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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 to Hotel] 콘텐츠에서 시작되는 고객 경험, 호시노 리조트
김다영  |  hotelavia@hotelav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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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2  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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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노야 도쿄 로비 체험

여행업계에서 ‘경험(Experience)’이 큰 화두가 되면서, 호텔업계 역시 투숙객의 여행 경험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자구책을 내어놓고 있다. 사실상 호텔의 시설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지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식 경험이나 요가 클래스 등 다양한 상품을 부가적으로 내어놓음으로써 여행자를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급 호텔에서 선보이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살펴보면, 대부분 해당 호텔의 브랜드 철학이나 정체성과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텔업계에서 주목해야 하는 여행경험은, 결국 자체적인 콘텐츠를 새롭게 발굴하는 지점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일찌감치 깨닫고 아예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여행 콘텐츠 개발에 힘을 기울려 온 호텔이 있다. 바로 일본의 호시노 리조트다. 도쿄에 위치한 호시노야와 오모(OMO)5 도쿄 오츠카 호텔에 묵으면서 발견한, 콘텐츠에서 시작되는 고객 경험에 대해 소개해 본다.

 

일본이라는 문화 콘텐츠에 주목한, 호시노야 도쿄

‘여기서 신발을 벗으시면, 저희가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도쿄의 금융 지구인 긴자 한 복판의 고층 빌딩에서, 신발을 벗고 다다미가 깔린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기는 2016년 7월 20일에 문을 연 호시노야 도쿄다. ‘타워형 일본 료칸’이라는 부제가 딱 들어맞는 것이, 겉에서 보기에는 섬세한 구조물로 둘러싸인 서구적인 디자인의 빌딩인데, 안에 들어서니 타임머신을 타고 에도 시대로 돌아간 듯한 세상이 펼쳐진다. 접객을 돕는 직원들은 모두 독특한 모양의 회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일본의 전통 차림새를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든 디자인으로 보인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은 후부터는, 로비를 비롯한 모든 공간에 다다미가 깔려 있어 양말을 신은 채로만 이용해야 한다. 체크인하기도 전부터 전통 료칸의 경험이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비슷한 문화권인 우리에게는 맨발로 다니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서양인 여행자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객실은 총 84개이지만 각 층에는 오직 6개의 객실 밖에 없다.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이 있는 9층으로 향했다.

   
▲ 호시노야 도쿄 입구와 신발보관함
   
▲ 호시노야 도쿄 오차노마 라운지

체크인을 위해 먼저 도착한 공간은, 각 층마다 만들어져 있는 공용 라운지 ‘오차노마 라운지’다. 각 층의 숙박객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다. 오차노마 라운지는 ‘일본적인 휴식’을 모토로 꾸며진 공간이다. 낮에는 다과가 준비되며, 저녁에는 주류와 함께 계절마다 바뀌는 일본식 스낵과 야식이 준비된다. 아침에는 비싼 조식 대신에 기본 제공되는 오니기리(주먹밥) 세트를 맛볼 수도 있다. 낮과 저녁의 스낵 서비스는 하루 중에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요즘 ‘공용 공간’의 열풍으로 수많은 호텔에서 공용 라운지를 만들고는 있지만, 매 층마다 라운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호텔은 매우 드물다.

더 재미있는 것은, 호시노야 도쿄에서는 이 라운지를 ‘객실의 일부’처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즉 객실의 연장선상에서 라운지를 쓸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로 객실에는 기본적인 커피포트와 차 티백 외에는 별다른 미니바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오차노마 라운지에서 원하는 것을 가져다가 객실에서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문화에 관련된 각종 책들도 놓여있고 직원도 컨시어지 역할을 겸하고 있어서 각종 여행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도쿄를 처음 찾은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여행의 시작이자 휴식처 역할을 하면서도, 일본 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다른 어떤 호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 호시노야 도쿄 객실
   
 

도쿄의 많은 호텔이 사우나와 공용 욕탕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온천욕처럼 즐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하코네 또는 오다이바의 온천 시설로 향한다. 그런데 호시노야 도쿄는 호텔이 위치한 지역에서 2014년에 채굴된 오테마치 온천수를 끌어다가 건물 최상층인 17층에 실내 온천과 노천 온천을 조성했다. 저녁 9시에 이곳 온천을 찾았다. 실내 온천과 노천 온천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데, 최소한의 조명만으로 연출된 노천 온천에 앉으니 머리 위로 도시의 밤하늘이 내다 보인다. 동시에 긴자 시내의 소음이 자연스럽게 들려와서 마치 대도시에 나 혼자 존재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인 동시에, 일반적인 온천 마을의 노천욕과도 차별화되는 경험이었다. 이곳을 만약 전통적인 료칸처럼 꾸며 놓았다면 이렇게 색다른 기분을 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온천을 마치고 탈의실에 왔는데 복고풍의 귀여운 병우유가 여러 개 준비되어 있다. 일본의 전통 목욕탕인 ‘센토’ 문화에서 착안한 서비스로, 온천 후에 마시는 시원한 우유 한 잔에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 호시노야 도쿄 온천

온천이 끝나면 더욱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해 둔 명상 체험을 하기 위해 온천 옆의 작은 트레이닝 룸으로 향했다. 호시노야 도쿄의 무료 액티비티 중 하나인 ‘숙면을 위한 호흡 운동(Deep breath exercise for a good sleep)’은 약 30분간 가벼운 체조와 깊은 호흡을 통해 숙면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동작, 그리고 여행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명상과 호흡법은 무척 유용했다. 마찬가지로 아침에는 잠을 깨는 일본식 운동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모든 운동은 객실에 마련된 투숙객 전용 기모노를 입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 호시노야 도쿄의 기모노는 운동복 재질로 만들어져서 입었을 때 매우 편안하고, 입는 방식이 간소하게 설계되어 있어 외국인도 쉽게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그들의 방식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준비하는 시간이, 또 다른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이렇게 호시노야 도쿄에서 준비해 놓은 모든 여행 경험은, ‘일본’이라는 거대한 문화 콘텐츠를 대전제로 하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이 단지 외국인 뿐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매력적인 여행 경험으로서 기능한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국내 호텔들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비관광지의 숨은 강점에 주목한, 오모5 도쿄 오츠카

오츠카 역이 어디쯤인지, 도쿄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한참을 찾았다. 도쿄 역에서 야마노테 선을 타고 약 30여 분을 북서쪽으로 이동하자, 한적한 기차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오후 1시, 긴자나 시부야에서는 인파에 휩쓸려 다닐 바쁜 시간이지만 오츠카 역 주변은 마치 시골마을에 온 듯 조용하고 한산한 풍경이었다. 호시노 리조트가 오츠카 역에 새로운 호텔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은, 매거진B의 <호시노야> 편에서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의 인터뷰를 읽고난 후였다. 그 인터뷰 내용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기존 도심 호텔은 비즈니스 고객과 여행객, 양쪽을 모두 타깃으로 보기에 오히려 콘셉트가 애매해집니다. (중략) 오모는 이 부분을 반대로 노린 브랜드에요. 비즈니스 고객을 아예 배제하고, 오롯이 여행을 목적으로 ‘시티 투어리즘’ 콘텐츠를 만든 것입니다”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오모5 도쿄 오츠카에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투숙객의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생겨나는데, 이 호텔은 거꾸로 자신들이 지역 콘텐츠를 개발하는 호텔이 되기를 자청한 것이다. 오모는 호시노야의 4번째 브랜드로, 오모5 도쿄 오츠카는 지난 2018년 5월 9일에 문을 열었다.

   
▲ 오모5 도쿄 오츠카 로비
   
 

호텔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복도에 붙어 있는 거대한 지도다. 호텔이 위치한 오츠카 역 일대의 맛집과 가볼 곳, 저녁의 바와 펍 등을 빼곡하게 표시해 놓은 지도였다. 보통은 이러한 지도를 인쇄해서 체크인 시에 나눠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호텔에서는 QR코드를 통해 구글 지도에 정리된 온라인 버전만을 제공한다. 직접 묵어보니 사실상 이 지도는 온라인 버전도 필요 없었다. 호텔리어가 여행 가이드로 변신해서 여기 나온 곳들을 직접 안내해주는, 오모레인저 투어에 참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모레인저는 오모 호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가이드다. 호텔리어들이 직접 오츠카 일대를 탐방해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워킹투어/미식투어/나이트투어 등의 테마 투어로 만들어서 매일 운영한다. 호시노 리조트의 경영 방식 중에 큰 특징이 ‘멀티태스킹’으로 알려져 있는데, 직군의 구분을 느슨하게 하고 모든 직원의 커리어는 서비스 직부터 시작하는 독특한 업무방식이다. 호텔의 거의 모든 직군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호텔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호텔리어가 지역 여행 가이드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호시노 리조트의 멀티태스킹 방식을 알고 나면 충분히 가능한 방식이다. 반대로 다른 호텔에서는 애초부터 이를 흉내내는 게 내부 시스템을 아예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까울 법 하다.

   
▲ 오모5 도쿄 오츠카 객실

방금까지 마케팅 담당자로 자신을 소개했던 직원이 오모레인저 티셔츠로 갈아입은 후 나를 호텔 밖으로 안내했다. 오츠카 역 일대는 한 마디로 레트로 도쿄(Retro tokyo)다. 긴자나 시부야의 바쁜 걸음걸이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현지인들의 동네이자, 골목마다 숨어있는 오래된 가게들을 탐방하면서 좀더 때묻지 않은 도쿄를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저녁에 진행되는 레드 투어(바 투어)에서는 직접 맥주를 만드는 펍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맛보기도 하고, 전국의 사케를 보유한 사케 바에서 3종 테이스팅 세트를 맛보기도 했다. 모두 지역민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곳들이다. 투어에 포함되는 가게를 어떻게 선정하냐고 물어보니, 호텔리어들이 퇴근 후나 휴일에 즐겨 찾는 주변 맛집을 선별하여 넣는다고 한다. 과거에 유명한 관광명소였다고 해서 지금의 여행자들에게 꼭 목적지가 되리라는 법이 없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을 무언가를 보기 위해 떠나기 보다는, 직접 맛보고 마셔보기 위해 떠난다. 차별화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호텔은 경험 플랫폼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오모5 도쿄 오츠카는 잘 보여준다.

   
▲ 오모5 도쿄 오츠카 레인저투어
   
▲ 오모5 도쿄 오츠카 레인저투어



 

   
 

김다영 호텔 칼럼니스트, 여행 강사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운영자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여행블로그: nonie.tistory.com
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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