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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칼럼] 한옥호텔은 과연 매력적인가
김인진  |  lee2062x@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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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9  09: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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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제목에 이끌린 독자들은 좀 실망할 수도 있다. 호텔의 운영 면에 치우친 글이고, 건축 등 다른 부분들은 다루지 않는다. 잘 모르니까. 한옥호텔 겨우 서너 곳을 리뷰하고 블로그에 올릴 글을 준비하며 두 달이나 소비했을 정도로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 ‘거들떠보자! 한옥호텔’. 덕분에 쓰고 싶었던 다른 글들은 모조리 뒤로 밀리고 말았다. 그 정성에 비하면 블로그 독자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했는데, 지금 우리 수준에서 한옥호텔은 아직 시기상조인 탓은 아닐까?

   
▲ 경원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표면적인 계기는 작년 송도에 개관해 영업 중인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이었다. 사실 내내 궁금했고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대형 한옥호텔이 과연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였는데, 그런 면에서 경원재는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대표적인 모델인 셈이다.

이 글로 두 달짜리 프로젝트를 마감할 예정이지만, 아마도 2~3년 후엔 비슷한 글을 다시 쓰게 되지 않을까? 호텔신라가 장충동에 90여 개 인벤토리를 갖춘 초대형 한옥호텔을 올릴 예정이기도 하거니와, 말 많았던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에도 여전히 한옥호텔이 추진되고 있다 하니 한옥호텔은 또 다른 사회적 관심을 불러 모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가졌던 주된 관심사를 대강 간추리면 아래의 것들이었다.

- 춥거나 덥고, 마냥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한옥이 지닌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한옥은 외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일까?
- 그러기 위해선 어떤 개량 작업이 필요한 것일까?
- 한국을 대표하는 숙박 시설로 성장할 수 있을까?
- 설령 그렇더라도, 접근성 좋은, 비싼 지가의 도심에 지어도 매력을 유지하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한옥호텔은 과연 매력적인가?
익숙한 우리 눈으로 봐도 한옥호텔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수많은 가족과 친척의 이벤트가 열리는 마당, 앞뒤가 시원하게 뚫린 대청마루, 천정 회벽에 가지런한 서까래, 창호를 통해 아름답게 여과되어 스며드는 그 빛, 그리고 온돌.
해외여행지의 전통가옥은 원래 매력적인 관광 대상이다. 어쩌면 성공 여부는 그 매력 자체가 아니라 수단, 즉 한옥호텔의 물리적, 마케팅적 접근성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한옥 숙박시설은 외국 관광객을 유인하고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이 튼실하지 않은 상태라 해야 옳다. 어쩌면 당연한 단면일 수도 있다. 북촌 등지의 한옥이 외국인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건 얼마지 않았고, 경원재, 오동재, 영산재와 전주의 예촌 등 대형 한옥호텔들이 시장에 선보인건 불과 5년(최초의 대형 한옥호텔이라 할 수 있는 경주 라궁은 2007년 개관) 내외이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알려질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수도권과 지방에 산재한 대형 시설까지 외국인이 쉽게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엔 부족한 점들이 산재해 있다. 이는 한옥호텔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현재 안고 있는 숙제들 때문이다.
한옥호텔은 외국인들이 투숙하기엔 다소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우리 한옥은 기본적으로 좌식 위주의 생활패턴을 파생하며, 온돌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한다. 침대에서 자고, 입식 위주의 생활을 하는 외국인들에겐 당연히 생소하고 어색하다. 하지만 이런 면은 도리어 매력으로 작용한다. 밀레니얼 여행자들은 편리함 보다 새로운 경험, ‘다름’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방문한 한옥호텔마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을 했고, 역시나 불편을 호소하는 외국인 고객은 없었다고 한다. 이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옥호텔에 투숙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새로운 경험을 희구하며 스스로 찾아든 부류일 테니까.

   
▲ 락고재

전통과 개량
그렇지만 전통 한옥의 형태 그대로를 상업 숙박시설로 활용하긴 쉽지 않다. 한옥을 숙박 시설로 전용하려면 일정 부분 개량을 거쳐야 한다. 고택 체험 같은 대안을 통해 한옥의 원형을 즐길 수도 있지만 대형 숙박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예를 들자면,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야 화장실이나 욕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호텔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객실 내부로 들여야 한다. 창호도 단열이나 방음 등의 문제로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
투숙객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경원재는 전형적인 한옥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가옥 구조 등 큰 부분들은 대목장들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한옥 레지던스 고이의 시도는 아주 생기발랄하다. 한옥의 뼈대를 그대로 둔 채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내부를 치장했고 젊은 감각을 불어 넣었다. 락고재의 경우는 다소 교과서적인데, 한옥의 전형을 유지하며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개량을 가했다.
개량의 정도를 두고 정체성을 논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과거와 현재는 단절된 게 아니다. 전통이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습관이자 문화이다. 전통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고,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며 변모해 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외국의 경우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종종 언급하는 일본 교토의 럭셔리컬렉션 수이란(Suiran - A Luxury Collection)을 봐도 참고가 되는 면들이 없지 않다. 일본 전통 가옥 료칸의 형태를 주로 취하고 있지만 내부는 파격적으로 보일 정도로 현대적인데, 수이란에 비하면 경원재의 절충은 보수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현재의 경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경원재 역시 아코르의 럭셔리 세그먼트인 소피텔의 부티크 라인을 고려했던 모양이다. 유명 체인 브랜드를 달면 비싼 대가를 치루어야 하지만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도움 받을 수 있다. 여태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가옥 타입의 숙박시설이라면 그와 같은 마케팅 활동이 더더욱 필요해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경원재 등 대형 한옥호텔이 한국을 대표하는 부티크 호텔로 자리매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원래 부티크 호텔의 특성이란 게, 특정 지역에 자생해 성장하면서 커뮤니티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고유의 스타일과 디자인으로 표현해 낸 형질이라는데, 위에 소개한 럭셔리컬렉션 수이란 역시 태생이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요는 소프트웨어이며,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옥호텔은 특성상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흔히 말하는 ‘스토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서비스 퀄리티도 유지하기 힘들게 되고, 종국엔 그 아름다운 하드웨어까지 상처 받게 될 터이다.

   
▲ 경원재

한옥호텔의 수익성
수익성은 대형 한옥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지속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인이다. 이익에 관계된 문제를 제쳐 둔 채 다른 걸 얘기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유주 개인의 품을 이용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형 한옥호텔의 수익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30실 규모의 대형 한옥 호텔로 이익을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방의 오동재, 영산재, 라궁 등의 운영 사정은 꽤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언론의 지면에 더러 오르내렸다. 수도권에 입지한 경원재의 사정은 이들과 다소 달라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다. 경원루 등 부대시설 비중이 크고, 송도, 영종도의 미래 시장 환경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오너의 호주머니 속으로 돈을 챙겨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무려 8400평 부지에 객실 30개(엄밀히 따지면 16개 객실에 14개 별채), 그리고 연회시설 경원루와 한식당 등이 전부이다. 건축비만 약 500억 원이 소요된 프로젝트인데, 이마저 부지에 대한 기회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은 것이다. 객실 30개를 연중 내내 만실로 돌려도 연매출 20억에 불과하다. 이 매출은 건축비 500억에 대한 이자비용 충당하기도 버거운 규모이다.
수익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통가옥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한옥은 현대 건축물처럼 층을 올리고 표준화해 용적 효율을 높일 수 없다. 기껏 올려야 2~3층인데, 대형 한옥 호텔들이 그 너른 부지에 달랑 30개 내외의 객실 밖에 넣지 못하는 주된 이유이다. 더 높이 올리거나, 마당을 줄이거나 없애 밀집도를 높이면 한옥이 가진 여러 매력들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현대식 건축물에 비해 건축비 역시 훨씬 비쌀 뿐더러, 완성 후 운영 측면도 그다지 비용 효율적이지 못하다. 일단 건물과 객실이 획일적이지 않으며, 넓고 크다. 아울러, 향후 수선 유지에도 계속 상대적으로 큰 지출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모의 한옥호텔이 계속 시도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의미 있는 숫자들은 윤색되고 튀겨져 있을 터, 적어도 지자체 호텔 사업에서 ‘Project Feasibility Study’니 ‘ROI’니 하는 것들은 통과의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수익성이 불투명하다고 중도에 없던 일이 될 사업들이 아니었으니까.
‘공공성’이 개입한다. 이걸 시장에서는 정치적 배경이라 일컫던데, 수익성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를 ‘정치적’인 무언가로 포장하면 당분간은 시비 거는 사람들이 없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일까?
지자체 입장에서야 외국에서 국빈이 들어오면 이런 전통 숙박시설에서 먹이고 재우고 싶을 것이고, 이런 게 있다며 자랑질도 하고 싶지 않을까? 아울러 시민에게도 한옥 체험 등 부수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는 듯 하고, 관광 산업 연관 효과도 기대하는 듯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경원재 뿐만 아니라, 영산재, 오동재와 남원 예촌 등의 대단위 한옥호텔들은 대부분 지자체가 조성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호텔신라와 대한항공의 접근법이 필자에겐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대부분 소유 주체들과는 달리 영리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호텔신라와 같은 경우는 숨은 이슈 역시 작용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지금까지 본 바로는 수익성과 한옥의 매력은 대척점에 놓인 개념들이다. 수익성을 추구하면 한옥의 매력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용적 효율을 높이려면 층을 높여야 하고, 층을 높이면 한옥의 매력은 상처 받는다. 하지만 그건 필자를 포함한 일반의 생각이고, 호텔신라나 대한항공이 층을 높이거나 밀집도를 높이며 어떤 매력들을 더욱 추가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 락고재

한옥호텔의 숙제
지방 대형 한옥호텔들의 경영 사정이 좋지 못한 이유는 단지 한옥호텔의 변변찮은 수익성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객실을 제대로 채우고 운영 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면 큰 이익을 내진 못하더라도 감당할 만한 실적으로 그럭저럭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관광객이 방문함으로써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 연관 효과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관건은 ‘수요를 어떻게 끌고 오느냐’이다. 이들 전통가옥 형태의 호텔은 공급조차 많지 않으니 수급 논리를 따로 들이댈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은 수급이나 호텔 자체의 매력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가 급선무다. 아래 현실적인 질문 2개만으로도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가 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관광객들이 왜 여수를 가고 싶어 해야 할까? 외국인 FIT가 스스로 알아서 여수 오동재를 큰 무리 없이 찾아 갈 수 있을까? 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산업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며칠 전 눈여겨보던 포럼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주로 다뤄진 이슈가 그런 것들이다. ‘수요자 중심에서 지역 관광자원의 콘텐츠와 스토리를 발굴하고 상품화 해 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FIT 관광객이 지역으로 쉽게 여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자성의 목소리가 최근 부쩍 힘을 얻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이를 현장에 구현해낼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개인적으로,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수도권 인근, 지가 비싸지 않은 숲에 우리 전통가옥 초가집이나 기와집 수십 채를 오솔길 따라 듬성듬성 넉넉하게 지은 리조트형 호텔을 볼 수 있었으면 희망한다. 마천루 속에 낮게 자리 잡은 경원재도 아주 이질적으로 아름다웠지만 아무래도 도심 입지라 ‘힐링’의 기운을 강하게 발산하진 않는다. 타깃하는 바가 다르긴 하지만 힐링이 목적이라면 남이섬의 정관루가 오히려 나아 보이는 선택이다.
남이섬만 하더라도 연 방문객이 350만 명,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졌을 현재의 모습이지만 이 정도 입지면 외국인도 무리 없이 찾아온다는 방증이다. 일본 료칸 수이란도 도심에서 이격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는데, 공시가격이 7~80만 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입지나 가격의 문제는 매력이나 마케팅 어프로치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너무 안이한 것일까?

한옥호텔은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꼭 성공해야 하는 모델이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 제위께서도 우리나라 한옥호텔에 큰 관심 가져주길 희망하며, 가족 나들이할 때 주변 한옥 호텔에도 투숙해 보시길 권한다. 매력적이며 가격도 예상외로 비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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