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한 호텔이라고 베테랑 호텔리어가 많은 건 아니다. 베테랑 호텔리어들이 많은 호텔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호텔 서비스가 점점 시스템화해 가고, 용역화 되어 가는 추세에 따라, 우리들이 잊을 뻔 했고, 잊고 싶지 않았던 베테랑 호텔리어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베테랑 호텔리어가 즐비한 밀레니엄 서울 힐튼을 찾았다.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능력자, 베테랑 호텔리어의 전성시대가 앞으로는 올지도 모르겠다.

안용현 Yonghyun Ahn
차장 / 식음료부 서비스 전담 당직 지배인

“굉장히 성실해야하고 섬세해야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힐튼에 1984년 5월 28일 입사했으니 지금 35년 정도를 근무한 거죠. 첫 직장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직장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호텔 쪽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경험하고 나서입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로서 호텔 쪽이 비전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시골에서 상고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호텔 쪽이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관광 분야가 비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지원하게 되었죠. 입사 이후 줄곧 식음료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에서 22년 10개월을 근무했었죠.

오랜 세월 힐튼에서 근무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고 한편으로는 자긍심과 보람도 있습니다. 나의 전성기는 언제 언제였었다고 누구한테나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한 직장에 30년을 다닐 수 있냐고 놀라기도 합니다.

1989년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오너가 바뀌면서, 직접적인 오너의 경영참여보다 전문경영인인 총지배인의 운영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전체적으로 인터내셔널한 룰로 돌아갔기 때문에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 장기 근속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고객들의 마음이 능숙한 서비스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테랑 호텔리어들의 손길을 바라시기도 합니다. 오래 근무했다는 것은 내공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내공을 다지기 위해 장기근무를 하더라도 나만의 포션을 계속 개발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에게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아주 오래된 친구 같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호텔을 표현할 때 중후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었는데 이 중후함 속에는 럭셔리함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책으로 한 권 엮어도 될 만큼 많습니다. 정월대보름에 밥상채로 가져다주신 분도 계시고, 세월이 지나 지금은 고령이 되셔서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저를 보고자 찾아오셔서 손 한번 잡고 가시는 고객분들도 계셨습니다. 디자인을 제가 많이 했는데 기업체의 화장님들의 동정을 항상 살피면서, 예를 들어 이건산업에서 남태평양 벌목 중에 나온 나비를 디저트에 이건나비로 그려서 만찬 때 내보내기도 한 적이 있고요, 동아제약 회장님이 오시면 박카스를 넣어서 샤베트를 만들어서 내보내기도 하고, 오뚜기 회장님이 오시면 오뚜기 모양의 얼음조각을 카빙해서 내보내는 등 고객감동에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강의를 나가면 죽을 듯 살 듯 서비스에 힘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굉장히 성실해야하고 섬세해야하고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호텔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합주하느냐에 따라서 청중들은 환호하게 됩니다. 자기만족이 없다면 남한테 만족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자기만족을 통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형석 Hyung Suk Woo
과장 / 객실관리부

“호텔 근무자도 호텔이 아늑하고 편하고 제 집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객실관리부 플로어 담당 과장입니다. 1983년 10월 23일부터 근무를 하였으니까 36년째가 되는군요.

호텔리어는 88 올림픽 전만해도 ‘보이’라고 불렸습니다. 힐튼 호텔이 생기고 그 전에 롯데나 하얏트 등이 생기면서 특급호텔에 대한 생각들이 변하면서 호텔리어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호텔로 방향을 잡고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객실 쪽을 담당한지는 15년 이상 되었습니다.

지금은 시스템이 많이 바뀌어 멀티 시스템을 회사에서 강조를 하면서 변화가 되었는데요, 그래도 호텔리어를 시작할 때는 저희가 정성껏 서비스를 해드리면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정이 많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지금까지도 계시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활발하지 않아 조금 아쉽죠. 올해부터 호캉스 등의 문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성향의 고객분들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고객 객실에서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예전에는 오셔서 직원분들에게 의지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고객들이 많이 젊어지고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도 오셔서 아프시거나 동행한 아기가 불편할 때는 저희와 같은 베테랑 호텔리어들이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어 드리고 있습니다.

객실관리부의 업무라는 것이 객실 청소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의 불편사항들이 생겼을 때 어떻게 응대를 해주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 손님들이 편해지고 불편해지고의 차이가 나는데 저희 같은 베테랑 호텔리어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응대할 수 있습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로는 깍듯한 분위기 보다는 사람사이의 정이 있는 호텔로 평가해 주고 계시더군요. 어떤 고객분들은 호텔에 들어서면 공기부터 틀리다고 말씀해주시는 등 저희에게는 소중한 고객분들입니다. 힐튼호텔은 아늑하고 편하고 제 집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다보니 제 자신도 편하고 손님들도 편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식음보다 객실 쪽이 손님이 많으며 이번 호캉스 시즌 때와 같이 많이 힘듭니다. 짧게 머무르다 가시니까 객실변화가 많이 심해서 매우 분주하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일본 조총련 소속인 분이 형을 찾고 싶다고 일본에 오는 가이드를 통해서 수고비와 주소를 주고 형을 찾아달라고 했었던 적이 있었죠. 그분이 계속 형님을 못 찾고 있다가 힐튼호텔에 오셔서 숙박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저한테 주소를 적어주면서 자기 형인데 찾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용산구청 본적계를 찾아가서 우여곡절 끝에 한 분을 찾았습니다. 실제로 형님은 돌아가셨는데 자식 분을 전화번호를 어렵게 파출소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호텔에 다시 오셔서 만나게 해드렸습니다. 그 분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호텔은 비즈니스든 관광이든 편하게 보안이 잘되어있는 내 집 같은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손님들에게는 ‘make your home’이라고 말씀드리면 많이 좋아들 하십니다. 36년을 호텔에서 근무했지만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제 마음속으로 늘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동안 사고 없이 건강하게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장래영 Rae Young Jang
과장 / 조리부 - 제과

“항상 새로움을 더해나갈 줄 아는 자가 베테랑 호텔리어다”

1991년도에 입사하여 27년 정도 제과 쪽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조리쪽이 유명하지도 않고 호텔도 많이 없었을 때라 선뜻 조리를 한다는 게 젊은 나이에 힘들게도 느꼈었는데 앞으로 미래를 보아서는 호텔 조리제과쪽이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정보다는 성장성을 보고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된 같습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 처음 왔을 때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었습니다. 좋은 계기가 되어 워커힐에서 힐튼으로 옮겼는데 오픈한지 7~8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위기는 아직 서먹서먹했었죠. 이후에 한해 두해 시간이 흐르면서 호텔의 히스토리가 쌓이다 보니 분위기도 정이 넘치게 되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되어 갔습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아시다시피 오래된 손님이 많고 베테랑 호텔리어들이 많은 호텔입니다.

제과 쪽을 들여다보면, 최근에는 신메뉴들을 개발하는 등 젊은 층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변화에 따라 세프가 직접 시연을 하는 등 다양한 구상으로 젊은 사람들도 올 수 있게끔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예전에 컨벤션 센터가 국내 유일의 국제 회의장이던 시절에 대통령이 오시는 조찬모임 등도 어렵지 않게 준비했었고 콘서트 등 대형행사를 치르고 할 때도 너무 좋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요리대회에 나가서 대상도 타기도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곳은, 개인적으로 한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안에서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곳이죠. 호텔 조리쪽도 앞으로는 희망이 있고 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새 모습도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새로운 임원진분들의 생각도 F&B 부문을 더욱 업시켜서 호텔을 살려나가고 싶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래된 호텔인 만큼 시설투자의 중요성도 알고 계십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서 인원 보충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반영해서 개선해 나간다면 발전성 있는 호텔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자부심을 가지고 정년퇴직까지 롱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