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호텔 담당 기자 시절, 홍보담당자는 로비나 레스토랑에서 지나가던 외국인 아저씨를 불러 세우고 인사를 시켜줬다. 보통 유니폼이 아닌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거의 외국인이 많았는데 국적은 미국, 호주, 독일, 오스트리아 등 다양했다. 일단 한국식으로 주섬주섬 명함을 건넸다. 다들 유창한 영어(아, 미국사람이지. 당연하다)로 자기네 호텔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말을 나에게 했다. 그런데 이 아저씨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 뭔가 정치인이랑 이미지가 비슷하기도 하고. 제일 높은 사람인가? 그러면 상무는 뭐고 사장은 뭐지? 온갖 의문이 밀려왔다.

‘총지배인(General Manager 總支配人)’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친절한 네이버는 호텔용어사전을 맨 위로 올려 보여준다. 그리고 ‘최고 경영진에서 결정한 기본정책 수행의 책임자를 말하며 객실지배인과 식당지배인을 지휘·감독하며 기타 부분을 총괄한다. 아울러 총지배인은 반드시 고객(소비자), 종사원, 그리고 주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들 삼자에 대하여 유기적인 관계를 철저히 하여 호텔경영에 임해야 하며 세 가지 사항에 무거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①고객에 대한 봉사, ②종업원에 대한 봉사, ③주주에 대한 봉사이다.’라는 정의를 내려준다.

지배인, 영어로 ‘Manager’라는 말은 일반적인 기업, 금융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야구감독도 영어로 매니저라고 쓴다. 그런데 총지배인으로 검색하면 거의 호텔에 대한 내용이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이런 직급 명칭을 잘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도중섭 총지배인은 ‘총지배인이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 라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직업이다”라고 답한다. 신신호텔 황수정 총지배인에게 물어봐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단칼에 정의를 내린다.
책임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책임을 지게 될까? ‘책임’이라는 단어는 ‘권한’이라는 단어와 붙어 다닌다. ‘책임’을 논하기 전에 총지배인이 갖고 있는 권한을 봐야 한다.

총지배인의 권한은 호텔의 운영, 세일즈, 재경, 인사, 구매, 총무 등 온갖 부분에서 구현된다. 그런데 호텔에 따라 권한의 범위가 다르다. 로컬과 인터내셔널 체인이 다르며 프랜차이즈 체인호텔과 위탁경영을 맺은 호텔이 상이하다. 그 이유는 조직의 구조에 있다.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은 총지배인 원톱 구조가 아니다. 위로 다른 임원과 대표이사가 존재한다. 호텔 대표이사도 원톱이 아니다. 그룹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호텔들의 총지배인에게는 인사권이나 예산 편성권, 구매 결정권 등이 사실상 없다. 역할을 찾자면 대외적으로 호텔을 대표하는 얼굴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백오피스와 오퍼레이션 양쪽을 모두 대표해 의사결정권자와 연결 역할을 담당하며 각 부서를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체인 호텔들은 총지배인에게 일정 부분 권한을 위임하기도 하지만 역시 비슷한 구조다.

총지배인의 역할이 가장 막강한 곳은 위탁경영을 맺은 인터내셔널 체인 호텔이다. 호텔 내부에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다. 여기서 ‘일인’은 오닝 컴퍼니다. 본인에 대한 인사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권한이 총지배인에게 일임된다. 이는, 실적이나 평판에 대한 부담도 훨씬 크다는 뜻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총지배인이 항상 눈에 띄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슷한 사람이 여럿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여기저기서 총지배인이 항상 나타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사무실은 현장을 뒷받침하는 곳이고 실제로 모든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곳은 현장인 고객 접점 공간인 로비나 레스토랑이다. 그들에게 다가가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그들이 호텔을 나가기 전에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현장 책임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리고 “호텔은 여러 직원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총지배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든 직원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나는 올바른 사람을 뽑는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태도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올바른 직원을 뽑고 교육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독립호텔의 총지배인은 오퍼레이션 총괄 역할도 하지만 오너와 여러 부분을 함께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권력의 시스템은 어느 분야나 복잡하겠지만 그래도 ‘총지배인’이라는 직함은 멋지다. ‘호텔의 별’처럼 반짝 반짝 빛난다.

총지배인이 되면 뭐가 좋을까? 일단 고액 연봉이다. 열악하기로 이름난 국내 호텔 업계지만 총지배인들은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연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총지배인은 근무하는 호텔에 거주 공간을 만들어 생활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고급 주택을 임차해 제공하는 호텔이 더 많다. 외국인 총지배인이라면 가족들에 대한 비용도 함께 지원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혜택들이 패키지로 따라오는데 최근에는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대우도 좋지만 보람도 남다르다. 아무래도 주도적인 위치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결정한 사항이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무척 크다.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호텔에 있는 동안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오랫동안 일하고 싶었던 브랜드에서 총지배인을 하고 있는데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황수정 신신호텔 총지배인은 “손님과 더 중립적으로 대면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부분을 즐거움이라 말한다.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손님에게 강력하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자신 있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일반적인 호텔리어에게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총지배인은 외롭다. 황수정 총지배인은 “365일 쉬지 못한다. 불면증도 왔다.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만 봐야하는 순간 답답하다”고 말한다. 또한, “시니어, 선배가 있다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모르면 물어보고 앵기면 되고. 하소연 할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들 앞에서는 힘이 넘쳐 보이게 행동하려고 노력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 리조트(콘도)에도 총지배인은 있다. 대명과 곤지암 등은 ‘총지배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한화리조트는 ‘본부장’이라는 이름을 쓴다. 대부분 로컬 호텔 총지배인과 역할이 비슷하지만 업장 주변
지역사회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마을 잔치가 열려 이장님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야 하고 부녀회, 어촌계, 의용소방대 등 온갖 단체의 요청을 검토하고 리조트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이 문제를 소홀히 하면 도시 지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파국이 돌아온다.

모텔에도 총지배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명칭을 ‘지배인’이라고 부른다. 특급호텔에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지배인이 있지만 모텔은 직원 숫자가 대략 다섯 명 내외기 때문에 지배인은 하나다.

호텔에서 지배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승진이 늦기 때문에 호칭이 애매해지는 문제 때문이다. 경력과 나이 모두 자신보다 높지만 직급이 낮은 동료에 대한 호칭을 찾기 어려울 때 가장 편한 호칭은 ‘지배인님‘이다.

총지배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롯데호텔에서는 핵심 간부 사원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총지배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하여 2012년 총지배인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총 3기까지 교육이 완료되었으며 온라인 과정과 오프라인 과정을 합쳐 약 3개월 동안 진행된다. 과정은 크게 5가지로 경영(회계, 전략, 마케팅, HR 등), 식음경영, 재무, 서비스 심화, 마지막으로 와인입문교육이다. 대상은 전 체인 간부사원 중 인사고과와 외국어 점수, 추천을 통해 선발하며 3개월 동안 경영자 과정과 호텔 산업 및 서비스 이해 과정을 마치고 나면 출석률과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수료 처리된다.
인터내셔널 체인 호텔들은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편이다. 다양한 오퍼레이션 직군에서 올라온 인재들을 자체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검증하고 총지배인 후보군을 추려 특별하게 관리하는 곳이 많다.
황수정 신신호텔 총지배인은 “수많은 사람들 면접을 봤지만 총지배인 되고 싶다는 사람 다섯 명도 안된다. 소명의식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게 있어도 힘든데. 호텔리어는 사람이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는지라 기본적인 인성이 되어야 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언어는 해야하고 차근차근 쌓아 가면 된다.”라고 총지배인을 꿈꾸는 후배 호텔리어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