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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Lounge] #PaxEx: 비즈니스 클래스, 거스를 수 없는 ‘문’의 대세
이정윤  |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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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9  1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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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항공의 ‘Qsuite’, 현존 최고의 비즈니스석으로 평가 받는다.

오랫동안 비즈니스 클래스의 ‘하드 프로덕트’, 곧 좌석을 논할 때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풀플랫, 복도 직접 접근(fully flat, direct aisle access)’였다. 180도 수평으로 완전히 젖혀지고, 모든 좌석에서 옆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복도에 바로 나갈 수 있는 좌석을 일컫는다. 똑바로 누워 잘 수 있으면서도 통행에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각광을 받았고, 이제 풀플랫 및 복도 직접 접근성은 비즈니스석 #PaxEx(Passenger Experience, 탑승객 경험)을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 내로라 하는 항공사들의 최신 장거리 항공기들은 거의 대부분 풀플랫/복도 직접 접근 좌석을 탑재하여 도입되고 있고, 레트로핏을 통해 기존 비즈니스석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 곧 폐지될 아시아나항공 A380 퍼스트 클래스. 앞으로는 ‘비즈니스 스위트’로 운영된다. 한동안 문은 일등석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의 화두는 풀플랫/복도 직접 접근 좌석을 어떻게 더 편안하게, 동시에 더 효율적으로 배치하는지(곧 같은 공간에 얼마나 더 많은 좌석을 욱여넣는지)였다. 그래서 좌석이 정방향이 아니라 비스듬히 배치된 ‘헤링본’ 외에도, 좌석이 향하는 방향을 반대로 바꿔 프라이버시가 더욱 향상된 ‘리버스 헤링본’, 좌석 배치가 지그재그로 된 ‘스태거드’ 등 다양한 개념과 타입의 좌석이 등장했다. 대한항공의 최신 장거리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 스위트)은 Collins Aerospace사의 ‘Apex Suite’, 아시아나항공(비즈니스 스마티움)은 Stelia사의 ‘Solstys’ 제품을 사용하며, 모두 스태거드 타입이다. 둘 모두 좋은 좌석이지만, Apex Suite의 프라이버시(특히 창가측)가 좋아 일반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풀플랫/복도 직접 접근은 이제는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형 퍼스트 좌석은 압도적인 럭셔리함을 자랑하는데도 비즈니스석은 여전히 2-3-2 배열에 가운데 좌석까지 있는 에미레이트항공 777, 2-2-2 배열의 일반적인 풀플랫 비즈니스석을 탑재한 대한항공 A380 등은 이제 좋은 리뷰를 받지 못한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처음 풀플랫/복도 직접 접근 좌석을 들고 나온 게 2003년이니 2019년에는 그럴 법도 하다. 기본을 해내더라도 칭찬을 많이 듣기는 어렵다. 그저 안 좋은 소리를 덜 들을 뿐이다. #PaxEx와 ‘와우 팩터’에서 우위를 점하고 호평을 받고 싶다면 기본보다 더 뛰어난 혁신적인 무언가를 갖추어야 한다.

   
▲ 영국항공의 최신 A350-1000 항공기에 탑재되는 ‘클럽 스위트’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퍼스트 클래스의 전유물이었던 ‘문’이다. 각 좌석에 딸린 개별 도어는 복도와 좌석 사이를 차단함으로써 더욱 극대화된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개별 도어는 2013년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LCC) 제트블루의 ‘민트 스위트’(3월호 리뷰 참조)를 최초로 비즈니스석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후 2016년 델타항공은 ‘델타 원 스위트’를 발표하여 모든 비즈니스 좌석에 개별 도어를 탑재하는 혁신을 이뤘고(민트는 16석 중 4석에만 문이 있다), 이듬해 카타르항공은 개별 도어에 더해 4인이 마주보며 대화하거나 2인이 더블베드로 나란히 누울 수 있는 ‘Qsuite’를 발표하며 시장에 일대 충격을 가져왔다. 지금도 Qsuite는 현존 최고의 비즈니스석으로 군림하고 있다. 중국동방항공과 그 자회사인 상하이항공은 델타항공과의 가까운 관계 덕분인지 최신 항공기에 델타 원 스위트와 동일한 제품인 Thompson Vantage XL+ 좌석을 탑재하여 저평가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경쟁력 있는 하드 프로덕트를 제공한다.

   
▲ 델타항공의 ‘델타 원 스위트’. 처음으로 비즈니스 전 좌석에 문을 도입했다.

문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음은 올해 들어 더욱 확실해졌다. 영국항공은 2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2-4-2 배열의 ‘클럽 월드’ 비즈니스석을 유지하여 #PaxEx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었다. 1999년 발표 당시에는 최초의 풀플랫 중 하나로서 대단히 혁신적으로 평가받던 좌석이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영국항공이 올해 3월 드디어 ‘클럽 스위트’ 비즈니스석을 발표했다. 기존 Collins사의 ‘Super Diamond’ 리버스 헤링본 좌석에 개별 도어를 탑재한 좌석이다. 새로 등장한 좌석 치고는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적어도 기존의 좌석보다는 월등히 뛰어나고 문이라는 최신의 트렌드를 따라갔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는 호평이다. 곧 도입될 A350-1000 항공기에 탑재되며, 기존의 777 항공기 등에도 레트로핏으로 탑재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기존 영국항공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도 리버스 헤링본 타입이어서 새 비즈니스 클래스가 기존 퍼스트보다도 오히려 하드 프로덕트 면에서 더 뛰어나다. 가장 최근에 문을 다는 데 동참한 항공사는 일본의 전일본공수(ANA)로, Safran사의 Fusio 제품을 탑재한 ‘더 룸’ 비즈니스석을 7월에 발표했다.

   
▲ 대한항공 B747-8i 항공기에 탑재된 ‘프레스티지 스위트’. 문이 등장하기 이전 높은 프라이버시로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문이 새로운 기준이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이 없는 비즈니스석들은 저평가되기 시작했다. 특히 버진 애틀랜틱이 올해 4월 발표한 ‘어퍼 클래스 스위트’ 비즈니스 좌석은 영국항공의 새 비즈니스 좌석과 같은 리버스 헤링본 타입인데도 문이 달려 있지 않다 보니 직접적으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발표 시기도 버진쪽이 더 늦었기에 사람들이 뭔가 영국항공을 뛰어넘는 혁신을 기대했었는지 실망했다는 반응들도 적지 않았다. 대신에 버진 애틀랜틱의 시그니쳐인 칵테일 바를 발전시킨 ‘더 로프트’라는 이름의 기내 라운지가 등장했는데도 좌석에 개별 도어가 없다는 소식에 묻힌 듯 보였다. 문은 진정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 중국동방항공의 비즈니스석(위). 델타 원 스위트(아래)와 동일한 기재이다.

어떤 사람들은 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위는 뚫려 있으므로 복도에 서서 내려다보면 문을 닫아도 어차피 무얼 하는지 다 보인다는 것이다. 기대보다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맞는 말이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가리는 문은 에미레이트항공 777의 새 퍼스트 클래스, 혹은 문 대신 커튼이 달린 에어프랑스 777의 ‘La Première’ 퍼스트 클래스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앉아있을 때 다리가 복도에 노출되지 않는 수준, 옆 사람이 앉아있을 때 내 모습을 보지 못 하는 수준의 프라이버시는 개별 도어가 훌륭하게 제공해줄 수 있다. 문을 닫으면 위가 뚫려 있어도 최소한 전후좌우만큼은 외부와 차단된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정감은 상당했고, 이것은 (폐지가 결정된) 일등석인 아시아나 A380 퍼스트 스위트와 비즈니스석인 제트블루 민트 스위트, 델타 원 스위트에서 모두 느꼈던 감정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래도 문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더 낫다.

이렇듯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은 문을 설치함으로써 점점 더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영국항공의 케이스처럼 기존 일등석의 하드 프로덕트가 새로운 비즈니스석보다 더 뒤떨어지는 경우도 보일 정도이다. 일등석은 이제 에미레이트처럼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려서 완벽에 가까운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일등석의 존재 가치는 더 넓고 적은 좌석수, 혹은 더 나은 소프트 프로덕트(서비스, 기내식, 주류 등)에만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으며, 결국 천천히 사라지게 될 것이고, 실제로 사라지고 있다. 비즈니스석이 크게 발전한 덕분이며, ‘문’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더 많은 항공사에서 문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대세를 환영한다.

 

   
 

이정윤
블로그 ITS Tours! (http://its.tours) 운영자
모바일 IT와 관광 산업 분석이 취미인 심리학과 대학원생
master@its.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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