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란 표현은 정중하고 우아하나 가끔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다. 특히 호텔은 항상 품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광고에서도 그런 신중함이 드러난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다섯 곳의 호텔은 기발하고 재치가 넘치면서도 진정성을 잃지 않는 광고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1. Take me to the Hilton!
여행자가 사막과 정글의 여정을 마치고 꽤나 지쳐 있을 법하다. 그가 자신을 옮겨줄 이들에게 단 한마디를 외친다. 나를 힐튼에다 데려다주오.
존 덴버의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것 같은 이 카피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광고안이었다. 그 시절 호텔 광고는 보통 호텔의 서비스나 하드웨어를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을 굳이 이야기 하지 않고, 반어법적인 자연의 사진, 여행자의 모습과 강렬한 카피로 수많은 이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호텔 광고업계에 오래 남을 역작 중에 역작이다.
호텔 홍보실에서 광고까지 담당하면서 늘 머릿속에는 이보다 더 강한 광고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광고라는 게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수적인 환경에서 이 같은 임팩트를 가진 광고를 만들기 쉽지 않아 늘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지금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이 광고를 보면서 정말 어딘가에 있는 힐튼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2. Check in, Check out_ Hans Brinker Budget Hotel, Netherlands
호텔 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고객 또는 호텔리어의 미소, 아니면 호텔의 럭셔리한 하드웨어. 하지만 한스브링커 호텔의 광고는 이 모든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다.
한스가 누군가? 네덜란드 둑이 터지는 것을 손가락 하나로 막았다는 전설의 인물 아닌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지만,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전혀 모른다는 이름을 호텔명으로 삼은 것만 해도 이 호텔이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체크인 할 때 말쑥하던 얼굴이 체크아웃 되어 형편없이 변해버린다든지, 커튼을 수건으로 사용한다든지 화장실 휴지조각을 타올로 생각한다든지 이빨 빠진 포크를 이미지로 사용한다든지 하는 사진을 보면 이 호텔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호텔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 호텔의 광고안은 마케팅판촉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공로로 주는 에피상 금상을 수상한 화제의 작품이다.
한스브링커 호텔은 사실 유스호스텔 급의 호텔이라 럭셔리 호텔의 최고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과 자신들이 생각하는 에코 철학을 부각하고자 이런 역설적인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불편한 호텔로 전 세계 인터넷 매체에 소개되면서 이 호텔은 역설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광고안을 만든 광고회사는 덕분에 미국까지 초대되는 영광을 안기도 하였다. 미국의 광고회사들에게 던진 그들의 일갈은 “정직하게 알려야한다”라는 것이었다. 정직해도 너무 정직하다. 거기에 더럽고 불친절하기까지……. 하지만 손님은 몰린다.

3. Have you ever seen an elf?_ Hotel do Frade & Golf Resort, Brazil
2014년 월드컵이 열렸던 정열의 나라 브라질.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이기도 했던 대표적인 도시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보통은 ‘리우’라 불리는 이곳은 시드니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 3대 미항 중에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앙그라두스헤이스’라고 하는, 발음하기도 힘든 해변지역에 위치한 프레이드 호텔(Hotel do Frade)은 방문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호텔리조트다. 올 초 미국의 가수 겸 배우 리한나가 이곳에서 촬영한 세미 누드집이 공개되면서 리우의 앙그라두스헤이스라는 지역명칭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도 있다.
호텔 전문평가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 평가에 올라오는 프레이드 호텔에 대한 찬사의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브라질 방문 시에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호텔이기도 하다. 물론 그 브라질 가는 길이 너무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이 호텔의 광고는 지역의 이름만큼이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요정이 바위에 앉아 있고, 공룡이 뛰어놀고, 유에프오가 하늘에 떠있는……. 실제로도 호텔 주변 환경 사진을 보면 공룡이 뛰어놀던 시절의 그 풍광이라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색적인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광고 회사도 그 점에 주목했을 것이다. 이것을 승인한 경영진의 안목도 놀랍지만 어쨌든 이 광고안은 주라기 공원이나 SF영화 광고가 아니라 엄연히 호텔리조트의 광고다.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4. It's in our nature_ Shangri-la Hotels & Resorts
1971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60여 개가 넘어가는 브랜드로 발전한 샹그릴라 호텔 앤 리조트 그룹의 이번 광고는 획기적이다. ‘이방인(고객)을 자신 스스로라 생각하고 안아주는 것이 가장 큰 호스피탈리티다.’라는 샹그릴라 그룹의 서비스 모토를 늑대와 여행가, 수영하는 여인과 돌고래, 백조와 발레리나에 비유했다. 여기서 사람은 고객, 동물은 샹그릴라 직원들을 의미하는 것.
자신들을 기꺼이 동물로 묘사하였지만, 광고 이미지에서 보듯이 동물로 내려간 것이 아니라 인간을 아우르고 보살피는 모습으로 승화되어있다.
‘샹그릴라’라는 이름은 제임스 힐튼의 작품 「잃어버린 지평선」(1933)년에 등장하면서, 유토피아적인 지역으로 묘사되어 세계인들에게 각인됐다. 샹그릴라 신드롬은 나이든 사람이 젊게 살고싶어 하는 욕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광고안이 눈길을 모으는 것은 이러한 몽환적인 백그라운드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부띠끄 호텔이나 단일 로컬 호텔이 아니라 2만7000여 개 이상의 객실을 갖춘 글로벌 체인 호텔 광고안은 모험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샹그릴라의 이번 모험의 위대한 성공은 호텔 이름처럼 전설의 것으로 남을 듯하다.

5. Yes Country For Old Men_ HOTEL LEGOLAND CONFERENCE CENTER
레고 광풍의 시대다. 필자의 기억에 레고라는 회사가 원래 이렇게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레고가 ‘최신식으로 무장한 디지털 게임기나 새로운 종류의 장난감에 밀려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라는 기사를 읽은 지가 불과 십여 년 전이었다.그러나 최근 레고의 마케팅을 보고 있자면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 기세면 달나라까지도 레고 블록을 보낼 기세다.
호텔 레고랜드는 레고테마파크가 있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하여 미서부 캘리포니아 등지에 운영되고 있는 패밀리 콘셉트 호텔이다. 패밀리 호텔에서 비즈니스를 하기위한 컨퍼런스룸이라……. 호텔 레고랜드는 아주 간단하게 이를 설명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레고모양의 각설탕을 넣을 수 있는 여유와 양복을 입고 컨퍼런스를 하더라도 일을 성공하여 악수를 나눌 수 있다는 메시지. 화면 배경이 블랙에 가깝게 처리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레고랜드에서의 비즈니스는 그만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고는 뭘 해도 멋져 보인다. 이렇게 심플한 광고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하고 있다.

글_ 안재만 버네이스 애플트리 PR 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