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최장수 클럽 ‘제이제이 마호니스’의 개관 때부터 운영을 도맡고 있는 그랜드 하얏트의 구유회 부장은 클럽의 아이콘이다. ‘스타 호텔리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로 명성 있는 그에게는 세 개의 이름이 있다. 구유회, 로랑, 그리고 제이제이 마호니. 본래 제이제이 마호니씨는 클럽 파티의 주최자라는 콘셉트로 그랜드 하얏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으나, 해가 거듭될수록 구유회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하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6년간 항상 백 스테이지에서 파티를 연출하고 지휘한 이가 다름 아닌 구유회 부장이었으니, 사실상 제이제이 마호니씨의 정체는 구유회가 아닌가.

 
J.J. Mahoney's 라는 클럽명은 어떻게 지어졌나
‘J.J. Mahoney의 클럽’이란 뜻이다. 아일랜드의 마호니라는 라스트네임에서 따왔다. 당시에는 마호니란 이름 자체가 생소하고 발음도 특이하다보니 마호니스를 마요네즈, 마호가니 등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니셜이 있으면 의미 전달이 쉬울까 싶어 J.J.를 붙이게 됐다.

클럽이 한 자리에서 26년간 명칭도 바꾸지 않은 채 장수하고 있어 신기하다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이제이 마호니스처럼 클럽이 장수한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1988년 제이제이 마호니스 오픈과 동시에 매일 파티를 열었다. 첫날은 미디어 관계자를 초청했고, 둘째 날은 법조인들을 초대했다. 다음날은 영화업계 관계자들, 그 다음날은 스타일리스트와 모델, 디자이너들. 그렇게 15일간 매일같이 파티를 열고나자, 제이제이 마호니스 문 앞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핸드폰도 없었을 때였다. 당시엔 유명 여배우들도 자리를 잡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은 클럽 경쟁이 치열해 전 같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 클럽의 매료돼 계속해서 찾는 손님들이 계신다. 주변에 이곳에서 만나 결혼한 사례도 많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 이가 아들과 함께 클럽을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손님이 계속해서 방문해주어 영업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만 1500만 명이 이곳을 찾았고, 그 중 외국인이 20%였다.

다른 클럽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처음 개관했을 당시와 내부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다수의 클럽이 인테리어와 음악 등 클럽의 핵심 요소에 있어 트렌드를 발 빠르게 좇는데, 제이제이 마호니스는 우리만의 것을 고수한다. 트렌드에 민감하면 차별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파티 기획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고, 7일조 라이브 밴드를 4개월에 한 번씩 바꾼다. 밴드만큼은 항상 최고를 고집한다. 또한 내 일상 속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파티에 접목시켜 생각한다. 그런 고집이 제이제이 마호니스를 유지시키고 있다.

비단 클럽뿐만 아니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전체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진가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타임리스(Timeless)다. 예를 들어 마호니스의 쇼파 가죽이 낡아 교체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최대한 같은 물건을 찾거나 같은 가죽을 구해서 이전 것과 다름없이 만들어 놓는다. 파리스 그릴 바에 있는 양 모양의 조형물도 25년이 넘은 작품이다. 경력과 연륜 있는 호텔리어도 많다. 나는 27년차 호텔리어인데, 나보다 더 오래되어 지혜로운 선배님들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차가 높은 직원이 부담스러울 수 도 있다고 생각하나, 그들은 마치 가보처럼, 또는 대대로 내려오는 식당의 장인처럼 우리 호텔의 흔들리지 않는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다. 호텔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다. 좋은 기물이나 인프라 이전에 서비스를 아는 사람이 호텔의 핵심이다. 연륜 있는 호텔리어는 매뉴얼을 넘어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제이제이 마호니스를 포함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전 식음업장을 총괄하고 있는데, 퇴근은 대체 언제 하나
퇴근 시간은 대중없다. 보통 낮 시간에는 기획과 레스토랑 관리를 하고, 레스토랑이 모두 끝난 10시 이후에 제이제이 마호니스로 내려온다. 대체로 주말에는 제이제이 마호니스에 상주해 있다. 새벽 네 시경 파티가 끝나고 손님이 모두 집에 돌아가면 종종 쓸쓸함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배우가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내 삶의 절반 이상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보냈다. 과거에는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며 주 6일을 근무했고, 쉬는 날에도 인력이 필요하면 출근했다. 이십년 전, 한번은 직원들 교육을 시키고 질문을 받는데 한 직원이 내게 물었다. “차장님 혹시 고아세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아마 집에도 안가고 호텔에만 붙어있으니 이상해보였던 모양이다.

클럽을 운영하니 술도 자주 마실 것 같은데
파티 기획자인데 술을 거의 못한다. 샴페인 글라스에 진저에일이나 페리에를 따라 마시며 술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와인 한잔을 두 시간동안 마신다.(웃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앞으로 거만하지 않고 지혜로운 호텔리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 작년 「호텔리어 로랑의 시선」을 탈고한 후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그때 내 본분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일과 손님에 충실하겠다. 내 일을 멈춰야 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호텔리어의 매력은 같은 공간에서 하루에 수천 명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런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큰 선물이다.

언젠가 제이제이 마호니 칭호를 다른 이에게 물려줘야 할 텐데 서운하지 않겠나
서운할 리가 있나. 내가 영원히 제이제이 마호니를 운영할 수 없다. 후에 제이제이 마호니스를 운영할 유능한 호텔리어가 있어야 한다. 좋은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내 목표 중 하나다. 제이제이 마호니로 불릴 후배가 나타나길 고대하고 있다.

By_ Suhyun Bak
Photograph_ Junho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