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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칼럼] 호텔리어 그리고 최저임금
김인진  |  lee2062x@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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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1  09: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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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소득불평등이 해소되고 저임 가구의 기본생활권이 보장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며 환영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기업체의 경영난을 악화시키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며 극렬 반대한다. 논란은 뜨겁게 달궈지고 있지만 이미 예상되었던 양상이며,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어쨌거나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으로 결정됐다.

필자는 꽤 과격한 가치관의 소유자다. 국가 경제의 건전한 성장발전을 위해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호텔리어에 대한 임금 처우는 그야말로 ‘안습’ 수준이었고, IMF 이후 고용유연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파격적으로 도입되었던 도급이나 파견 등 용역서비스에 대한 대가 역시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언론에서 떠벌리는 ‘소득불평등 완화’니 ‘소비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이니 하는 거창한 슬로건을 빌려 올 필요도 없다. 호텔리어에 대한 처우는 입에 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며, 투자대비 수익률, 소위 ‘가성비’를 따지면 아마도 최악 수준의 직종일터이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번듯한 외양에, 억대 비용을 투자해 유학을 다녀오고, 2~3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읊어대도 호텔에 입사하면 대개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도는 연봉을 받게 된다.

 

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고, 과격한 진보주의자인 필자도 예상외의 인상률에 반색했다.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그 파급을 하나씩 따져보고 있자니 필자의 생각은 곧 보수적으로 변절하고 만다.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찬반을 떠나 노동집약적인 호텔산업에 미치는 파급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 수준에 가깝던 호텔리어에 대한 임금 처우가 크게 개선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공급 폭증에, 메르스니 사드 등 연이은 악재로 가뜩이나 빨간불을 켜고 있던 호텔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빚으로 쌓아 올려 우후죽순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비즈니스호텔들의 생존성은 촌각을 다툴 것이다.

새로운 최저임금을 적용한 최저 월급여는 157만원 남짓이다. 이와 함께,

 

- 초과근로수당 (OT)이나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뿐만 아니라 퇴직급여나 회사가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모든 임금 항목이 오르게 된다.

- 더 심각해 보이는 부분은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아왔던 기존 호텔리어에 대한 문제이다. 이들의 급여 역시 최소한 157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할뿐더러, 임금 역전을 방치할 수 없으므로 직급 또는 근속구간 별 기본급도 연쇄적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 아울러, 청소, 객실, 시설영선, 경비, 런드리 등 최저임금에 기반해 책정되던 용역서비스의 대가 역시 덩달아 올라야 한다.

- 고용 규모가 크게 확대된 아르바이트 역시 그 영향권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렇지 않아도 깊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국내 호텔산업에겐 마치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특히, 호텔리어의 급여수준이 낮고, 대부분의 서비스를 용역화한 중소형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파급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비용 증가를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는 덩치 큰 호텔이라면 모를까 최근 들어선 신규 중소형 호텔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해 보일 정도이다.

 

이를 완충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기나 할까?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미 갑론을박 말들이 난잡하다. 15달러를 향해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나가고 있는 미국 시애틀의 경우도 더러 회자되지만 미국에서조차 찬반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우리에겐 부질없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이미 결정된 일이며 그것이 호텔산업에 끼칠 파급은 명징하다. 지금은 그 파급을 완충할 수 있는 수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줄이거나 안 뽑는 것 외 더 뾰족한 대안이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낮추지 않는다는 미국의 보고서를 스쳐본 적이 있지만 딴 동네 얘기일 뿐이다. 노동집약적이고 인당 생산성이 바닥을 기고 있는 호텔산업은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 옳다.

인원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을 쥐어 짜낼 수 있는 방법들이 먼저 테이블에 오르내리게 된다. 일전에 칼럼을 통해 자세히 소개했던 멀티태스킹도 유력한 수단으로 고려될 터이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은 이런 식으로 엉겁결에, 부실하게 도입되어선 안 되는 개념이다.

 

관건은 역시 서비스와 상품 퀄리티를 가급적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가능한 모든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크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흔히 논의되는 것들을 간추려 보자. 평소에도 흔히 얘기되던 방편들일 것으로 보이는데, 안타깝지만 신묘한 약효의 명약이 따로 존재할 상황이 아니다.

노파심에서 추가하면, 호텔리어의 처우를 노골적으로 갉아먹을 대안들은 제외했지만 어쩔 수 없이 경영자의 관점에 치우친 것들이다. 재무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최소화하면서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호텔리어들에게도 크고 작은 희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 가장 먼저 그리고 손쉽게 채택할 수 있는 수단은 역시 가격이다. 레스토랑의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건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매년 실질 물가인상 수준으로 가격을 올려왔고, 고객 저항 역시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객실은 다르다. 시장 수급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덤핑이 난무하는 전선에서 나홀로 객실 가격을 올린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가격을 결정한다.

- 업무와 절차를 재검토해 낭비되는 노동력을 제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급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일용직 노동력을 줄이는 대신, 그 영향권 밖에 있는 직원들, 특히 관리 감독 직급의 호텔리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 아울러, 업무 분석을 통해 가능한 업무 단위엔 단시간 근로제(예를 들어 일 4시간 근무하는) 적극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 용역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대안도 더러 제시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다지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뿐더러, 가능한 모든 업무 부문이 이미 용역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 참고로, 호텔들은 그동안 대중의 날 선 비난을 감수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 혹은 용역으로 대체해 왔는데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그 비난은 점점 누그러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고용 안정성 측면에선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고용유연성이 절실한 호텔의 사정도 동일하게 배려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차별이 차츰 해소된다면 고용형태에 대한 집착은 경감될 수 있다.

- 제한적인 수준의 멀티태스킹을 활용한다. 각 부문 내, 예를 들어 호텔 내 여러 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을 경우 아웃렛 간 통합 스케쥴링을 모색해 시너지를 추구한다. 업장 두 어 개를 소유한 중형 호텔들 사이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객실부문 중 프런트와 비즈니스센터 등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의 통합을 고려할 수도 있다.

- 하지만 이런 멀티태스킹을 도입하려면 적절한 교육이 수반되어야 하며 노동강도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인 배려도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호텔 경영자나 오너의 경영철학을 감안할 때 언급하기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다.

- 특정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의 유효화를 검토할 수도 있다. 당연히 고객 저항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부터 적용해 본다. 다이렉트부킹을 통해 예약할 경우 적용하던 무료숙박 혜택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객실에 비치되는 커피나 차, 욕실용품 등 어메니티 역시 살펴봐야 한다. 이용률이 저조한 아이템들은 제외하거나 수량을 통제한다.

- 자매호텔간 통합 구매를 모색해 협상력을 높인다. 독립호텔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이런 부문에 있어선 동일 시장 경쟁호텔 사이의 협력도 가능하지 않을까? 격오지 호텔들의 경우 특히 고려해 볼 만하다.

-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는 기술 도입을 앞당긴다. 스케일마다 정도의 차는 존재하겠지만 이런 기술은 결국 호텔리어를 대체한다. 안타깝지만 회피할 수 있는 경향이 아니다.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모바일체크인, 키리스엔트리, 챗봇에 의한 상담이나 컨시어지 서비스는 이미 폭넓게 채용되고 있다.

- 직영 영업장을 축소하고 외부에 임대할 것을 권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호텔의 매력을 갉아 먹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쉽사리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대부분 평소에도 언급되던, 익숙한 것들일 텐데, 따지고 보면 수단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 그리고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집행’의 문제일 수 있다. 다소 치졸해 보이는 부분도 없잖아 보이는데 그런 걸 따질 계제가 못된다. 곧 돈이요, 호텔의 생존과 직결되는 대안들이며 특효약이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정부 정책은 찬성하지만 그 부정적인 파급에 대한 대책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중소영세상인을 위한 보완책들은 더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가 큰 호텔산업은 배제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호텔산업은 노동집약적이라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스스로 완충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마땅치 않다.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대책안들에 포함하지 않고 따로 언급하며 강조해 제시하고 싶은 방안이 있다. 학생 노동력 착취 이슈로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학생 인턴이나 현장실습제를 현실화하는 방법인데 정부의 배려와 지원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인턴이나 현장실습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며 배우는 교육활동의 하나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학생들이 최저임금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습비를 받으며 교육이란 원래의 취지는 무시된 채 단순노동력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작년 이 같은 관행에 젖었던 대부분의 호텔들이 철퇴를 맞았고, 이런 부분은 오래 전에 개선되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후 당국은 너무 경직된 잣대를 적용한 개선책을 내놓음으로써 현장에서의 수용을 어렵게 만들었다. 교육부가 발행한 ‘현장실습 운영 메뉴얼’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호텔 현장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실습은 ‘실질적인 근로’에 해당할 수 밖에 없다. 호텔 현장의 업무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며 학생들을 채용해야 한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비슷한 임금 조건으로 추가적인 교육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 대안은 많으니 호텔이 굳이 현장실습을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서울 호텔 대부분은 채택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학교와 예비 호텔리어들의 실습 수요 역시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지방의 호텔들 일부가 개선된 기준으로 학교의 현장실습 수요를 수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규정을 충족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추정이 맞다면 정책 당국은 또 다른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안이 없지 않지만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안(교육 프로그램과 실질적인 근로로 판단하는 기준)을 일부 보완하고, 효율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적용하되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근로’를 통해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필요한 재원 중 일부(호텔에서 교육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부와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다. 호텔은 교육활동을 하면서도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학교의 실습 수요도 충족할 수 있을뿐더러, 학생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근로 대가를 받는다. 문제는 재원이다. 호텔이 중소영세상 처지는 아니지만 최저 임금의 대폭 인상에 따른 타격은 어느 산업분야보다 심대해 보이니 지원을 받을 자격은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아 보이는 방법은 역시 ‘호황’이다. 부정적인 영향들이 긍정적인 숫자들에 가려지게 되고 반발은 위축되니까. 정부가 기대하는 선순환 그리고 낙수효과가 발생하면 국내 여행산업과 호텔에도 생기가 다시 돌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그 무엇보다도 올해 말까지 사드로 인한 여파가 수그러들고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겹친 국내 호텔산업은 정말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 등에 노출된 바로 보건대, 이들 중대한 변수들이 호텔과 서비스산업에 미치는 파급에 대해 정부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호텔 협회 등 호텔 및 숙박 산업에 관계된 단체와 기구들이 모여 현실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당국이 이를 심각히 인식해 적절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와는 별개로, 재계는 어쩌면 최저임금 논란을 초래한 한 축이다. 따라서 그들이 지금 쏟아내는 볼멘소리들은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들 중 눈여겨 볼만한 게 없진 않다.

 

그들 중 기본급만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지금의 기준은 다시 논의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예를 들어, 성과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어야 하는 게 옳다. 정기상여는 따지고 보면 기본급을 줄여 법정수당 등을 축소하려는 기업의 편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런 해석에 따라 정기상여는 작년부터 새롭게 적용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법적으로도 정기상여를 기본급의 일부로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이들 정기상여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과 동일한 기준으로 계산되는 게 더 적절하다. 이 부분은 내년 최저임금 적용 전에 제도적으로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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