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골칫덩이로 전락, 복합적인 악재들
호텔 레스토랑에 대한 업계의 걱정은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인건비’다. 이상한 일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저임금에 힘들어하는 시기에 사용자측은 여전히 고정비용 중 인건비 부담을 최고로 친다. 이는 음식값에도 적용되는 논리다. 인당 코스트를 계산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는 메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가로 느껴진다. 입장차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래도 호텔 레스토랑은 일반적인 로드숍에 비해 고객의 기대치가 다소 높은 편이다. 바로 인적 서비스에 대한 부분이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직원을 고용해야하고 이에 따라 발생되는 인건비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인원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호텔이 가지는 브랜드 가치, 즉 품격 때문이다.
식자재 값 인상도 원인 중 하나다. 이는 당연히 가격에 반영되어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의 수를 줄게 만든다. 호텔을 벗어나도 맛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실력의 로드숍도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유행에도 빠르게 대처한다. 호텔만큼 결제체계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주방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면 인당 코스트를 먼저 계산하고 업장 지배인에게 승인을 받는다. 이후 식음팀장, 조리팀장, 임원급 그 다음 사장 승인까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며 긴 시간을 소요하고 결국엔 다 유행이 지난 음식이 신 메뉴로 호텔에서 판매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내외적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5성 호텔 이상에서는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에게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의 일부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스타셰프 위주의 영입
그렇다면 호텔 레스토랑의 외주화는 위기를 해결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모 호텔 재경 관계자에 따르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호텔 식음은 상황이 좋지 않다. 호텔 인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호텔의 통제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주화를 진행했을 리는 없다.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면 호텔 전체의 인지도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퀄리티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호텔 레스토랑의 외주화가 진행되었는데 이는 스타셰프의 레스토랑이 들어서며 얻는 시너지를 노린 부분도 있었다. 런던 클라리지 호텔의 고든 램지 레스토랑, 만다린 오리엔탈 하이드 파크의 디너 바이 헤스턴 블루멘탈 등이 좋은 예다. 이들은 호텔의 수준도 최상위지만 셰프의 명성도 이에 못지않기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호텔의 품격도 유지 또는 격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중식당 홍보각

특1급 호텔에서는 흔하지 않은 레스토랑 외주화
서울 20여 개가 넘는 특1급호텔 중 외주화된 레스토랑 업장은 단 세 개뿐이다. 먼저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중식당 ‘홍보각’이 있다. 2007년 오픈한 홍보각은 중식 요리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운영하며 광동 및 사천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업장 인테리어는 HBA에서 모던한 콘셉트로 연출했다. 두 번째 레스토랑도 2013년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에 오픈한 일식당 ‘스시효’다.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 한국편에 등장하며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안효주 셰프가 운영하는 일식 레스토랑이다. 이 둘의 특징은 해외의 트렌드와 다르지 않다. 중식계에 잘 알려진 여경래 셰프와 일식의 대가 안효주 셰프를 내세운 스타셰프 마케팅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텔 내 외주업장은 호텔에게만 큰 이익을 주는 것일까? 가장 최근인 2015년 메이필드 호텔에 중식당 ‘이원’을 오픈한 진가휘 대표는 “일반적인 로드숍은 기본적인 인테리어나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규모나 시설, 분위기 면에서 호텔과 동급의 로드숍을 오픈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며 “또한 아무리 고급 식자재를 써도 이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얻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고객은 호텔의 퀄리티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다. 로드숍에서 고급 식자재를 활용해 비싼 금액을 받는다 해도, 같은 금액이면 호텔을 선택할 고객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텔이 레스토랑을 외주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운영상 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다달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레스토랑의 퀄리티에 따른 불안요소를 안게 된다. 외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중요한 것은 호텔의 객실 영업이다. 투숙객이 많은 날이면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도 많아진다. 결국 서로가 제 역할을 잘 해낼 때 성공적인 시너지가 발휘된다”라고 진가휘 대표는 강조했다.

▲ 한식 뷔페를 선보이는 아모제 푸드의 ‘솜씨’

신생 비즈니스호텔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인가? 아모제 푸드
특1급 호텔에서의 레스토랑 외주화가 중식이나 일식 같은 특정 식당에서 이뤄졌다면, 그 이하 비즈니스호텔은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중화권, 동남아시아 등 저렴한 숙박시설을 원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객실 영업이 주가 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레스토랑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수요가 보장되는 조식은 운영이 가능하다고 쳐도 런치와 디너 영업에 대한 고충이 늘어나고 있다.
북창동에 새로이 오픈한 ‘골든튤립 M호텔’은 종합외식기업 아모제푸드와 손을 잡고 한식 뷔페 레스토랑 ‘솜씨(Som.C)’를 선보였다. ‘솜씨’는 전국 팔도의 한식 요리 솜씨를 뽐낸다는 의미를 가진 레스토랑으로 지역별 특색을 가진 80여 가지 메뉴를 선보인다. 30여 년 경력의 한식 조리장을 선임, 최근 유행하는 한식 뷔페 스타일의 퀄리티 높은 음식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솜씨’는 호텔 투숙객뿐만 아니라 북창동 인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1만 원대 합리적인 가격에 점심을, 저녁 뷔페는 2만 원대 가격으로 선보여 회식이나 모임 등 외부 고객 유치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조식의 경우는 호텔의 투숙객 성향에 맞춰 40여 가지 메뉴를 갖췄다. 골든튤립 M호텔의 경우 중화권, 일본 고객이 다수를 차지 한다. 중국인의 경우 찬 음식을 싫어하고 채소도 따뜻하게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베이컨과 함께 청경채 등 채소를 볶아 제공하는 등 고객의 니즈에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호텔 측이 객실 판매 시 조식을 포함시켜 판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외주업체인 아모제푸드 쪽에서는 투숙객의 한하여 식사 인원이 개런티가 되고, 연회 및 이그제큐티브 플로어 라운지도 담당하면서 호텔의 모든 식음을 총괄할 수 있게 됐다.
외주 사업자인 아모제푸드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1996년 마르쉐를 통해 외식산업에 진출, 패밀리 레스토랑과 백화점 내 델리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컨세션 산업을 시작해 인천국제공항, 잠실야구경기장, 오션월드, 롯데월드타워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골든튤립 M호텔 한식 뷔페 레스토랑 진출에 대해 아모제푸드 윤석민 마케팅실장은 “미디어에서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 콘셉트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지는 듯 하나 이를 앞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은 아니다”며 “호텔 측이 오픈 전 사전 회의를 통해 한식 콘셉트의 뷔페 레스토랑을 요청해왔고 호텔의 입지나 주변 환경, 주고객층을 리서치한 결과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시작하게 된 레스토랑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솜씨’는 아모제푸드의 첫 호텔 레스토랑 외주영업 모델로 차후 유사한 형태의 레스토랑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솜씨의 운영 결과에 따라 수익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앞으로 매번 호텔측의 의견과 로케이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상품을 개발,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모제푸드가 비즈니스호텔에 진출한 부분에 대한 이점에 대해 윤석민 마케팅실장은 “인테리어에 대한 부분을 호텔 측이 담당하다보니 기존의 로드숍보다 투자비를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며, “조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런치와 디너의 고객을 얼마나 더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사업 모델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고 말했다.

▲ 더 팔래스 서울 뷔페 레스토랑 에이치가든

국내 최초로 특1급 호텔 뷔페 레스토랑에 들어서다, 현대그린푸드
2016년에 들어서며 호텔 레스토랑 외주화의 큰 사건이 생겼다. 바로 더 팔래스 서울이 뷔페 레스토랑 ‘스톤 플레이트’를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운영사는 현대백화점의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로 ‘에이치가든(h’s Garden)’이라는 이름으로 야외 테라스를 활용한 웰빙 다이닝 공간을 선보였다. 2015년 11월부터 운영했지만 ‘에이치가든’이란 정식 명칭은 지난 2016년 1월 8일부터 사용했다. 두 달간의 시간적 여유를 통해 자연스런 호텔의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기존의 VIP고객이 어색해하는 경우를 대비, 최대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레스토랑의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 고객이 가장 낯설어 하는 부분은 익숙했던 직원들이 아닌, 현대백화점 그룹 소속 직원들이 상대를 한다는 점이다.
호텔 식음 업계 18년 경력을 가진 에이치가든 이진혁 점장은 “기존 호텔에서 식음업장은 고임금, 고비용 식자재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부족했다”며 “현대그린푸드는 식자재 유통과 리테일 사업, 외식업이 주기 때문에 고급 식자재의 안정적인 공급과 유통 등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이라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으로 서비스 퀄리티도 인정을 받아 특1급 호텔의 새로운 레스토랑 모델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에이치키친’이라는 이름으로 푸드코트를 운영중이다. 브랜드의 통일성 면에서, 또한 야외 테라스를 보유한 더 팔래스 서울의 특징과 결부되어 ‘에이치가든’이라는 네이밍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추후 다른 호텔 등에 진출할 경우 ‘에이치가든’이란 이름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에 대해 이진혁 점장은 “다른 업장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대기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건 한두 가지 상황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에이치가든 2호점이 나타날지,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호텔에 선보이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다양한 로드숍을 백화점에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식음업계의 트랜드를 이끄는 기업으로 이번 특1급 호텔 시장 진출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 안내판에 선명한 현대백화점 그룹 로고

호텔의 품격은 어디로,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이 그렇지 못하다
이번 팔래스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외주화와 관련해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 번째는 호텔 등급심사에 기준이 되는 식음업장 수는 어떻게 포함되는가. 이와 관련해 호텔등급심사를 담당하는 한국관광공사에 문의한 결과 ‘직영이든, 외주든 상관없이 식음업장이 운영되고 그 수가 적정하다면 등급심사에 반영된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 다음 두 번째 의문은 최근 더 팔래스 서울이 스타우드의 ‘쉐라톤’으로 리브랜딩 될 거라는 소식과 관련해서다. 글로벌 체인 브랜드를 단 호텔의 식음업장, 그 중에서도 뷔페 레스토랑이 외주화되어 운영된다는 게 매뉴얼 상 가능한 일인지 확인한 결과, 직접적인 답변이 되진 않았지만 가까운 일본 쉐라톤 그랜드 도쿄 베이, 웨스틴 센다이 호텔 등에서 위주 업체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호텔의 근간은 서비스이며, 이는 호텔 전 직원이 하나의 철학과 체계화된 교육으로 완성되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투숙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식음업장은 당연히 조식을 제공하는 곳이고, 아직까지도 국내 고객이 호텔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업장 역시 뷔페 레스토랑이다. 더 팔래스 서울은 호텔 식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업장을 현대그린푸드에 위탁한 것이다. 기념일과 공휴일, 계절별로 선보여야 하는 프로모션 등 호텔의 장점을 반영해 꾸준히 선보여야 하는 프로모션에서 순발력 있게 일심동체로 대처할 수 있을지, 또한 뷔페 레스토랑에 들어설 때와 나설 때 느끼는 서비스의 질감에서 차이가 없을 지는 앞으로 호텔업계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문제다. 그간 울며 겨자 먹기로 호텔의 품격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레스토랑을 유지해야했던 호텔들에게 새로운 본보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