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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배한철 총주방장
최종인 기자  |  hotell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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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9  09: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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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이라도 배한철 총주방장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바쁜 일정 탓도 있지만, 대부분 취재요청을 그가 고사한 탓이다. 자신보다는 호텔 내 다른 셰프들, 300명의 주방인원이 좀 더 주목받기를 원하는 그의 바람 때문이다. 더군다나 TV방송과 다른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그이기에, 그의 인생을 다룬 인터뷰에 새로움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 했다. 하지만 마치 이런 고민을 알고 있기나 한 듯이 붉은 빛이 선명한 쏨뱅이를 들고 배한철 총주방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제일 먼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배한철 총주방장

“완도에 있는 중개인이 아침마다 이렇게 채팅어플에 그날 잡힌 생선을 올려 줍니다. 이 채팅방은 우리 호텔 스물한 명의 주방장들이 보고 있는 셈이죠. 서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구매할 생선을 결정합니다.”

35년을 주방에서 버틴 손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보여주었다. 어제는 가시리로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맛이 좋았다며 아이처럼 웃는 그가 한결 편해졌다. 배한철 총주방장이 들고온 쏨뱅이 주위에는 가시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거제에 가보니 이런 생선이 자주 잡히는데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더군요.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아주 많이 잡힙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호텔에서는 그간 맛볼 수가 없는 생선이었어요. 산지에서는 쏨뱅이를 반건조해서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제주 옥돔에 견줄만한 맛이에요. 그런데 가격은 제주 옥돔보다 훨씬 싸니, 고객에게 착한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는 좋은 식재료를 구하게 된 셈이죠.”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식자재 구입을 시작한지는 2년 정도가 지났다. 쏨뱅이를 고객에게 선보인 건 1년여 정도다. 배한철 총주방장은 항상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다 한 번씩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도 있지만 매일 같이 찾아오는 단골고객도 있는 법이다. 이들은 늘 새로운 맛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기준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셰프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큰 동기는 상대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배한철 총주방장이 조리업계에 발을 내딘 가장 큰 동기도 자신의 요리를 좋아해준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경주 불국사 앞에서 자랐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뒷산에 불을 피워 무언가를 해먹을 때면 으레 주방장은 내가 담당하게 됐지요. 직업을 선택하는 계기는 주변인의 영향이 큽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알아본 부모의 권유가 있고, 제자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의 지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솥단지 하나 들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진로를 결정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배한철 총주방장은 친구의 권유로 1979년 경주호텔학교에 입교했다. 기본적인 호텔 조리와 제빵, 영어와 세계사 등을 배웠다. 매일 9시간씩 고된 일정이었지만 배우는 즐거움이 고통을 앞섰다. 가르침이 마음으로 흡수되는 기분을 느꼈다는 배한철 총주방장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의 인턴을 마치고 더 플라자에서 호텔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 주방보조로 11만 원을 받고 일을 했습니다. 앞길이 잘 보이질 않았죠. 결혼도 해야했고. 그래서 높은 보수를 약속한 리비아로 2년간 나갔습니다. 외국에서의 경험이 호텔에서 크게 인정을 받을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죠. 그 만큼 다른 동기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쳐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이 악물고 기술을 연마할 수 밖에 없었죠.”

국내로 돌아와 롯데호텔에서 근무를 했던 배한철 총주방장은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무하게 될 그의 직장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오픈 맴버로 참여했다. 당시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많은 호텔리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 중 하나였던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외국인 셰프의 비율도 높았고 주방설비나 위생, 그리고 갖춰진 시스템 매뉴얼까지 모든 것이 최고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국제적인 큰 행사의 만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입니다. 1988년 남북장관회담을 비롯해서 핵 안보회의, 아셈회의 등에서 국내외 귀빈들에게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배한철 총주방장이 스타로 거듭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OECD 의장국이었던 2009년 파리 회의 때 선보인 한식 코스 요리는 국내외 매체에 극찬을 받았다. 어떤 기자는 한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맛이 너무 좋아 사진 찍을 순간을 놓쳤으니 배한철 총주방장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을 정도였다.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담는 방식과 먹는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한식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았어요. 관자구이, 잡채, 불갈비 등을 선보였지만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삼계탕이었습니다. 우리야 한 끼 식사로 푸짐하게 삼계탕을 맛보지만 외국인의 취향에 맞게 수프로 대체해서 준비했죠. 그 뒤로 TV나 미디어에 심사위원 등으로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배한철 총주방장의 요리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주저 없이 여행을 꼽았다. 현지에서는 대화가 기본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 다른 입맛의 오차를 줄이는 노력을 했다. 휴가와 음식탐방을 병행하며 1년에 여섯 번은 여행을 나갔다. 2007년에는 매달 한 번씩 여행을 갈 정도로 즐겼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배한철 총주방장은 호텔 주방을 돌연 떠나버렸다.

“갑자기 일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떠났어요. 더 이상의 즐거움도, 궁금함도 마음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행만 하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컸죠. 한식행사 등을 포함해서 국내외로 1년 반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도 내내 머릿속에는 요리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매일매일 전쟁터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호텔 주방을 떠나, 비로소 멈춘 자리에서 배한철 주방장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늘 새로워야하는 압박감에서 한정된 재료와 익숙한 조리법만을 가지고 꿈틀거리는 게 얼마나 미련한 일이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역마다 감자나 양파처럼 흔한 식재료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다양한 품종의 제품들이 소량 생산되고 있었지만 늘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익숙한 재료만 찾았던 과거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막연히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는 매뉴얼에 갇혀 반복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전국을 돌며 마주한 우리 식재료들 앞에서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한걸음 멈춰서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내가 선보일 수 있는 요리가 천지였습니다.”

여행을 떠난 와중에도 한 순간도 잊지 못했던 조리. 그 길로 다시 돌아가고자할 시기에 마침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그에게 복직을 권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한 배한철 총주방장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떠나기 전 배한철 총주방장이 아니었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진행한 것이 바로 ‘로컬 푸드 프로젝트’입니다. 전국의 우수한 식재료들을 호텔을 찾는 고객에게 한시라도 빨리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2012년부터는 농수산유통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지역특산물 직거래를 시작했죠. 이는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 Fish Fillet with Aromatic Herbs Olive Oil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에는 그런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포항의 맛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포항물회’, 육즙과 계란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육전’ 등 다른 호텔 뷔페 레스토랑보다 한식의 가짓수가 많고 그 맛이 뛰어나다. 그의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해달라했을 때, 그가 가지고 온 요리가 ‘쏨뱅이’인 것도 그런 이유다. 전국에 숨어있는 우리 고유의 멋진 식재료를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끊임없이 발굴하고 소개하겠다는 그의 다짐과도 같은 것이다.

“양식을 전공했지만 ‘내 나라 요리도 못하면서 다른 나라 요리는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1990년 야간대학 전통조리과에서 한식을 공부했습니다. 우리의 뿌리는 한식이고, 그 식재료를 만들어내는 건 어부와 농부 등 고생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의 정성을 헛되이 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로컬 푸드 프로젝트’의 근간입니다.”

총주방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메인 연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연주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어떤 연주자가 어느 자리에 맞는지 알아야 하고, 높은 소리는 낮추고 낮은 소리는 올리며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 배한철 총주방장이 생각하는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소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신있는 한국 미식의 교향곡이다.

“사람은 일이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말이 중요합니다. 서로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 멋진 하모니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그 소리를 낼 수 있는 지휘자로 앞으로도 계속 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리미엄 외식 산업의 리더, 특급호텔의 미래를 준비하는 ‘Top Chef Summit for Young’
프리미엄 외식 산업의 리더, 특급호텔의 미래를 준비하는 ‘Top Chef Summit for Young’은 28년 연속 가축 질병 제로, 농축산 분야 세계 최초로 유엔이 인증한 지구 온난화 방지 기후협약 실천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고품질의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세계 45개국 특급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있는 칠레 최대의 농축산 기업 ‘아그로수퍼’와 호텔 요리 트렌드의 공유는 물론 한국 식문화와 조리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특급호텔 현직 총주방장 모임 ‘셰프테이블’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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