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한국은행 뒤편. 조그맣게 숨어 있는 듯 보이는 작은 호텔은 언제나처럼 평온한 모습이다. 점심식사시간이 지난 후라, 레스토랑 ‘다인홀’은 한산했다. 조용히 차 한 잔하기 좋은 분위기에서 레스토랑 매니저가 다급히 밖으로 나간다. 힘겹게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오는 고객을 도와 로비까지 안내한다. 이곳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발표한 ‘2016 트래블러스 초이스’ 베스트호텔 대한민국 1위는 신신호텔이다.

트립어드바이저는 매년 상반기 ‘트래블러스 초이스’ 순위를 발표하는데 세계, 지역, 국가별로 25위까지 발표한다. 럭셔리, 베스트서비스 등의 순위도 나뉘지만 이번 종합 1위는 바로 신신호텔이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하부리그 팀이나 약체로 평가 받는 팀이 이변을 연출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유독 강팀의 승리보다 이런 언더독의 승리에 팬들은 더욱 열광하기 나름이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전통의 강호들을 밀어내고 ‘레스터시티’라는 생소한 팀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팀워크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모습에 모두가 환호한다.

트립어드바이저는 호텔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직 호텔리어 중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트립어드바이저 리뷰를 확인한다는 이들도 많다. 몇몇 특급호텔의 경우 TF팀을 운영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나마 가장 공신력이 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중화권이나 동남아 대신 웨스턴 고객, 영어권에 익숙한 고객이 더 많이 이용한다는 편향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북권의 다른 호텔에 비해 웨스턴 고객이 많은 신신호텔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다면 유독 왜 신신호텔에 웨스턴 고객 비율이 높은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 비결을 묻기 위해 신신호텔의 오픈준비부터 현재까지 함께 해온 황수정 부총지배인을 만났다.

트립어드바이저 1위 달성을 축하한다
2015년에 종합 18위여서 그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생각을 안했다. 하지만 1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모든 호텔 직원들과 고객에게 아무리 감사를 전해도 부족할 만큼 기쁜 일이다. 또한 이 결과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이 고객이 찾아줄 거라는 생각에 전 직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해지려고 한다.

1년 새 순위가 급격히 올라간 이유가 있나
고객에게 늘 한결 같은 자세로 임했지만, 3년이 지나 호텔이 안정이 되면서 디테일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직원들도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호텔에 대해 잘 알게 되고 고객의 성향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다.
독립호텔로서 신신호텔은 브랜드 이미지가 높지 않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호텔 자리였고 역사를 강조한다고 해서, 웨스턴 고객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다른 고객에게 어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기존의 브랜드 마케팅 방식으로는 다른 호텔과의 경쟁이 불가하다고 봤다. 그래서 오픈준비시기부터 트립어드바이저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트립어드바이저는 고객의 리뷰를 통해 운영되는 사이트다. 심사기준을 따로 오픈하지 않기 때문에 알고리즘과 로직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실제 고객의 소리일 것이다. 그래서 고객에게 간접적으로 리뷰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호텔 곳곳에 트립어드바이저 로고를 노출하여 고객이 리뷰를 남기도록 했다. 물론, 가장 우선적인 전제는 로케이션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며 이왕이면 깨끗한 호텔을 선호하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 호텔을 잘 준비해놓는 것이다.
고객의 소리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중요하다. 고객의 컴플레인은 현장에서 듣는 것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고객이 메일이나 이와 같은 리뷰 등을 통해 듣게 되는 것이다. 왜냐면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간 고객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두 번 다시 방문을 하지 않게 되는 게 가장 안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 신신호텔 황수정 부총지배인

부총지배인 만의 노하우가 있을 거 같다
신신호텔은 다른 명동권 호텔에 비해 웨스턴 고객의 비율이 높다. 이는 오픈준비부터 트립어드바이저를 포함한 해외 온라인 채널을 타깃으로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으로 예상한다. 이런 온라인 채널은 자신의 의견을 잘 공유하는 서양인들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 해도 리뷰를 남기는 건 굉장한 수고다. 또한 트립어드바이저의 경우 언어적인 면에서 영어에 익숙한 지역에서 활발히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아시아권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한 가지 팁은 고객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리뷰를 남기기보다는 고국으로 돌아가 천천히 남기기를 권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리뷰가 더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사이트처럼 가입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페이크 리뷰의 생성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IP 위치 등을 확인하는 것 같다.

인상 깊었던 리뷰가 있다면
친절함에 대한 리뷰는 솔직히 크게 감흥이 없다. 이는 호텔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직원을 지목한 리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합산해 매년 포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편이다. 가장 기뻤던 건 해외 5성 호텔에 많이 투숙한 한 고객이 ‘신신호텔에 대해 시스템와 직원교육, 호텔의 시설과 청결함 모두 하나의 일관성이 있다. 이런 호텔은 본 적이 없다’는 리뷰를 남겨줬을 때다. 신신호텔이 추구하는 바를 관통하는 내용이었다. 우리의 철학을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걸 스스로 알아주는 고객이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컴플레인의 경우 세면대 위 조명이 화장을 하기엔 조도가 너무 낮다는 내용이 종종 있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 객실의 세면대 전구를 밝은 것으로 교체했다.

내부적인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는데
호텔의 브랜드 가치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파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어떤 브랜드의 호텔에서 경력을 쌓고 있느냐가 자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자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과거 20위권 내에 1급호텔은 겨우 세 곳 밖에 없었다. 그 중의 하나가 우리고 현재 1위까지 달성한 것은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직원 모두의 성과이며, 호텔업계에 남아있는 한 평생 가져갈 수 있는 훈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호텔도, 그리고 이곳에 소속된 가족 모두 꼬리표를 단 셈이다.

앞으로의 각오는
감성은 교육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듯, 직원에 대한 교육도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장점이 있다. 이를 키워주는 게 호텔의 경쟁력이다. 독립호텔이라 가능한 것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더욱 잘 안다는 것이다. 1위 호텔답게 일관성있는 하나의 호텔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