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황금 개띠’의 해다. ‘무(戊)’는 노란색과 황금색을 상징한다 하여 ‘황금 개띠’다.
사회 전반에서 개와 관련된 프로모션이 쏟아지고 있지만 호텔 업계는 조용한 편이다. 개가 호텔에 투숙한다는 문제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가 투숙하는 시설은 크게 나눠 3종류다. 먼저, ‘애견 호텔’이 있다. 이 곳은 개가 혼자 투숙하는 시설이다. 견주가 여행 등의 이유로 집을 비울 때 잠시 맡겨 두는 개념으로 ‘호텔링’이라는 용어를 쓴다. 예전에는 마치 ‘사물함’을 연상시키는 작은 ‘개장’에 강아지를 가둬 놨지만 요즘은 제법 넓은 공간에 구획을 나누고 서로 다른 집에서 맡긴 개들을 풀어놓는다. ‘사회성’을 기른다는 의미를 부여하는데 가끔 관리소홀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두 번째 형태는 ‘애견 펜션’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업체들이 나온다. 사람이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장소다. 일반적인 펜션 구조를 기본으로 울타리가 쳐있는 운동장을 마련하고 개와 사람이 함께 이용 가능한 수영장을 보유한 곳들이 인기다. 강아지를 목욕 시키고 털을 말릴 수 있는 별도의 공간과 장비들도 필수다. 마치 ‘셀프세차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애견 펜션은 최근 4~5년 사이 급격하게 숫자가 늘었지만 봄, 가을 주말에는 거의 모든 펜션이 만실이다. 애견 펜션은 낮 시간에만 즐기는 ‘대실’ 상품도 운영하며 동호회 등을 직접 공략해 대규모 그룹 물량을 유치하는 등 마케팅 전략이 점차 고도화 되고 있는 추세다. 노후화된 펜션은 급격히 매출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개보수 과정을 거쳐 애견 펜션으로 업종을 바꿔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펜션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 번째 케이스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숙박 시설 일부 공간에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곳들이다. 반려동물과의 호텔 투숙은 ‘부띠끄’와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던 호텔들이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국내 호텔 업계에 등장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W서울이 시작이었다.

일종의 ‘구색 맞추기’ 형태로 애견 투숙을 허용 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사람도 불편하고 개도 불편했다는 이야기다.

‘투숙개’를 진정 배려한다면 객실 설계 단계부터 ‘개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하고 ‘개와 사람의 공존’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개가 좋아하는 환경에 대해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 개는 후각이 발달한 동물이다. 낯선 냄새가 가득한 공간에서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거나 무척 흥분하기 마련이다. 소리나 빛에 대해서도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개들도 많다. 반려견 출입을 허용해 최근 이슈에 오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가보면 개와 사람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즐거워 보이지만 함께 온 개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심지어 공포에 질려 있는 개들도 자주 보인다.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다. 낯선 공간에 적응력이 뛰어난 개들이라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개에게 안정된 환경이란 익숙한 냄새와 소리다. 자신의 냄새와 주인의 냄새가 가득한 공간이 개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집을 장시간 비울 때 많은 견주들은 집에서 입던 옷을 개에게 주고 간다. 주인 냄새가 배어있는 옷을 통해 분리불안증을 극복하라는 의미다. 애견 호텔에 개를 자주 맡기는 견주들은 투숙 전 해당 공간을 개와 함께 몇 차례 방문해서 그 공간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도 한다.

개는 자신이 주로 머무는 공간에는 배변을 하지 않는다. 자주 가지 않는 일정한 지점, 그리고 주인이 화를 내지 않는 곳에 배변을 하는 습성이 있다. 아예 집 안에서는 배변을 참는 개들도 많다. 그런 개들에게 좁은 호텔 객실은 난감한 공간이다. 특히 최근 지어진 중소형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객실들은 더 좁기 때문에 개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개가 머무는 객실은 어느 정도 크기가 확보되고 공간이 분리된 스위트룸 형태가 알맞다. 바닥이 미끄러운 소재로 되어 있는 공간은 개에게 위험하다. 발바닥에 긴 털이 있는 개들은 미끄러져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개와 함께 투숙한 견주들은 다른 투숙객과 관계에 대해서도 무척 민감하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불행한 사고는 이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인간과 개가 함께 투숙하는 객실을 운영한다면 출입을 위한 동선이 짧아야 한다. 다른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는 별도로 운영하거나 저층 객실을 배정해 비상계단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서로가 편한 방법이다.

인간이 개를 대하는 자세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인간이 가장 먼저 길들인 동물로 알려져 있고 여러 문화권에서 사람과 떼놓을 수 없는 ‘친구’라고 말하다가도 ‘비하’나 ‘혐오’ 뜻으로 쓰기도 한다. ‘강아지 같다’는 귀엽다는 뜻이지만 ‘개의 새끼 같다’는 욕이다. ‘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욕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에서 발견된다. 반려동물의 법적, 사회적 지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는 개다. 개는 남긴 음식을 먹고 추운 바깥이나 딱딱한 바닥에서 자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은 아직도 뿌리 깊다.

두 사람이 호텔에 투숙할 경우 숙박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둘 중 한 명이 돈을 내기 마련인데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돈을 낸 사람이나 동반객이나 똑같이 적용된다. ‘투숙객’으로 동일한 지위를 누리며 다 같은 ‘고객님’이다. 반면, ‘투숙개’들은 ‘고객님’이 아닌 ‘고객님의 재산’으로 인식된다. 법적으로 따져도 그렇고 심리적인 인식도 그렇다. 아니, 어찌 보면 자동차보다 대접을 받지 못한다. 자동차는 ‘발렛 파킹’이라는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개를 핸들링 해주는 서비스는 아직 호텔업계에 없다.

‘투숙개’들이 ‘투숙객’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호텔리어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개와 함께 투숙할 수 있다는 것이 ‘투숙객’에 대한 베네핏이고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한계점을 넘어 ‘투숙개’ 역시 호텔의 고객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위한 호스피탈리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PS. 개가 호텔리어 역할을 하는 호텔도 있다. 로즈우드 호텔 런던 로비에는 ‘펄’이라는 이름의 골든 리트리버가 상주한다. 이 개는 꼬리를 흔들며 손님을 환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투숙객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하고 아무 곳에나 널브러져 잠을 자기도 한다. 연박을 하는 손님들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커다란 개의 환대를 받게 된다. 투숙일이 길어질수록 개와 인간의 관계는 점점 돈독해진다. 관계가 돈독해지면 그 관계는 역전된다. 개가 사람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별 짓을 다하게 되기 마련이다.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