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머물렀다. 브로드웨이 28st 즈음에서 파트타임 일을 했다. 가게 앞에는 조금 낡은 듯 보이는 호텔이 있었다. 호텔 1층에는 멋진 청년들이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판매하는 ‘스텀프타운(Stump Town)’이라는 커피숍이 있었고, 역시 멋진 옷을 파는 편집숍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가 들어섰다. 상점과 호텔 로비의 경계는 모호했다. 호텔 로비는 어두운 조명아래 낮에는 도서관처럼, 밤에는 클럽처럼 바뀌었다.

스텀프타운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충분치 않았다. 브리티쉬 스타일의 멋진 청년들이 일을 하고 있어 줄은 늘 길게 이어졌다. 커피가 2달러 정도인데 팁을 3달러씩 내고 가고 그랬다. 그들은 웃으며 이런저런 말을 걸기도 했다. 평소 아메리카노를 즐겨마셨지만 스텀프타운에서 만큼은 카페모카를 즐겼다. 고급 수제초콜릿에 동물성휘핑크림을 넣어 그야말로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라고 할만 했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자리가 없으면 호텔 로비로 향했다. 아무 소파나 책상 테이블에 앉아 꽤 오랜 시간 글을 썼다. 당시에는 아주 작은 랩탑(엄밀히 랩탑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작은 지금은단종된 굉장히 희귀한 무언가 였다)을 들고 다녔는데 뉴욕 현지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여행객이야? 뉴욕에는 언제 왔어?”, “이게 뭐야?”, “일본 사람이지?” 뭐랄까, 핑계일지 모르지만 그런 날이면 글을 한 줄도 못쓰고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최근 국내에도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 호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주장하고 있고, 또 일정부분 수긍할 수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건, 바로 사람 - 그 안에서 어울릴 젊은이들이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생명은 관광객이든, 그 지역의 청춘이든 한데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느냐다. 그 도시에서 가장 힙한 젊은이들이 모이고 그들과 만나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싶은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지역에 핫한 숍이 입점하고 지역문화를 발전시키며, 함께 소통하고 노력하는 것이지 투철한 환경보호 정신과 그저 팬시한 인테리어만 보고 찾아오는 게 아니란 말이다.

호텔의 짭짤한 이익을 주던 와이파이가 대부분 무료로 돌아서며, 그린 에코 캠페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2박 이상 시 침구 교체를 하지 않거나 어메니티를 대용량으로 제공하며 어떻게든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 대해 공유경제, 친환경소비 등의 품격있고 멋진 소비형태라 포장을 하는데 조금은 불편하기까지 하다. 닐슨 보도에 따르면, 기업의 CSR활동에 가장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게 한국 고객이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사회공헌에 대해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은 지역사회다. 그 지역의 주민, 젊은 청년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이 외국에서 본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고스란히 가져다 놓은 것 같은 호텔은 그야말로 ‘生’이 없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