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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Real] 로또호텔
전경우  |  eee0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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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5  1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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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맞으면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로또조차 사지 않는 젊은이는 미래를 포기한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일상이 노답인 흙수저 인생, ‘정신승리’로 버텨 보지만 한계점이 찾아오면 일단 로또를 한 장 산다. 자동? 수동? 사실 의미 없다. 어차피 꽝……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낱같은 ‘희망놀이’라도 해보려고 산다.

요즘 로또 1등은 보통 5명 이상, 많으면 15명도 나온다. 간혹 2~3명이 나눠 갖거나 혼자 독식 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거야 말로 진짜 로또 당첨이다. 혼자 1등이 되면 세금 떼고 70억쯤 나온다. 농협 본점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그 날이 온다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호텔 자리를 보러 다닌다. 내가 오너인 호텔 말이다.(아! 부질없어라) 70억이라는 돈은 호텔을 차리기에 애매한 돈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대출’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다.

서울을 고집해야 하나, 지방으로 가야하나 고민이 시작된다. 초기 비용 측면에서 지방이 유리해 보이지만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부분이 조금 걸린다. 일단 서울에 호텔을 만든다면 서울 중심부를 선택하겠다. 명동은 이미 포화상태니 살짝 벗어난 지역이 좋겠지. 요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종로구 익선동 같은 동네가 좋겠지만 이미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잔뜩 차오른 상태니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다음에 떠오를 장소다. 어디일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을지로 3~4가 뒷골목이 1순위다. 여기 요즘 핫한 동네다. 단독 건물은 너무 비싸니까, 작고 낡은 건물을 두 채 정도 매입해서 리모델링을 거치면 멋진 호텔이 나오지 않을까?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면 요즘 떠오르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극복 하리라. 객실은 50개 미만, 1층에는 올데이 다이닝 기능을 수행하는 편의점이 있다. 호텔 이름은 ‘을지 힙스터’ 멋지지 않나? 하하하!

   
 

‘호텔 을지 힙스터’는 라이프 스타일 호텔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힙스터 기질이 있는 디자이너들 발굴해 이들과 협업(이라 쓰고 갑질이라 읽는다)을 통해 디자인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강조한 객실을 만든다. 호텔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을 깨알같은 콘텐츠로 채운다. 인테리어를 위한 인테리어가 아니다. 모든 소품과 가구, 벽과 복도와 계단이 콘텐츠다. 호텔 구석구석을 설명하는데 3시간 걸리고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공간, ‘호텔을 읽는다’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

호텔이란 자고로 잠자리가 편하고 샤워기가 콸콸콸 잘 나와야 한다고 포시즌스 창업자 이사도어 샤프님이 설파하셨다. 맞는 말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 헤븐리베드를 찜쪄 먹는 울트라 슈퍼 럭셔리 프리미엄급 시그니처 침대를 독자적으로 만들겠다. 국내에도 매트리스 공장이야 많으니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욕실은 레트로 시크다. 요새 폐업하는 목욕탕 많으니까 여기서 90년대 설치됐던 디테일들 뜯어 와서 최신 설비들과 믹스해 남다른 간지를 뽑아낸다. 시간을 담아낸 욕실이다. 아! 물론 뜨거운 물은 콸콸콸 잘 나오니 걱정 마시라. 변기는 비싼 걸 써야 한다. 변기에 앉는 순간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프라이빗 하면서 소중한 시간이니까.

객실에는 비대칭 전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비대칭 전력의 중요성은 북한의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비슷한 개념과 가격대 호텔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좋은 어떠한 것. 일단 생각한 아이템이 있다면 드라이기다. 영국 브랜드 다이슨에서 나온 어마무시한 가격의 드라이기를 배치한다. 하나에 40만 원쯤 하니까 50개 사면 2000만 원 든다. 뭐 어떤가. 로또 맞았는데 그쯤이야. 우리의 고객들은 좁은 객실에 잠시 실망하겠지만 거울 앞 다이슨 드라이기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포스를 경험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비대칭 아이템 하나로는 부족하다. TV가 있는 객실과 없는 객실을 선택할 수 있는데 TV가 있는 객실에 가면 100인치 이상 초대형 사이즈 화면과 극장 수준의 입체음향을 경험 할 수 있다.(중고나라 들어가 보면 초대형 TV 중고품 생각보다 저렴하다)

TV가 없는 객실에는 진공관 앰프와 장인이 만든 수제 스피커로 구성된 오디오 패키지가 들어간다.(오디오 덕질의 끝으로 이런 아이템 만들다가 망하는 회사 많아서 여러 개 구매하면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다)

로비 공간은 옥상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유리 온실로 꾸며진 공간에 들어서면 리셉션+컨시어지 데스크가 나타난다. 여기에 라운지 공간도 함께 있는데 유리 온실에서 직접 키운 딸기와 허브를 염소처럼 촵촵촵 뜯어 먹으며 남다른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옥상에는 신문을 가져다주는 등 버틀러 역할을 하는 골든리트리버가 살고 있고 부비적거리며 환대를 해주는 고양이 3마리가 반겨준다.

1층에는 편의점이 있고 지하에는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는 레스토랑이 있다. 여기서 제공되는 조식은 간단하다. 편의점표 음식이다. 투숙객에게는 편의점표 스페셜티 커피가 무료 제공 되며, 착즙주스, 요거트, 빵, 과일, 계란 요리도 편의점 버전으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전용 앱을 통해 편의점 메뉴를 골라 직원에게 알려주면 지정된 시간에 맞춰 객실로 올려주거나 레스토랑 식탁에 먹기 좋게 세팅을 해서 차려준다. 더 듬직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핫바나 소시지 종류 추가해 드시면 된다.(편의점 음식은 재고 처리 비용이 지원되기도 하니까 손님이 안 먹어도 부담 없다) 편의점 지하 공간은 주말 늦은 밤이 되면 클럽으로 변신한다. 투숙객은 무료, 외부 손님들은 입장료 받는다.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들어와 즐길 수 있으니 서로 부담이 없다.

‘을지 힙스터’ 호텔이 성공할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다. 오너의 욕심은 하늘을 찌르는데 자본이 취약한 것이 첫 번째, 전체 운영을 책임지고 끌고 가는 총지배인과 스태프들을 드림팀 급으로 구성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다.

성공을 자신하는 부분도 있다. 오픈 초기 홍보다. 내 주변에 기자가 몇 명인가? 그것도 직접 연관되는 호텔 담당 기자들이 차고 넘친다. 호텔을 오픈하는 그 날까지 고기를 열심히 사주면 언젠가 보답을 받겠지. 얘들아, 딴생각 하지 말고 회사 오래 다녀라.

부질없다 비웃어도 좋다. 오늘은 토요일, 나는 지금 로또를 사러 간다. ‘을지 힙스터’가 오픈하는 그 날을 위해서.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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