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대사처럼 현재는 늘 불만스럽고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게 된다. 삶이 원래 그렇다지만, 상상 속 황금시대인 17세기의 파리를 고스란히 재현한 포시즌스 호텔 조르주 생크 파리(Four Seasons Hotel George Ⅴ Paris)를 경험하는 것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는 하루의 시작이 될 것이다.

샹젤리제 극장에서 시작해 길게 이어지는 몽테뉴 거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숍으로 즐비한 쇼핑의 명소이다. 이 길 끄트머리에 귀족적인 풍모를 당당히 드러내는 호텔이 바로 포시즌스 조르주 생크 파리다. 골든트라이앵글(triangle d'or)로 유명한 파리 8구, 애비뉴 몽테뉴, 조르주 생크 애비뉴 안에서 8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온 아르누보 양식이 빛을 발한다.

1928년 미국인 조엘 힐만의 지시로 프랑스인 건축가 르프랑(Lefranc) 등이 디자인한 조르주 생크 호텔은 오픈 당시 모던과 우아함, 혁신적인 기술로 당시 파리 상류층과 호텔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급증하는 미국 여행객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조르주 생크 호텔은 이후 비틀즈 등 세계 유명 인사가 즐겨 찾는 호텔로 명성을 누렸다. 지금은 별 것 아닌 기술이지만 조르주 생크 호텔은 모든 객실에 전화를 연결하고 스위트룸에 두 개의 욕실을 구비 ‘동시에 목욕을 즐기고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스토랑의 주방이 일반적으로 지하에 있던 것과 달리 조르주 생크 호텔은 레스토랑과 함께 1층에 주방을 두었다. 또한 어른들의 격식있는 식사를 돕기 위해 아이와 보모를 위한 식사 공간을 별도로 제공했다. 300개의 전체 객실 중 보모와 하인들을 위한 객실이 70개나 된다는 것도 조르주 생크 호텔이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최고급 호텔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화재경보기, 룸서비스용 엘리베이터 등을 갖춰 당시 파격적인 6000만 프랑(3100만 달러)의 공사비를 소모했다. 오픈 당시 4베드룸의 가격은 150프랑이었다.

1930년에는 세계 최초로 호텔 내 체이스 뱅크가 창구를 개설하고 베를린, 마드리드, 런던을 잇는 3인승 에어택시를 운영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젠하워 장군의 집무실로도 이용됐는데 이후 미국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는 파리를 방문했을 때 이 호텔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1997년 조르주 생크 호텔은 사우디의 왕자 알 왈리드 빈 탈랄 알사우드(Alwaleed bin Taral Alsaud)에 의해 포시즌스 호텔 그룹과 장기 위탁 계약을 맺으면서 2년여 간의 시간 동안 리노베이션을 거쳐 1999년 12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포시즌스 호텔 조르주 생크 파리로 공식 명칭을 바꾼 호텔은 새로운 모던함이 아닌, 17세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방향으로 리노베이션을 끝냈고 현재도 매주 9000여 개의 꽃을 네덜란드에서 공수해오는 등 과거의 우아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스위트룸 59객실을 포함한 244개의 객실을 운영 중이며 객실가격은 800유로에서부터 1만1000유로까지 다양하다.

에펠탑과 개선문, 콩코드 광장과 통하는 포시즌스 호텔 조르주 생크 파리는 역사를 품은 외부의 화려함 뿐만 아니라 고객을 배려하는 뛰어난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정이 넘어서도 깨지 않는 17세기 귀족의 삶을 환영처럼 보여줄 것이다.

미슐랭 투스타의 르생크(Le cinq) 레스토랑은 전통 프랑스 음식을 선보이며 에릭 비파흐(Eric Biffard) 셰프와 티에리 아몽(Thierry Hamon) 소믈리에가 이끌고 있다. 호텔 8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와인셀러에는 5만 병에 이르는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미식의 도시인 파리에서도 빛나는 레스토랑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