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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Grand Ambassador Seoul
최종인 기자  |  hotell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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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7  1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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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남산에 가고 싶어진다. 금강산처럼 사계절마다 이름이 다르지는 않지만 남산의 가을은 무언가 특별하다. 이 년 전 가을도 그랬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이 처음으로 선보인 남산 트래킹 패키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패키지를 선택하면 선물하는 백팩 안에는 생수와 비타민음료, 타올, 핫팩, 트래킹 지도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폴라로이드 필름 한 팩을 증정한다. 폴라로이드 기기는 아쉽지만 대여품이다. 소풍을 가듯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담당자들과 남산을 향했다. 패키지를 기획한 담당자는 농담처럼 내게 말했다. “남산을 횡단보도 한 번 안 건너고 걸어갈 수 있는 건 저희 호텔뿐입니다.”

남산을 둘러싸고 참 많은 호텔이 있다. 가까이는 신라호텔부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멀리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까지. 저마다 남산을 대하는 태도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작은 차이를 생각해내는 노력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은 국내 최고(最古)의 민영호텔이다. 그래서 역사만큼이나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아담한 2층 가옥임에도 호텔에 큰 뜻이 있던 故 서현수 회장이 ‘금수장여관’이 아닌 ‘금수장호텔’로 명명한 이유, 외국인을 대하는 국내 최고의 ‘대사’가 되겠다는 의미로 지어진 앰배서더호텔이란 이름이 사실은 앞에 이니셜 ‘A’가 전화번호 최상단에 게시되기 때문이라는 농담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와 같은 사실을 올해 개관한 ‘의종관’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故 서현수 회장의 옛 자택의 모습을 살려 완성된 호텔 박물관 ‘의종관’에서는 보존이 잘된 과거 호텔의 소품들과 과거모습과 똑같이 재현된 금수장호텔의 목제문을 실물로 볼 수 있다.

금수장호텔은 1965년 앰배서더호텔로 이름을 바꾼 후 10년 간 세 차례에 걸쳐 증축공사를 통해 450객실의 특급호텔로 거듭났다. 호텔의 키가 자라나는 만큼 최초의 시도를 통한 혁신도 많았다. 1981년 국내호텔 최초로 해외사무소를 일본에 설치했다. 같은 해 판촉 성과 포상제도를 시행해 월급과 맞먹는 인센티브를 호텔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1983년에는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앰배서더호텔은 단순히 호텔 뿐 아니라 식음업계에도 큰 파격을 주었다.
1997년 국내 최초의 호텔 뷔페 레스토랑 ‘킹스’를 오픈했다. 당시 호텔업계는 ‘점잖은 사람들이 시장 바닥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겠느냐’며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숙련된 호텔리어의 서비스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호텔 뷔페는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 유치로 인해 많은 대형호텔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힐튼, 하얏트, 인터컨티넨탈 등 미국계 글로벌 체인과 연계했는데 앰배서더호텔은 남달리 프랑스계 글로벌 체인 호텔 그룹인 아코르와 협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업계 최초를 달성하며 호텔 내외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현재의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은 조금 클래식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의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이 좋았다. 오픈하는 수많은 호텔을 다니며 잠을 청한다. 가끔은 곱게 화장을 한 여인처럼 아름다운 객실을 마주하지만 불을 끄고 하루를 보내면 보게 되는 민낯에 깜짝 놀라기 마련이다. 실용이 없는 디자인을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은 따스한 엄마의 품 같은 호텔이다. 잘 정돈된 객실과 필요한 곳에 딱 위치한 어메니티. 군더더기가 없는 동선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호텔을 나와 길을 걸었다. 동국대학교를 지나 장충단 공원, 리틀야구장을 거치면 남산을 오를 수 있
다. 중간에 멈춰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 엄밀히 말하면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이 제공하는 건 후지 인스탁스 즉석카메라다. 폴라로이드사는 2010년 초에 폴라로이드 필름 생산을 중단했다.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러브레터」에 나왔던 폴라로이드 사의 SX-70 같은 모델은 이제 더더욱 볼 수가 없다. 폴라로이드에는 따로 건전지가 들어가지 않는데, 필름 자체에 10장 정도를 찍을 수 있는 양의
전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5년인 지금이면 마지막 해 생산된 폴라로이드 필름의 유통기한이 다했을 시기다. 폴라로이드는 이제 정말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물건이 되었다. 그 이름만을 대표하며.

문득 의종관에서 본 금수장호텔의 목제문이 생각났다. 지금은 금수장호텔도, 앰배서더호텔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아코르와 함께 전국 각지에 ‘앰배서더’란 이름으로 그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머릿속에 떠올리며,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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