연결하고 지탱하는 원동력은 바에도 있다. 업장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 것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노력과 기술, 그리고 전체적인 기준과 지향점을 좁혀 계승하려는 노력을 구성원 모두 얼마나 치열하게 했는지가 결국 바의 성패를 가른다.

두 번째 살펴볼 업장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바&라운지다. 지난해 오픈한 이 곳은 예상 매출 목표를 훌쩍 뛰어 넘으며 호텔의 알짜 업장으로 확실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바를 이끄는 김대욱 헤드바텐더는 호텔과 청담동 바 양쪽을 아우르는 특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동네 단골손님 위주가 아니라 매일 매일 변수가 많은 도심 5성호텔의 특수성과 청담동, 한남동의 까다로운 칵테일 애호가들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남다른 경험치가 김대욱 바텐더의 힘이다. 작은 규모의 업장과 전혀 다른 대기업 내부 생태계에도 이미 적응돼 있다는 것도 다른 바텐더들이 갖추지 못한 부분이다.

‘조선의 바’가 흥하는 이유에 대해 바 업계 관계자는 “외부 업장들이 갖지 못하는 푸드 메뉴 구성과 퀄리티 등 호텔만의 경쟁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레노베이션 과정을 거쳐 바가 가져야 하는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해 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손님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 바로 이 탁월한 밸런스다. 모든 부분에서 B+ 이상을 유지하는 이상적인 업장이 바로 ‘조선의 바’다.

   
 

가장 안타까운 공간, 반대로 말하면 가장 큰 포텐셜을 품고 있는 곳은 ‘신라의 바’ 다. 서울 신라호텔의 더 라이브러리는 ‘넘사벽’ 수준의 위스키 컬렉션과 국내 최고 수준의 고객층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술을 즐기는 공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실패했다. 그냥 둬도 장사가 되는 업장이라 특정한 방향성을 정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칵테일 메이킹을 전담하는 바텐더를 양성하는 것에 비해 애플망고 빙수와 와플을 파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멋진 바가 신라호텔에 생길 것 같다는 이야기는 바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술안주 거리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의 꿈을 가장 먼저 이룬 곳 역시 신라호텔이기 때문이다.

전경우(스포츠월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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