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 > Column
[HotelReal] 과소평가의 이유
전경우  |  eee0eee@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27  17:44:1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원래 이번 호에는 ‘과소평가된 호텔과 과대평가된 호텔’에 대해 쓰려고 했다. 그런데 과대평가된 호텔을 찾기 너무 어려웠다. 평판이 가격까지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신라호텔이다. 타 호텔들과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해 왔고 어느 정도 이미지 구축에 성공 했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한다. 재개장 초창기에는 기존 5성급 호텔을 훌쩍 뛰어 넘는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만만 출사표를 던졌지만 최근 형성된 가격대는 안타까운 수준이다. 최근에는 투숙객 야외수영장 이용을 유료로 전환(무려 1인당 10만 원)해 꼼수 논란도 불거졌다. 이 비극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가격이 낮아진 결과다.

돈은 정직하다. 필자에게 어느 호텔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일단 가격을 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은 호텔 브랜드 가치의 척도다. 가격은 누가 결정할까? 공급자일까, 소비자일까?

백화점, 마트 등 유통 채널을 취재하다 보면 ‘가격을 만든다’는 개념을 알게 된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에 ‘원래 가격’이라는 것은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 중간 유통 채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가 최종 가격이 된다. 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호텔들은 전반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 3월 발표한 2016년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물가는 전세계 133개 도시 중 여섯 번째로 비싸다. 1위는 싱가포르, 2위는 홍콩, 3위는 취리히, 4위는 도쿄, 5위 오사카다. 뉴욕은 9위, 살인적 물가로 유명한 오슬로가 11위다.(EIU는 매년 주요 도시의 주거, 식품, 교통, 의류, 교육비 등 160여 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해 산출한 ‘세계 생활비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뉴욕의 물가를 기준점(100)으로 삼고 계산한다)

반면, 서울의 5성급 호텔 기준 가격을 살펴보면 ‘글로벌 TOP10’급 물가는 먼 이야기다. 리츠칼튼, 포시즌스, 콘래드 등 콧대 높은 브랜드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한다. 롯데, 신라 등 재벌계열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ADR 50만 원’은 과연 넘지 못할 산일까?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각종 데이터에 의지한 이성적 판단이다. 유통 채널이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비자는 조금 다르다. 투숙할 호텔을 고를 때 위치, 객실 면적, 전망, 부대시설 등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을 한다. 숙소의 기준이 ‘가격’이라고 가정 했을 때 얼핏 이성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단계 다음에는 ‘비교’를 하는 과정이 있다. 여기서 개입하는 것은 이성과 거리가 먼 비논리적인 영역들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기대감’이다. 백화점에서 과일을 사보면 안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자두 4알에 8만 원, 멜론 하나에 30만 원하는 것도 봤다. 헉 소리 나게 비싸지만 이걸 덥석 집어 드는 이유는 ‘엄청 달고 맛이 있을거야’라는 ‘기대감’이다. 과일이 흔히 보던 그것보다 크기도 훨씬 크고 색깔도 진하다. 포장 역시 고급스럽게 되어 있고 현대백화점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있다. 과거 백화점 과일을 먹어봤을 때 만족스러웠던 기억도 여기에 한몫한다. 이 모든 것이 더해져 만들어진 기대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것이 결국 지갑을 여는 순간에는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기대감이 소비의 원동력이 된다는 또 다른 사례는 인형뽑기방이다. 인형뽑기에 돈을 쏟아 붓는 행위는 누가 봐도 비이성적인 행태인데 장사가 된다. 유리벽 너머 기대감의 대상이 직접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호텔들이 소비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에는 이 기대감을 충족해 주는 요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투숙객이 직접 룸쇼를 하고 방을 고르는 경우는 아주아주 드물다. 인형뽑기방만 못한 셈이다. 결국 글로 설명된 내용, 숫자,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고른다. 결제를 하기 직전 마주하는 ‘실체’인 셈인데 이 부분에 대한 투자가 놀랄 정도로 인색하다.

비전문가가 찍은 사진, 아니면 심하게 오래된 사진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어떻게 보여 질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저비용으로 촬영한 영상, 부실하고 모호한 설명들이 난무한다. SNS 영역에서는 더욱 심하게 돈을 안 쓴다. 이미지 라이브러리에서 다운받은 사진을 걸어 놓고 아래에 애매한 설명을 달아 놨다. 언론에게 제공되는 보도자료 이미지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물건을 꺼내 눈앞에 보여주면서 파는 사업이 아니라면 최소한 정보 전달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놓고 고객의 지갑이 열리기를 바란다면 결과는 항상 뻔하다.

럭셔리를 표방하는 5성급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오픈 초기에나 비주얼에 돈을 쓰지 그 이후에는 그저 이것을 ‘비용’으로만 인식한다. 다른 럭셔리 산업군인 패션과 자동차 쪽을 보면 호텔이 얼마나 돈을 쓰지 않는지 비교가 된다. 마케팅에 사용되는 리소스는 ‘예산’과 ‘인력’이다. 패션 인더스트리 역시 돈 없고 사람 없다. 그래도 매거진 등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해 꾸준히 고품질의 비주얼 콘텐츠를 생산해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은 결정적 차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시시각각 변한다. 디올이나 구찌, 생로랑 같은 브랜드는 10년 전에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던 그들이 아니다. 브랜드 가치는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호텔 브랜드들은 가치가 점점 하락하는 느낌이다. 일단, 해당 호텔 직원들조차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메리어트와 힐튼, 하얏트가 어떻게 다른지 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라도 설명이 되어야 선택의 기준이 ‘가격’이 아닌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기대감’을 없애는 또 다른 요소는 ‘실망’이다. 과소평가된 호텔들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하니 서비스 수준 역시 하향평준화의 길을 걷는다. 럭셔리는 비효율의 영역이다. 여기에 공급자가 ‘비용절감’ 개념을 넣는 순간 소비자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지 못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서비스 영역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 보니 사람에게 실망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난다. 지방에 있는 럭셔리 호텔에 가보면 인력에 대한 투자에 인색해 나타나는 단점들이 대번에 드러난다. 이런 호텔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진다. 하드웨어는 낡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가격의 미술품이나 고가의 조명, 수입 가구 이런 것들은 사실 껍데기일 뿐이다. 대부분은 오너의 만족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다. 서비스업에서 고객이 만족하려면 사람에 돈을 써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돈을 써야 사람이 지갑을 연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하지 않았나.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이다.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HotelAviaOpenMediaContact Us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5026 서울시 광진구 자양로 131, K&S빌딩 307호  |  대표전화 : 02)3297-7607  |  팩스 : 02)6008-7353
오픈미디어  |   사업자등록번호 : 210-13-42325  |  대표 : 마은주
호텔아비아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광진 라 00128  |  대표ㆍ편집인 : 장진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진수
Copyright © 2017 호텔아비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