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당첨된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미있는 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뷔페 레스토랑에 방문해 샐러드 한 접시만 먹고 나오겠다거나, 강남에 땅을 사 농사를 짓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 속에 한 가지 문구가 눈에 띈다. ‘난 오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가서 화장실만 쓰고 나올 거야!’ 그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호텔을 찾아 운동하고 수영하고 밥을 먹거나 회의만 하고 가는 이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쏘아올린 작은 불씨
지난 5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일요일만 한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데이 겟어웨이’ 패키지를 선보였다.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다. 야외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풀사이드 바베큐 2인 식사권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호텔의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투숙객처럼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가격은 일반적인 객실요금보다 저렴하다.
이에 대해 호텔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다소 많은 편이다. 엄밀히 말하면 부러움이 다소 섞여있다고 볼 수 있다. 규모가 크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잘 알려진 곳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즐기는 것만으로 고객이 방문할만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어쩔 수 없이 한국 숙박업의 ‘대실’문화를 언급할 수 밖에 없다. 한 호텔 관계자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이번 패키지는 데이유즈라는 관점에서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공항, 도심과 중심업무지구의 호텔을 방문하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호텔이 적지 않다”며, “다만 특2급 이하의 호텔에서는 일반적인 모텔처럼 ‘대실’의 개념으로 판매되는 객실도 있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패키지가 일반적인 데이유즈 상품과 다른 것은 그 타깃이 국내 레저 고객 중심이라는 점이다. OTA와 소셜커머스, 당일예약앱 등의 활약으로 호텔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휴일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문화 자체가 성숙하면서 호텔은 더 이상 어렵고 불편한 장소가 아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요일 투숙객 확보가 어려운 호텔 입장에서 과감히 1일 숙박 부분을 제외한 데이유즈 판매는 합리적인 가격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브라이언 해리스 마케팅 총괄이사는 “데이유즈 패키지는 이미 해외에서 보편화된 개념이다. 쉐라톤, 힐튼, 하얏트, 웨스틴, 라마다, 홀리데이인, 소피텔, 노보텔 등 다수의 인터내셔널 호텔 브랜드가 유사한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며, “이번 패키지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시선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텔 경영진이 임원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객의 반응도 뜨겁다”고 밝혔다.
실제로 선데이 겟어웨이 패키지에 대해 신라호텔은 부정적인 반응을, 롯데호텔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기사가 게재됐다. 두 호텔 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같은 파격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두 호텔의 공통점은 로컬호텔이라는 것이다.
대신 서울 신라호텔의 경우 ‘선데이 마리아주’ 패키지를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다. 이 패키지 역시 일요일 한정으로 2인 식사와 ‘어반 아일랜드’ 수영장 입장권 등 다양한 혜택을 포함하고 일반객실가보다 파격적인 금액을 제안한다. 하룻밤의 숙박을 포기해도 될 만큼 매력적이다.

▲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과감한 도전
논란의 5월이 지나자, 강남에서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이 새로운 패키지를 선보였다. ‘대즐링 시에스타’ 패키지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달리 주중에만 예약가능하며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객실 이용과 뷔페 레스토랑, 수영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저녁 뷔페 2인 이용가에 조금만 더 추가하면 되는 금액이라 실질적으로 객실 비용은 거의 지불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번 패키지에 대해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정병우 판촉 이사는 “고객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었다” 며, “먼저 비즈니스 고객 측면에서는 경제가 어려워 글로벌 기업에서 출장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을 직시했다. 오버나이트 플라이트를 통해 아침에 한국에 도착해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출장객이 많은데 그간 이들에게 온전한 하루 객실요금을 받았다. 하지만 데이유즈를 통해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한다면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고객의 경우 장시간 비행과 이동으로 미팅 전 복장 및 위생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때 잠시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하기에 데이유즈 상품이 제격인 것이다.
한편으로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이 노리는 것은 국내 레저 고객이다. 이에 대해 정병우 이사는 “일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이미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어 굳이 데이유즈 상품을 판매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주중에 호텔을 이용하고 싶은 고객, 특히 아이를 둔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이번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패키지는 회원과 투숙객에게만 오픈되는 호텔 피트니스 클럽과 수영장을 이용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적절히 반영한 것이다. 주중 비즈니스 고객 중에는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룸 컨디션을 회복하고 정오부터 데이유즈 고객의 입실이 가능하게 조정하고 있다.

▲ 호텔스 바이 데이(Hotels By Day) 웹사이트

새로운 온라인 예약 플랫폼, 호텔스 바이 데이 Hotels By Day
2015년 2월 론칭된 ‘호텔스 바이 데이(Hotels By Day, HBD)’라는 호텔의 데이유즈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이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5월 기준으로 16개 미국 주요 도시의 97개의 호텔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운영 중이다. 호텔스 바이 데이의 공동 설립자 Yannis Moati는 여행업계에서 12년간 경력을 쌓은 인물로 호텔스 바이 데이가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분명한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우선, 호텔 자체 예약시스템과 경쟁하게 되는 OTA와는 개념이 다르다. 실제 호텔에서 활발한 마케팅과 홍보활동으로 판매할 수 없는 데이유즈의 특징을 파악하고 호텔의 ‘또 다른 수익창출’이란 개념에서 상품 판매를 돕는 형태다.
이는 마치 국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당일 예약 모바일 앱 시장과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 또 한 가지는(외국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스 바이 데이가 제공하는 상품이 모텔의 상품처럼 보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의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일관성과 사용 및 접근용이성은 기본으로 갖추었다.

▲ 호텔스 바이 데이(Hotels By Day) 웹사이트

소비자 입장에서 호텔스 바이 데이를 이용할 가장 큰 동기는 무엇보다 가격이다. 예를 들어 햄프턴 인 시카고에서 1박을 하게 되면 약 200달러의 금액을 내야하지만 호텔스 바이 데이를 통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용하게 된다면 70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호텔스 바이 데이가 예상하는 고객층은 앞서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이 예상한 고객과 일치한다. 해외출장 시 비행기 환승, 미팅에 대비한 개인정비가 필요한 비즈니스 고객과 도시를 여행하기 전 휴식이 필요한 레저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 호텔스 바이 데이(Hotels By Day) 모바일 앱 화면

호텔스 바이 데이에 따르면 데이유즈 고객의 대다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에 분포되어 있으며, 70%가 도심과 중심업무지구, 30%가 공항의 호텔을 이용했다. 특히 예약 중 30% 이상이 당일 예약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호텔스 바이 데이의 핵심 도시는 뉴욕과 마이애미이며, 뒤이어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이 따르고 있다. 볼티모어나 샬럿 처럼 국제공항이 거점으로 활용되거나, 팜 스프링스 처럼 여행지로 유명한 도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데이유즈를 이용하는 고객의 주요 시간 / 데이유즈를 이용하는 주요 장소 중 공항과 도심/중심산업지구 비율 <자료제공_ HVS Report>

호텔스 바이 데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호텔 중 로컬호텔의 비율은 55%, 글로벌 체인 호텔은 45%를 차지한다. 하지만 아직 100개 이내의 파트너십을 통한 통계이기 때문에 향후 가능성은 예측 불가라 볼 수 있다. 또한 파트너십 제휴 호텔 중 상당수가 어퍼 미드스케일에 속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호텔스 바이 데이는 장기적으로 호텔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 호텔스 바이 데이 주요 파트너 호텔의 로컬호텔과 글로벌 체인 호텔 비율 / 호텔스 바이 데이 주요 파트너 호텔의 호텔 세그먼트 비율 <자료제공_ HVS Report>

또한 데이유즈 고객은 호텔 내 식음업장 이용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호텔측에서는 증가하는 데이유즈 고객을 위해 좀 더 섬세한 운영이 필요하다. 우선적인 비용발생은 하우스키핑에서 비롯된다. 룸 컨디션은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까?
기존의 성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었던 용어인 ‘대실’은 국내에서 ‘호텔’과 ‘모텔’을 구분짓는 가장 큰 잣대였다. 하지만 데이유즈 상품의 경우 호텔의 서비스를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한다는 점에서 ‘대실’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야 한다. 그 만큼 국내문화가 성숙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다만 데이유즈 상품을 구성함에 있어 다양한 혜택을 부가적으로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대중화가 되기 위에서는 야외수영장 유무와 오너십의 문제 등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판매실적이 좋아 자연스레 다른 호텔도 뒤따르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만약 호텔 측에서 전면적으로 데이유즈 상품을 팔기 껄끄럽다면 B2B 한정 등의 콘셉트로 호텔스 바이 데이 같은 업체가 생겨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