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편안해서 누우면 7초 만에 잠이든 다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의 자랑 헤븐리 베드의 별명이다. 하지만, 침대에 눕자마자 7초 만에 잠이 들면 절대 안 되는 투숙객도 많다. ‘침대’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한다.

‘잘 자라 우리아가’는 ‘Sleep’을 말하지만 ‘어제 그 남자와 같이 잤다’는 ‘Sex’를 뜻한다. ‘어제 그 남자와 결국 호텔에 갔어’역시 비슷한 뜻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헤븐리 베드가 말하는 ‘천국’의 의미는 갑자기 야해진다. 뭐가 얼마나 달라서 ‘천국으로 가는 침대’일까.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의 헤븐리 베드를 해부해보자. 매트리스 위에 무려 10겹의 시트를 까는 수고가 이 침대를 특별하게 만든다. 900개의 코일이 들어있는 매트리스 위에 매트리스 커버, 보온용 담요, 3겹의 순면시트, 거위털 이불(comforter), 흰색의 깃털이불(duvet) 등을 깔아 완충 효과를 높였다. 솜사탕처럼 푹신하면서도 몸 전체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받쳐주는 안정감이 탁월하다. 웨스틴은 1999년 세상에 등장한 이 침대를 위해 3000만 달러를 썼다. 물론, ‘천상의 섹스’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5성급 호텔에 투숙하는 임원급 비즈니스 트래블러를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 대단한 침대는 분명 연인들을 ‘천국’으로 이끈다. 여자들은 침대가 주는 편안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절대 익명을 요구한 미모의 30대 호텔리어 장다혜(가명)는 “몸이 편안해야 마음도 편안해지고 컨디션이 올라간다. 그러면 결국 불이 붙는 것 같다”라며 편안한 침대의 효과를 말했다. 남자들 역시 호텔에서는 달라진다. 웬만한 부자가 아닌 이상 여자와 특1급 호텔에 간다는 것은 모텔에 가는 것과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30대 싱글인 매력남 호텔리어 윤대협(가명)은 역시 “호텔에는 나이트나 클럽에서 어느 날 만난 여자들이 아닌 특별한 사람과 가는 것 같다”라며 “특별한 사람인만큼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홍보대행사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하는 유승준(가명) 과장 역시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은 멋진 남자가 예비군복을 입으면 저질스럽게 돌변 하듯 남자들도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호텔을 예약한 날은 데이트를 하는 내내, 그리고 룸에 들어가서도 품격(?)있는 사람이 되는데 모텔에 들어가면 그저 욕망을 채우는데 급급한 것 같다”라고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헤븐리 베드가 ‘천국’을 보여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호텔들 역시 ‘침대 마케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다들 ‘숙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리어트의 ‘리바이브(revive)’ 베드 처럼 체인호텔들은 일찌감치 시그니처 베드를 앞세웠지만 로컬 호텔들은 비교적 최근에 침대에 눈을 떴다.

작년 리뉴얼 개관한 신라호텔 서울은 ‘생애 최고의 숙면’을 강조했다. 매트리스는 시몬스. 기존 프리미엄 ‘뷰티레스트’에서 업그레이드된 ‘뷰티레스트 프리모’를 채택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내장된 톱퍼에 메모리폼류가 들어가 푹신함이 남다르다. 여기에 거위털 패드를 시트 아래 추가했다. 국내에 있는 호텔 침대 중 ‘포옥∼’하고 ‘침대가 사람을 안아주는 느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한 베이지 톤의 침구류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어린애 피부처럼 부드럽다. 종전 300TC(가로 세로 1인치 안에 포개어진 실의 가닥 수)에서 400TC로 높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실크같이 부드럽게 이불이 감기는 느낌은 사뭇 관능적이다. 빳빳하게 풀을 먹여 사각거리는 침구류와 확연히 다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신라호텔 서울의 침대는 ‘생애 최고의 섹스’에도 부족함이 없다.

시몬스 뷰티레스트 계열 매트리스는 신라호텔 서울 이외에도 국내 특1급 호텔 시장을 평정했다. 80%이상이 시몬스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플라자는 에이스 침대가 만든 매트리스를 사용한다. 홍콩 등 해외 시장은 실리와 시몬스가 양분하는 분위기자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시몬스가 압도적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격하게 사랑을 나눌 때 진가를 발휘한다. 몸이 흔들리면 마음도 흔들린다. 섹스는 커뮤니케이션, 그렇다면 디테일이 생명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는 글씨를 예쁘게 쓰기 어렵지만 지하철에서는 가능한 이치를 생각하면 쉽다. 시몬스 매트리스의 핵심 기술은 ‘독립형 포켓 스프링’이다. 저가형 매트리스는 스프링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본넬 스프링’을 사용한다. 부직포로 하나씩 스프링을 감싼 ‘독립형 포켓 스프링’은 분명 편안하지만 내구성이 약하다. 침대를 험하게(?)쓰는 커플 투숙객이 많다면 피로도는 누적된다. 이럴 때 해결책으로 나오는 것이 하단 매트리스다. 2중으로 매트리스를 구성하면 상단 매트에 가해지는 하중이 분산된다.

상하단 구성은 필연적으로 침대를 높게 만든다. 한때 젠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낮은 침대가 유행을 탔지만 최근에는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기준이 되는 높이는 의자의 높이인 50㎝내외다.

2단으로 구성된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침대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높은 침대는 심리적으로도 특별한 작용을 한다. ‘무대’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보면 누구나 약간의 흥분상태를 느낀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평소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침대가 놓이는 바닥 공간을 아예 무대처럼 높여 구분해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더 플라자에 이런 형태의 방이 있다.

침대는 높이도 중요하지만 크기도 중요하다. 숙면에 필요한 침대의 크기는 어깨넓이+70㎝와 신장+20㎝. 하지만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려면 보통은 이보다 훨씬 큰 침대가 필요하다. 남자보다 여자가 침대의 크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안정감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넓은 침대에서 여자들은 대부분 과감해진다.

리빙 전문지에서 일하는 에디터 신정아(가명)는 “안정감과 육중한 긴장감이 좋다”라며 높은 침대에 한 표를 던졌다. 높고 푹신한 침대가 주는 안정감은 ‘숙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녀는“컨디션을 빨리 회복해야 다음날 아침에 또 할 수 있다”라며 ‘숙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국내 특1급 호텔들은 객실에 점점 더 큰 침대를 넣는 추세다. 라지킹은 어느덧 보편화 됐다. 심지어 콘래드 서울에는 트윈에도 더블 침대 2개가 들어간다.

사이즈가 가장 큰 침대는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로열 스위트에 있다. 성인 5명이 함께 누워도 충분한 크기다.

'물리적 크기'가 아닌 '심리적 크기'로는 W 서울 워커힐의 원형침대가 가장 크다.

직사각형 침대는 머리를 놓는 부분과 발을 놓는 부분이 명확하다. 집에서 혼자 쓰는 침대라도 머리가 헤드보드 반대에 있으면 불안해진다. 반면, 원형 침대는 이러한 '방향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가장 넓고 동적으로 침대를 쓰고 싶은 커플은 W 서울 워커힐을 예약하는 것이 정답이다.

한창 연애를 즐길 나이인 호텔리어 박수현(가명)은 "호텔에서 풍성하게 제공되는 베개는 커플의 창의력을 자극 한다"라며 고수다운 호텔 사용법을 말해줬다.

2인이 투숙하는 객실이라면 단단하고 푹신한 베개가 기본 4개 제공된다. 이게 모자라면 옷장을 열어봐도 있고 요청하면 더 가져다준다. 제공되는 베개의 종류 역시 선택이 가능한 곳이 많아지는 추세다. 베개가 많으면 뭐가 좋은지는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침대만큼 중요한 것이 객실의 크기다.

서먹한 커플이라면 좁은 공간이 일단 유리하다. 후끈 달아오른 기운이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인간중독'의 첫 정사씬의 배경이 비 오는 날 자동차 내부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호텔들은 일반객실 크기가 10평 내외로 좁다. 이런 곳은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인테리어에 거울을 많이 쓴다. 시각적으로 더 흥분되기 마련이다.

오래된 커플이나 부부라면 좁은 공간은 독이 된다. 스위트룸이 정답이다. 느릿느릿 사랑을 나누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이런 목적이라면 최고다. 스파와 객실을 묶은 패키지는 차갑거나 건조해진 여자의 마음을 돌리는 특효약이다.

작지만 개방감이 뛰어난 객실도 있다. 서울 시내에서 연인과 사랑을 나눈 뒤, 별을 바라보고 싶다면 리츠칼튼 서울에 가야 한다. 오붓하게 이용할 수 있는 테라스가 객실에 딸려있다.

높은 천장과 통유리 창문이 있는 객실 역시 하루 종일 머무를 때 진가를 발휘한다. 쉐라톤 디큐브시티, 콘래드 서울, 파크 하얏트 부산 등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대부분 객실의 천장이 높다.

요즘은 모텔 객실도 대형화, 고급화되는 추세지만 호텔 객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공기의 질’이다. ‘대실’을 허용하지 않는 특1급 호텔에는 바로 전에 객실을 사용했던 누군가 남겨 놓은 ‘사람냄새’의 흔적이 없다. 여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청결’에 관한 문제 역시 특1급 호텔의 가치를 높인다. 바닥은 물론 이불과 시트의 주름 등 사소한 부분까지 살피는 여성 투숙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하지만, 특1급 호텔은 객실은 청소하는 메이드들의 전문성이 모텔과는 차원이 다르다. 숙련된 메이드가 침대를 새롭게 단장하는 시간은 약 7분에 불과하지만 방 전체를 정비하는 시간은 30분 이상 소요된다. 뜨거운 커플이 머물다간 격정의 흔적은 깨알 같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세심한 손길에 거짓말같이 뽀송한 제 모습을 찾고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린다. 점심 전후 서너 시간, 객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방안의 공기는 안정화된다.

그리고 늦은 오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또 다른 커플이 나타난다. 구름처럼 푹신한 카펫이 깔린 복도를 지나 카드키를 터치하면 가장 먼저 새하얀 침대가 시선을 채운다. 방음재로 채워진 육중한 문이 닫히는 순간 ‘완벽한 침실’에서는 또 다른 드라마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