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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Real] 재떨이는 어디에?
전경우  |  eee0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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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8  17: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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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연기를 마시는 것을 즐긴 역사는 무척 오래됐지만, 담배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5세기 무렵이다. 담배가 한반도에 퍼지기 시작한 조선시대 중기 이후 수 백 년 동안 흡연은 성인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였다. 안방에서도 담배를 피웠고 버스,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도 흡연은 제법 오랜 기간 허용됐다. 프라이빗한 공간인 호텔 객실에 재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로비와 복도, 레스토랑과 라운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국내 호텔에서 요즘 가장 찾기 어려운 물건이 재떨이다. 거의 모든 호텔이 전객실 금연을 고수하고 있고 아예 건물 자체를 금연건물로 운영해 건물 외부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호텔도 있다. 실내 공간에서 흡연권을 박탈당한 흡연자들은 로비 앞쪽에 있기 마련이던 흡연 공간을 이용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호텔을 벗어나 공공도로변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 보지만 거리 전체가 금연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버티고 있으면 결국 건물과 건물 사이 뒷골목 후미진 곳을 찾아 나선다. 도시의 가장 어두운 지점, 길고양이가 점령하고 있던 어두운 구석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있는 사람은 바로 맞은편 럭셔리 호텔 투숙객이다.

서울 시내 호텔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졌다. 서울 도심권에 있는 호텔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에는 26만 곳의 금연구역이 존재하지만 흡연 전용 시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조사된 ‘거리 흡연시설 설치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총 38개의 흡연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게 전부다. KT&G는 흡연부스를 필요로 하는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내부 검토를 거쳐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36개 흡연 부스가 설치되는데 그쳤다.

   
▲ 1980년대 뉴욕의 금연광고

금연 호텔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나마 흡연에 관대한 호텔은 라스베가스와 마카오의 카지노 호텔, 중국과 일본의 호텔들인데 이들도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연 광풍이 호텔업계를 삼켜 버렸지만 고객의 20~30%가 흡연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객실 내부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과 실랑이는 일상다반사로 벌어졌는데, 초기에는 고객에게 삼가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벌금을 실제로는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얄짤 없다. 체크인 때 오픈한 신용 카드를 통해 200~300달러의 벌금을 칼같이 받는다.

VIP가 투숙했거나 특별한 상황에서 흡연을 요구하는 케이스도 종종 발생했다. 레전드급 록스타 폴 메카트니는 내한 공연 숙소를 고를 때 흡연을 위한 테라스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다. 당시 그가 서울에서 고른 호텔은 르네상스 서울이었다. 알파고와 격돌했던 이세돌 역시 애연가였다. 당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이세돌이 대국 중간 휴식 시간 흡연을 원하자 야외 테라스 공간에 ‘인류 대표’를 위한 재떨이를 마련해 줬다.

담배의 해악을 내세워 금연을 주장하는 움직임은 말보로의 나라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시작된 미국의 금연 캠페인은 1970년대 국내에 전파되기 시작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한다. 올림픽은 흡연자와 상극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과 호텔 로비, 역, 공항 등에서 원칙적으로 금연을 실시하고 악질적 위반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간접흡연 방지 대책 초안을 마련해 곧 시행이 예정돼 있다.

국내 호텔 업계에 금연 객실이 등장한 것은 1986년 4월 개보수를 마친 서울 신라호텔이 15층 27개 객실을 금연실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지금은 ‘흡연 객실’을 찾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호텔에 ‘금연실’이 있다는 것이 뉴스가 될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더 플라자, 밀레니엄 서울힐튼 등 시내 거의 모든 특급호텔들은 올림픽을 전후해 금연 객실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를 거치며 호텔업계의 금연 구역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개관당시 금연객실을 따로 두지 않은 채 18층 라운지를 금연구역으로 운용해오던 하얏트 호텔은 금연객실을 찾는 투숙객들이 늘어나자 1990년 9월부터 18층 전체 객실을 금연실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금연층을 늘려 나갔다.1990년대로 접어들며 금연 열풍은 더욱 거세져 항공기와 기차 등의 운송수단에서 흡연이 금지되기 시작한다. 새마을호는 1992년, 무궁화호는 1993년 이전까지 흡연이 가능했다. 비행기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된 시기는 1996년 7월로 지금부터 약 20년 전이다.

16, 17, 18층을 금연실로 운용해왔던 인터컨티넨탈호텔은 1991년 클럽 인터컨티넨탈층을 새로 꾸미면서 클럽 인터컨티넨탈층으로 사용될 6개층 중 2개층을 금연층으로 운영하기 시작한다.

1996년은 국민건강진흥법이 발효된 해다. 이 법의 골자는 대규모 사무용빌딩과 공연장, 학원, 관광숙박업소 등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 지정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건물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국내에 객실 내 전면 금연을 처음 시행한 호텔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다. 2012년 3월부터 흡연실로 운영하고 있는 68개 객실을 금연실로 바꿔 운영하기 시작해 조선호텔 객실에서 재떨이는 사라졌지만 로비라운지와 일부 업장에서 흡연은 가능했다. 모든 업장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된 것은 그해 연말 국민건강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다.

2012년 연말 시행된 일명 ‘금연법’의 파장은 강력했다. 특히 술을 파는 업장들에서 컴플레인이 이어졌고 급격한 고객 감소로 이어졌다. 비즈니스 미팅이 많은 시내 특급호텔 업장들의 특성상 담배를 피우러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당시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조치였다.

그 무렵 롯데호텔 서울 피에르 바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가며 나눴던 대화가 기억난다. 술집에 담배를 피울 수 없는 뉴욕에 살고 있던 지인이 동행 했는데 그는 “결국 다 익숙해 질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결국 그대로 됐다. 술을 마시다 단체로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문화는 순식간에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국내 호텔에서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J.J.마호니즈와 핼리콘이 유일한데 이 업장들은 일반 음식점이나 주점이 아닌 유흥주점 면허를 갖고 있다.

2013년 이후 호텔 실내에서 금연은 당연시 됐다. 새로 개장하는 호텔들은 강화된 금연 정책을 들고 나왔고 로비 앞이나 주차장 한 켠에 있던 재떨이도 어느새 사라지기 시작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같은 곳은 호텔 주변 어디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면 길 건너 청계천변 좁은 인도에서 피우라고 안내한다.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참 난감하다.

   
 

2017년 하반기 현재 객실에서 흡연이 가능한 특급호텔은 손에 꼽을 정도다. 얼마 전까지 흡연객실을 운영하던 롯데호텔 서울은 현재 전객실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이 일부 객실에서 흡연을 허용하고 있고 KT&G가 소유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이 흡연 객실을 운영한다. 5층 객실 전체에서 흡연이 가능하며 총 27개의 룸이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은 2층과 3층, 최고층인 22층에 럭셔리한 분위기의 흡연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한다. 대부분 실내 흡연실의 공조 시스템은 순환 구조 시스템이 일반적인데, 전량 배기하는 시스템이라 흡연 후에도 쾌적함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담배를 피우기 가장 어려운 호텔은 파크 하얏트 서울이나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처럼 로비가 꼭대기에 있는 구조다. 객실에서 로비로 올라와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이나 제주 등에 있는 리조트형 호텔은 테라스가 있는 곳이 많은데 이 테라스도 사실 금연구역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흡연자들은 여기서 담배를 피운다. 다행이 아파트처럼 위층으로 올라가는 담배 연기에 항의하는 케이스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흡연자에게 어울리는 숙소는 결국 모텔로 귀결된다. 일반숙박업은 관련 법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텔에서도 재떨이가 사라지는 추세다.

이 모든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다면 VVIP가 되거나 담배를 끊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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