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10시부터 15시까지 ‘마르쉐@혜화동’ 장터가 열렸다. 미국의 파머스마켓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이 장터는 2012년 10월 이보은, 송성희, 김수향의 기획으로 첫 선을 보였다. 종로구와 여성환경연대(마르쉐친구들)가 공동 개최하는 ‘마르쉐@혜화동’은 로컬푸드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게 됐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계절과 제철 작물에 따라 그 주제를 달리한다. 이번 주제는 ‘밀과 보리’로 햇밀과 햇보리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 다양하고 건강한 빵을 주로 선보였다.

▲ <이숙자핸드마켓> 수리취떡, 양파, 마늘, 부추, 고추, 매실장아찌, 고추장, 열무김치 등을 판매한다.

‘마르쉐@혜화동’의 특징은 환경을 생각하는 기본 취지를 바탕으로 개인 텀블러, 밀폐용기 등을 소지한 방문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양을 더 주거나, 간단한 쿠키 등을 추가로 증정한다. 텀블러와 밀폐용기를 소지하지 않으면 각 부스에서 보증금을 내고 컵과 접시, 숟가락 등을 대여할 수 있다. 보증금은 2000원에서 5000원 선이다.

▲ <달 키친, 달 버거> 채식 햄버거. 시작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매장은 농부팀, 요리팀, 수공예팀 세 분류로 나눠지며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해 입점할 수 있다고 한다. 이중에도 입소문이 난 메뉴는 오픈하자마자 긴 줄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열두 가지 곡물채소 패티를 활용한 채식 햄버거를 선보이는 ‘달 키친, 달 버거’는 10시 개장 후 30분 만에 품절이 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 <셰 브렌네르> 프랑스 전통의 스프레드형 고기인 리예뜨 병담음과 함께 리예뜨를 양파와 타임, 통후추를 넣고 올리브오일과 함께 볶아서 바게뜨 빵 위에 얹어서 먹는 ‘타르틴 오 리예뜨’ 를 판매한다.

공정무역, 느림의 미학, 환경보호 등 현대인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품은 ‘마르쉐@혜화동’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이날 한 방문객은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장터를 도심에서 세련된 형태로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며, “건강이 더욱 중시되는 현대사회에 엄선된 신선한 채소를 구매한다는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지만 장터를 방문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기엔 쾌적한 장소 제공이 없음에도 일반 매장과 다를 바 없는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 <마음은콩밭>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홈메이드 자몽슬러시, 딸기슬러시와 오디효소로 맛을 낸 샐러드 드레싱, 부암동 텃밭에서 직접 기른 바질페스토, 블랙 올리브와 참치를 곁들인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판매한다.

‘마르쉐@혜화동’외에도 도심형 장터의 유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회동의 ‘빵순이 장터’, ‘이태원 계단장’, ‘플리마켓 옛 한남’도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첫 선을 보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장(Jang)’도 이와 같은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도심형 장터 '장(JANG)'의 포스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장’에는 12개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참여하여 각각의 부스에서 지역 특산물, 건강식품, 아동의류, 자연주의 화장품, 반려동물 용품 등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한 쪽에는 반얀트리 호텔의 셰프들이 직접 만드는 다양한 즉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지난 7월 12일에도 '장'을 선보였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 <어스맨> 공정무역 라오스 대나무 바구니, 가방, 통을 포함한 다양한 대나무 소품 등을 판매한다.

도심형 장터는 ‘합리적 소비’에서 ‘착한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에 동참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심형 장터가 점차 발전하면 미국의 파머스마켓이나 유럽의 벼룩시장 못지않은 한국만의 관광 상품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도심형 장터가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고 누려야할 상위문화의 느낌이 아니라 진정한 ‘장터’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