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10월 1일 오픈하는 새로운 럭셔리 호텔에 이목이 집중된 시기. 또 하나의 메리어트가 강북에 들어선다는 이슈가 호텔업계를 강타했다. 메리어트라는 익숙한 이름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 대상이 정확하게 JW 메리어트인지, 코트야드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드디어 9월 17일 베일을 벗은 이름은 ‘더 플라자 - 오토그라프 컬렉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라자호텔’이다.

독립호텔의 생존전략? 소프트브랜드
‘더 플라자’는 분명 서울을 대표하는 호텔이다. 시청광장 맞은 편, 심지어 호텔이름도 ‘광장’이다. 고궁과 가깝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을 아우르는 훌륭한 입지 덕에 인기를 구가하던 호텔이다. 하지만 일본관광객의 감소와 더불어, 더 플라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근처 조선호텔은 ‘웨스틴’의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고객을 모집할 수 있었다면, 더 플라자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국가에 대한 세일즈 망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아쉬운 부분을 채우기 위해선 글로벌 브랜드의 힘이 필요했고, 그렇다고 호텔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소프트브랜드(Soft Brand)’다.
소프트브랜드는 이름에서처럼 알 수 있듯이 기존의 매니지먼트나 프랜차이즈 계약과는 강도가 다르다. 호텔의 전체 콘셉트를 바꾸거나, 글로벌 체인 호텔의 스탠더드를 맞추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체인에 소속돼 예약시스템과 마케팅,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가 깊은 독립호텔 오너들이 선호하는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더 플라자는 독립호텔연합인 프리퍼드 호텔 그룹(Preferred Hotel Group)소속이었다. 그러나 이번 체결식을 통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을 선택한 계기는 확실하다. 더 플라자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간 프리퍼드 호텔 그룹 소속으로 다양한 세일즈 마케팅 제휴의 효과를 봤다. 다만 각 독립호텔과 연관된 기업체, B2B 시장에서의 효과만 두드러졌다”며 “FIT가 대세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좀 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메리어트의 장점과 더 플라자만의 장점을 합쳐, 새로운 개념의 호텔을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더 플라자와 오토그라프 컬렉션의 전략적 제휴 체결식

더 플라자의 ‘오토그라프 컬렉션’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재 메리어트 체인에서 최상위 브랜드 중 하나인 ‘JW 메리어트’는 강남권인 반포에 하나, 그리고 강북권으로 불 수 있는 동대문에 하나 위치해 있다. 아무래도 규모나 객실 상태 등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리어트 체인이면서 완전히 국내 고객에게 생소한 오토그라프 컬렉션의 선택은 자신들의 정체성인 ‘플라자’라는 이름을 지키면서 새로운 세일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호텔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더 플라자가 메리어트 또는 다른 글로벌 체인의 일반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로 더 플라자만의 사내문화를 꼽기도 한다. 글로벌 체인 호텔들은 정형화된 서비스와 시스템을 갖추고 이에 맞춰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현장에 투입하나,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원의 영향력이 큰 더 플라자의 현 상황이 반영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Tribute Portfolio_ Royal Palm South Beach Miami

글로벌 호텔 그룹의 컬렉션, 독립호텔을 수집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내용으로만 보면 소프트브랜드는 독립호텔에게 많은 이득을 안겨주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름부터가 컬렉션(Collection)이라는 부분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수백 개의 프로퍼
티 중에 단순히 하나를 추가한다고 보기에는 수집의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직접적으로는 독립호텔을 소프트브랜드에 포함시키며 마케팅과 예약에 따른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소프트 브랜드에 소속된 대부분의 독립호텔들이 해당 국가의 경제·문화적 중심지에 위치해있는 경우가 많아 해당지역에 신규호텔을 건설하는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글로벌 호텔 그룹의 경쟁자는 소규모의 독립호텔이라기보다 OTA 등 예약 업체이기 때문에 자사 회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소프트브랜드는 글로벌 호텔 그룹에게 나름의 득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호텔 그룹의 장점은 세계 어느 곳을 방문하든 일정한 퀄리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투숙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여행의 트렌드가 변화하며 좀 더 지역적 특색을 맛보고 싶은 여행객이 증가했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에어비앤비(Airbnb)’로 대변되는 숙박공유시스템이라면, 좀 더 안전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고객에게는 해당지역의 독립호텔 만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만한 숙박시설이 없을 것이다.

Tribute Portfolio_ The Kiroro, a Tribute Portfolio Hokkaido

20여 년 전 스타우드 호텔 앤 리조트는 글로벌 호텔 그룹 최초로 ‘럭셔리컬렉션(Luxury Collection)’이라는 소프트브랜드를 선보였다. 최근 10년 전부터 많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엄격한 심사기준과 의도에 맞지 않는 시도(삼성동에 건설중인 파르나스타워에 2017년 럭셔리컬렉션이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오너의 변경을 통해 무산됐다) 등으로 인해 새로운, 좀 더 다양한 독립호텔을 포함할 수 있는 소프트브랜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리하여 스타우드는 2015년 4월 두 번째 소프트브랜드이자, 스타우드 열 번째 브랜드인 ‘트리뷰트 포트폴리오(Tribute Portfolio)’를 선보인다. ‘스테이 인디펜던트(Stay Independent)’가 슬로건인 트리뷰트 포트폴리오는 최근 여행 트렌드에 대한 글로벌 호텔 그룹의 대응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상징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향후 5년 이내 100개 이상의 호텔을 확장할 계획인 스타우드는 첫 번째 호텔로 ‘로얄 팜 사우스비치 마이애미’를 소개했고 아시아·퍼시픽 지역에서는 일본 홋카이도의 ‘키로로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홋카이도'를 1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IHG는 2014년 말 ‘킴튼 호텔스Kimpton Hotels’를 인수하며 소프트 브랜드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힐튼의 경우 ‘큐리오-컬렉션 바이 힐튼Curio-A Collection by Hilton’이라는 소프트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힐튼 큐리오-컬렉션 바이 힐튼에 대한 소개 문구가 바로 소프트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을 탐구하고 특색있는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고안된 큐리오는 전 세계의 4성 또는 5성 호텔 중에서도 눈에 띄는 특징을 지닌 호텔만을 까다롭게 선택한다. 큐리오(Curio)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큐리오의 모든 호텔들은 흥미롭고 독특하고 때로는 희귀한 각각의 특성을 지니면서도, 어느 호텔에 가더라도 힐튼의 명성에 걸맞은 서비스를 확신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독립호텔연합은 소프트브랜드와 공존할 수 있을까
과거 글로벌 호텔 그룹의 약진 속에 각국, 특히 유럽에 역사 깊은 독립호텔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합체를 구성했다. 그중 대표적인 독립호텔연합으로는 앞서 언급한 프리퍼드 호텔 그룹과 리딩호텔스 오브 더 월드(Leading Hotels of the World), 스몰 럭셔리 호텔스 오브 더 월드(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등이 있다. 이들의 장점은 소프트브랜드보다 저렴한 비용과 운영에 대한 간섭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리딩 호텔스 오브 더 월드(이하 리딩 호텔)의 김용국 이사는 “독립호텔의 강점은 그들만의 색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 지역의 VIP고객을 확보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 리딩호텔의 전략은 리워드 프로그램의 강화다. 꾸준히 리딩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보여주는 가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리딩호텔은 현재 430개 호텔 수준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의 퀄리지 유지를 위해 테스트 항목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해야지만 자격이 유지된다. 연간 40개 정도의 호텔이 빠지고 들어오고를 반복한다. 이는 단순히 퀄리티의 변화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시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리딩호텔 회원사에게 맴버십 비용을 받지 않고 보유 객실수 대비 3배수의 리딩 호텔 회원 확보를 요청한다. 소프트브랜드가 가지는 장점, 로열티 프로그램에 대한 대항마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역사가 깊은 독립호텔은 대대로 지역 유지가 VIP고객인 경우가 많아 해외여행 빈도나 럭셔리 호텔 선호도에서 앞서는 부분이 있다.
김용국 이사는 “80개국에 위치한 리딩호텔 회원간의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특정 국가의 고객이 몰리는 경우 해당 국가 리딩호텔 소속의 호텔 관계자에게 고객응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VIP를 오랫동안 해온 상대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다” 며 “글로벌 호텔 그룹처럼 스탠더드를 정하고 일괄적으로 지침을 내려 이를 해당 지역에 맞게 수정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깊은 독립호텔이 몸소 체득한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시스템이기에 그 서비스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현재 리딩호텔을 포함한 독립호텔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독립호텔연합 자체의 마케팅이다. 대부분 독립호텔은 그 독립호텔로 인정을 받지만 해당 호텔이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리딩호텔 또한 충분히 훌륭한 회원사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신라호텔이 리딩호텔에 소속되어 있다는 걸 아는 국내 고객이 많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