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날 햇볕에 탄 그대 손을 잡 듯 수저를 든다. 오랜 겨울노래가 흘러나올 때까지 그리울 손 맛. 봉래헌의 가을을 맛보다. by_ Jongin Choi Photograph_ Junho Lee

가을에 어울리는 세 가지 메뉴
신선로_ 불도장 같은 건강식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신선로는 사실 전골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물과 재료의 어울림, 불조절과 음식을 내는 타이밍이다. 봉래헌에서는 맑은 양지 육수에 새우 육수를 더한 뒤 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맛을 잡아준다.

구절판_ 다이어트식으로 20대 여성이 좋아한다는 구절판. 이금희 조리장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메뉴로, 싸먹기 적당한 양 조절과 칼질에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다. 다른 식당의 구색 맞추기 구절판에 실망했다면 반드시 봉래헌의 구절판을 맛보아야 할 것이다.

대하냉채_ “가을이 제일 좋은 철이잖아요.” 이금희 조리장이 말한다. 보기에는 현대적이지만 봉래헌의 것이란 걸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 꾸준히 코스에 오르는 메뉴다. 가평 잣만을 가지고 만들어낸 즙으로 대하를 버무린 맛이 일품이다.

▲ 봉래헌의 금강 코스. 코스의 전 메뉴를 한 상에 담아보았다. Photograph_ Junho Lee

전통 한정식당 봉래헌(蓬萊軒)
메이필드 호텔에 위치한 봉래헌은 전통 한옥에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부드러운 처마곡선이 아름다운 봉래헌은 이일구 대목수가 못 하나 사용하지 않는 전통방식으로 지었다. 조선시대에는 건물의 용도에 따라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재(齎) 헌(軒) 루(樓) 정(亭) 순으로 서열이 있었는데 ‘헌’은 본디 관료들이 공무를 수행하던 곳이다. 봉래정에서 봉래헌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가족연 같은 연회도 가능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요한 비즈니스 모임과 상견례 등의 예를 갖출 수 있는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봉래헌은 서울경기 지방에 근간을 둔 궁중음식을 기본으로 한다. 주방에서 직접 만든 천연 조미료와 유기농 재료, 조리장 뒤뜰의 장독대에는 직접 담근 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대장금 궁중 나인의 복식을 재현한 직원유니폼도 인기다.

대표 메뉴는 전통 궁중음식을 재현한 진구절, 신선로, 대하냉채 등으로 이뤄진 코스 정식(봉래 21만 원, 풍악 14만 원, 금강 10만7000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