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은 동색이다. 네이버와 트립어드바이저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둘은 서로 많이 닮았다. 필자는 현직 기자다.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기자들은 초록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네이버가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만났던 호텔리어들 역시 나만큼 초록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계 최대의 여행정보 업체 트립어드바이저가 호텔리어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트립어드바이저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호텔 측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미국 본사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한다. 그리고 수시로 알고리즘을 바꿔 어뷰징에 대응한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호텔리어들 역시 필사적이다. 아무리 봐도 네이버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와 많이 닮았다.

이제 부엉이 마크가 있는 초록색 창문을 열어보자.(아, 가끔 올빼미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머리 양쪽 끝 깃털이 뿔처럼 나와 있으면 부엉이가 맞다.) ‘트립어드바이저’라는 일곱 글자, 호텔리어들이 언젠가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단어다. 근무하는 부서와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그렇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달려있는 고객들의 평가와 직원의 반응에 따라서 호텔의 현재와 미래는 결정된다. 항상 평가를 받는 입장인 호텔리어들이 사사건건 지적질만 해대는 ‘트집어드바이저’라고 생각한다면 그 호텔의 미래는 어둡다. 반면, 개인과 호텔 전체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효율적인 툴이라 생각한다면 트립어드바이저는 알파고만큼 막강한 디지털의 힘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는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로 인식되지만 호텔 운영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통합 마케팅 툴이다. 위젯, 리뷰 익스프레스, 비공개 피드백 등 다양한 툴이 호텔 운영자에게 제공된다.

신신호텔은 최근 세계 여행객이 선정한 베스트 호텔 ‘2016트래블러즈초이스’ 대한민국 1위를 수상했다. 특1급도 아닌 독립호텔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하며 신신호텔은 호텔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신신호텔이 이와 같은 성적을 거둔 배경은 다양하지만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은 트립어드바이저라는 채널에 대한 이해도다.

황수정 신신호텔 총지배인에게 트립어드바이저는 업무 수행을 위한 최적의 툴이다. 하루에 적어도 세 차례 꼼꼼하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체크한다. 신신호텔 같은 소규모 호텔에서 부족한 여러 가지 인프라는 트립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과 무료 툴, 이용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보완된다. 트립어드바이저 이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채널이 있지만 신신호텔은 하나의 채널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놀라운 성과를 냈다.

국내 대형 로컬 호텔들도 부족한 글로벌 인지도를 보완하기 위해 트립어드바이저를 이용한다. 롯데호텔서울은 지난 해 1월 트립어드바이저의 트레블러스 초이스(Tripadvisor 2015 Travellers’ Choice) 호텔 어워드에서 한국 최고의 호텔로 선정됐다.

롯데호텔이 최근 오픈한 미들급 호텔들 역시 트립어드바이저를 중요한 툴로 여긴다. 명동에 라이프스타일호텔 브랜드로 새롭게 오픈한 L7호텔의 배현미 총지배인은 트립어드바이저에 대해 “고객 입장에서는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고 라이브한 정보를 얻기 위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고,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고객서비스를 개선함과 동시에 호텔 브랜드의 인지도 및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채널이기 때문에 양쪽의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의 목소리는 온라인상에서의 글이 아닌 바로 그 현장에서 들어야합니다. 그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We are listening’이라는 고객의견카드를 통해 매순간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고, 틈만 나면 로비로 나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만족을 통한 행복’이라는 단어를 고객의 가슴 속에 남겨드리려고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체인호텔은 고객과 접점 마련에서 더욱 선진화된 기법을 사용한다.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함께 막강한 자체 IT인프라가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대략 일곱 가지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호텔 대표 이메일, 총지배인 본인 이메일, 호텔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전문적인 고객 관리용 툴 메달리아(http://www.medallia.com/), 포시즌스 자체 툴 글리치(Glitch)도 함께 사용한다. 작은 결함이라는 뜻을 가진 글리치는 고객이 투숙하는 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을 기록하여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고객이 투숙하는 동안 혹은 재방문 시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축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여기에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내용까지 더해 매일 오전 미팅을 진행해 서비스의 빈틈을 찾는다.

포시즌스 호텔 관계자는 “트립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 올라오는 고객의 의견 자체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진짜 이메일 계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비롯한 하얏트 체인은 하이셋(HySat)이라는 자체적인 툴이 있다. 하이셋에 올라오는 고객들의 평가는 하얏트에 근무하는 총지배인에게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 중 하나지만 최근에는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내용의 비중도 높아졌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컴플레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레코멘데이션을 유도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무척 효율적이다”라며 “리뷰와 함께 예약이 진행되어 고객 입장에서는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공정하다는 부분에서 신뢰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호텔은 아날로그 시절에도 리뷰를 중시했다. 구전효과에 의한 브랜드 인지도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지인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이 올린 구전에 의해 고객이 움직인다는 부분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지난 2000년 어느 피자 가게(4.5개 풍선 평가를 받은 Kosta Pizza & Seafood) 위 작은 사무실에서 설립됐다.

1억 건의 여행자 리뷰를 얻는 데 13년 걸렸지만. 그 이후 1년 6개월 만에 2억 건을 돌파했다. 호텔업계에 불어온 ‘4차 산업혁명’, 즉 ICT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