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오사카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던 터라 여정에 뚜렷한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으나 유일하게 고민을 했던 부분이라면 어떤 숙소에서 머무를지 였다.

작년 11월경 호텔아비아를 통해서 메리어트 계열의 목시 호텔이 오픈했음을 알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목시 호텔을 가기로 결정했다. 목시 오사카 혼마치가 위치해 있는 혼마치 지역은 빌딩 밀집 지역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볼 수 없는 스케일의 호텔이라는 점과 일본에서도 도쿄와 오사카뿐이라는 점이 구미를 당겼다. 사카이스지 혼마치역에 내려 도보로 7~8분 정도 걸어 오르면 큰 길 안쪽으로 바로 보이는 목시 오사카 혼마치. 멀리서 호텔을 바라보면 주변 건물에 둘러싸여있어 호텔인지 아닌지 사실상 구분이 어려웠을 정도인데 가까이 다가가니 핑크빛으로 진하게 물들어있는 “MOXY”라는 글씨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넓은 로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카페나 라운지를 들어온 기분이 드는데 그런 점이 목시 호텔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아닐까 싶다. 낮에도 호텔 투숙객뿐만 아니라 지나다니면서 차한잔 하거나 모임 장소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으로 들어서서 체크인 카운터를 찾아보지만 목시 호텔에서는 과감하게 체크인 카운터는 물론 컨시어지도 삭제돼 있다. 유일하게 있는 공간이라면 주문을 위한 주문계산대 뿐. 바로 이 곳에서 호텔의 모든 응대가 이루어진다. 모든 역할이 이 곳에 집중되어 있기에 사면이 모두 개방된 형태이고 모든 직원들이 사방을 바라보면서 즉각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듯 했다. 간단한 신분확인을 한 뒤, 일반적인 체크인 과정을 끝으로 객실로 얼른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체크인 과정이 길었다. 우선 이정도 스케일의 호텔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웰컴 드링크로 체크인을 시작. 이름을 묻기도 전에 먼저 어떤 음료를 마실건지를 묻는 질문에 서둘러 달려온 내 몸이 조금씩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우리에게 익숙한 체크인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고 꽤나 길게 설명이 쓰여진 설명서도 함께 제공됐다. 그렇게 설명이 조금 길었던 이유는 객실에 냉장고, 금고, 가운, 슬리퍼 같은 구성이 모두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과감하게 덜어낸 것들이 모두 체크인을 하면서 미리 요청하거나 1층에서 공용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처음 목시 호텔을 찾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긴 설명에 지치거나 너무 빠져버린 객실 구성에 아쉬움과 불편함을 토로할 수 있겠으나 실제로 이런 부분에 적응하고 나면 의외로 불편함보다는 목시의 독특함과 유니크함으로 승화되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유일무이한 목시 체험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그런 긴 설명 속에서도 내가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직원이 재빠르게 가져다 준 웰컴 드링크도 한 몫 했다. 카드키와 함께 가운, 슬리퍼를 받고 나서 일단 1층에서 드링크를 마시며 좀 더 여유를 찾기로 했다. 워낙 라운지처럼 잘 꾸며놔서 둘러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아예 놀 수 있게 이것저것 잘 차려 놓았다. 다트, 테이블 축구, 젠가 등의 놀거리들이 라운지 테이블 사이사이에 있어 누구든지 즐길 수 있게 꾸며놓았다. 객실에 과감하게 냉장고와 금고를 없앤 뒤 1층에 따로 락커 공간을 꾸며 놓았고 냉장고를 빼고 1층에 정수기, 전자레인지, 그리고 라면같은 간단한 스낵을 24시간 동안 판매하고 있다. 로비 라운지를 살펴보자면 마치 알로프트의 컬러감에 호텔카푸치노의 편안함이 더해져 있고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면 핸드픽트호텔의 분위기와도 사뭇 닮은 듯하다. 이것저것 섞여 있다고 내가 느끼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목시 호텔이 이미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분위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책들이 진열된 것은 참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더 취향에 맞아 떨어진 것은 책과 함께 음반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편안한 분위기와 인테리어 속에서 음악을 놓치지 않는 면이 이 호텔이 1층에서부터 기대되었던 부분이었다. 2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라운지 공간은 코인 세탁기 그리고 Gym까지 연결되는 흐름을 갖는다. 2층 벽면에 큼직하게 보이는 #ATTHEMOXY 해시태그는 이 호텔이 얼마나 트렌디함을 놓치지 않고 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많은 것을 덜어내는 과감함이 멋진 호텔이라는 첫인상, 그 임프레션을 완성시키는 것은 테이블위에 적힌 “Self Service is The Best Service”라는 목시 호텔의 생각이다. 객실에 오르기 전에 이미 나는 부족함에 불평하지 않고 내 스스로 찾고자 하는 적극성을 띄고 #ATTHEMOXY에 심취해 버린 것 같았다.

객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되는 위치등이 또 시선을 빼앗는다. 예스러우면서도 호텔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도 개방된 형태라서 오르는 동안 혼마치 지역을 잠시 내려다보기도 했다. 객실 복도에 들어서는 순간, 객실 층에서는 또 1층과는 다르게 글래드 호텔같은 기분도 든다. 로비는 화려하면서도 객실에 오르면서 점차 차분해 지는 기분이랄까. 통로도 넓은 편이었고 깔끔했던 기억이다. 객실에서는 따로 다림질을 위한 공간도 배려해 놓았다. 객실에 들어서니 글래드스러움이 이어지는 듯 했다. 글래드스럽다는 부족한 표현밖에 할 수 없어 아쉽지만 어찌되었든 정갈함과 간결함이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또 벽으로 붙여 놓아 공간적으로 효율을 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객실 면적은 넓은 편이 아니기에 그런 노력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바닥은 카페트 없이 목재질감의 바닥으로 구성했고 화장실은 슬라이딩 도어로 꾸몄다. 처음 들어섰을 땐 깨닫지 못했으나 며칠 지내면서 한 가지 감탄했던 부분은 침대 바닥 부분이었다. 바닥면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처음에는 불안정한 느낌도 들었는데 좁은 객실에서 드나들 때 발이 부딪치지 않게 함으로써 불편감을 최소화하려는 배려였다. 게다가 바닥면에 엠비언트 라이트까지 꾸며놓았으니 사소함 속에 배려가 대단하다는 느낌 그 자체였다. 벽면을 보면 옷걸이, 의자, 테이블등이 걸려있고 TV도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수납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창가에 작은 여유를 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벽면에서 효율을 높인 덕분에 침대 공간은 나름 여유로웠던 편이다. 베딩도 나쁘지 않았고 침대 좌우도 여유를 배려했다. 이 좌우 공간에서도 목시의 트렌디함이 느껴지는데 110v 콘센트가 아닌 USB 충전 포트만 배치했다는 것이 놀랍다. 젊은 여행자들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제대로 들었던 순간. 침대 옆으로는 자그맣게 테이블을 꾸몄는데 그 위에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화기가 인상적이다. 그 옆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와 뒤에 세워진 스탠드 조명이 좁은 공간 속에서 작은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뒤편으로 창가를 통해서 빛이 들어오긴 하지만 실제로 개방은 할 수 없는 구조다.

호텔 외부에서 바라보면 이중으로 외부 창이 만들어져 있어 밖을 내다 볼 수 없는 구조인데 이 점이 살짝 아쉽다면 아쉬움이다. 채광의 한계를 인식했기에 작은 호텔치고는 곳곳에 조명이 꽤 많이 배치되었던 기억이다. 창가가 이 객실의 유일한 여유공간이지만 사실상 2명의 캐리어를 열어 놓으면 사실상 여유를 만끽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크지는 않지만 사소한 공간적 배려로 위안을 삼게 되는 객실이었다.

마지막으로 입구 좌측에 바로 위치한 화장실을 살펴보기로 했다. 슬라이딩 도어는 작은 호텔들이 대부분 도입하는 구성이라 크게 눈에 띠는 면은 없었으나 규모에 비해 충격방지 장치나 사용자 눈높이나 위치에 맞춰 디자인한 잠금 장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세면대와 변기의 거리가 여유롭지 않고 중간에 의자도 놓여있어 공간적으로는 뭔가 자유롭진 않았다. 일본 호텔이라 그런지 샤워부스 안에도 의자 같은 것이 놓여있어 독특함이 있었다. 수건이나 일회용품들도 깔끔하게 제공되었으나 역시나 디스펜서로 제공되는 어메니티들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날 먹었던 조식도 즐거운 경험 중 하나였는데 라멘과 우동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샐러드와 과일, 요거트를 곁들여 먹는 콘셉트였다. 일본에서의 여행에 걸맞게 라멘과 우동도 좋은 선택이었고 Self Service is The Best Service에 걸맞게 내가 알아서 정중히 차려먹는 내 아침밥상의 기억이 나쁘지 않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목시 오사카 혼마치에서 아쉬움들로 언급되었던 부분들은 역시나 공간의 한계에서 파생되는 부분이 많았다. 객실 자체의 크기, 수납 공간 등 이런저런 한계가 보이기도 했지만 일본이라서 그랬을까, 특유의 사소한 배려로 아쉬움들을 잘 달래주고 감싸주는 기분이었다. 아주 편하진 않았어도 즐거웠던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좁은 공간에서도 벽면 한 쪽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Fun Hunters ♡ MOXY”.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쫓는 여행자라면 목시 호텔에서 익숙한 것들을 덜어낸 뒤, 새로운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꽤 즐겁고 경쾌하기까지 했었던 목시 오사카 혼마치였다. 

이석민(Seokmin Lee)
블로그 KRADLE GUIDE (http://KRADLE.NET) 운영자
호텔과 여행을 사랑하는 의사,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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