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ing Makes No Difference to Sleeping Giants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한 중국인 사업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적인 명문 경영 대학원의 관점과 선도적인 글로벌 컨설팅 펌의 견해를 종합해볼 때, 서구 기업들은 다가오는 위기를 여전히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 물론 직면한 재앙을 어렴풋이 예견한 서구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다가올 사태를 인지했던 기업들은 결국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상황 파악이 끝난 뒤에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깨달아 얻은 지식은 무용지물이 된다. 무가치한 지식의 좋은 예는 재직 중 승진을 위해 MBA 학위를 취득한 직원의 케이스이다. 제 아무리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더라도 학위 취득 후의 업무 성과가 이전과 다를 게 없다면 기업이 얻는 유형가치는 결국 제로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로서 우리는 경력 초반에 만든 이른바 성공의 공식을 매사에 대입하곤 한다. 호텔 경영에 있어 성공의 공식이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며 세부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함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영 관리 방식은 효율적인 업무 처리는 물론, 성과 인정에 따른 승진 기회까지 보장하며 장차 한 회사를 지탱하는 중역의 자리에 이르는 성공의 사다리가 될 것이다.

오늘날 호텔업의 계층 구조 및 업무 방식은 이전의 것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호텔 지배인들의 업무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내부 인사들과의 업무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파트너, 호텔 오너, 거래사 및 경쟁사 등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까지 범위가 넓혀졌다. 한편 잘못된 리더십을 갖춘 리더의 경우 직장 동료 및 동업자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며 협력보다는 대립 구조를 마주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호텔 오너와 오퍼레이터의 관계에 있어서는 둘 중 한 쪽의 선을 넘는 행동이나 언사가 곧 공격적인 태도나 조롱으로 이어져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권위적인 계층 구조란 어느 회사에나 존재한다. 그러한 구조 하에서는 어떠한 변화나 혁신도 기대하기 힘들 뿐더러 새롭고 젊은 임원진일지라도 참신한 전략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현 아코르 호텔 CEO인 세바스티앙 바쟁(Sebastien Bazin)은 이러한 업계 동향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바쟁은 2016년 아시아 태평양 호텔 투자 컨퍼런스(HICAP; Hotel Investment Conference Asia Pacific)의 기조 연설자였으며, 4,100개 지역에 240,000명 이상의 호텔리어들로 구성된 기업에서 자신이 맡은 일이 ‘잠자는 거인’을 깨우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쟁의 연설 및 그 내용은 유튜브에 게시된 10분 가량의 동영상 클립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Corporate Giants Move Slowly
천천히 움직이는 거인들
하버드 출신의 사회학자 로자베스 모스 칸터(Rosabeth Moss Kanter)는 자신의 저서 <거인이 춤을 배울 때 When Giants Learn to Dance>를 통해 이른바 메가 기업들의 환경을 분석했다. 칸터는 1989년에도 이미 거대 기업들을 “거인”으로 칭하며 그들이 갖춘 관료 구조를 버리고 보다 빠르고 목표 중심적이며 우호적이고 유연한 비즈니스 플랜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아코르 호텔 CEO 세바스티앙 바쟁(Sebastien Bazin)

약 30년 후 세바스티앙 바쟁은 칸터의 표현을 인용하여 호텔업계의 거인들은 춤을 배우기는 커녕 여전히 잠들어있다고 말하는 한편 시대적인 흐름에 맞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바쟁은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즉 평균 수요 5%, 공급 증가율 2%를 기록하던 일부 글로벌 호텔사들이 서로 경쟁하던 시기를 아우르는 관점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밀레니엄인 2000년까지 호텔 업계 전반에 흐르던 음악은 거듭 변주되어왔다. 먼저 디지털 분야의 혁신 기업과 OTA(온라인 여행사)들은 호텔 산업의 일부를 타깃화했다. 그 뒤를 이어서는 트립 어드바이저와 같이 타 서치 엔진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메타서치 기업들이 나타났으며 에어비앤비와 같이 수요와 공급간의 차이를 효율적으로 줄이고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변주가 이어졌다.

온라인 혁신 기업들의 경우 호텔업계 지분의 약 25%를 차지하며 기록적인 점유율을 드러내었으며, 바쟁은 이들의 호텔 시장 점유율은 5~7년 내에 45%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호텔들이 여전히 건재한 현재 이같은 신흥 기업들이 성장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건재한 호텔사들 중 신흥 기업들의 성장을 인지한 기업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일까? 바쟁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대부분의 신흥 기업 설립자들의 연령은 35세 미만이다.

* 신흥 기업 설립자들은 기존의 거대 호텔들이 가진 역사이자 속박의 제한 없이 무의 단계에서 시작했다.

* 신흥 기업 설립자들은 보다 나은 최신의 기술을 활용했으며 다양한 정보자원에 투자했다.

* 신흥 기업 설립자들은 작은 규모에서의 성장 대신 글로벌 시장을 즉각 겨냥했다.

* 신흥 기업의 조직 구조는 수평적이며 기존 호텔사들이 구축한 피라미드 형태의 계층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 신흥 기업 설립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통해 고객 점유율을 유지했으며 주 단위, 혹은 일 단위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서포트를 가능하게 했으며 투숙객에게 초점을 맞춘 브랜드 중심, 상품 중심의 호텔 이미지를 구축했다.

Knowing Change is Needed - and Doing it
변화를 인지하는 즉시 실천하라
바쟁이 CEO로 있는 아코르 호텔 그룹은 현재 호텔 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인지했으며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코르는 최근 25~30년 경력을 지닌 우수한 재원들을 모아 쉐도우 이사회를 구성했다. 아코르의 쉐도우 이사회는 기존의 이사회와 동일한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지며 아코르를 대변하는 의사 결정은 쉐도우 이사회의 리뷰를 거쳐 만들어지게 된다.

바쟁은 호텔 업계에 일어난 신흥 기업의 강세와 관련하여 현 사태를 뒤집을 수 있는 돌파구는 바로 신선한 피라는 것을 강조했다. 고인 물에서는 드라마틱한 쇄신을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구조와 문화에 잘 스며들어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며, 그렇게 배치된 매니저들은 곧 안정권에 안주하며 완만하게 성장하게 되며 종래에는 안이한 수준의 성과를 내며 현재의 상태를 겨우 유지하고는 한다.

현 사태를 타개할 드라마틱한 변화는 신흥 기업의 손에 국한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호텔사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까? 기설립된 기업들의 매출이 증감하는 원인은 각각 무엇일까? 오늘날 대다수의 거점 기업들은 직면한 위기에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을 취득하는 기업의 경우 소유권 변경에 따라 일종의 변화를 꾀하지만 이는 사실 새로운 모기업의 기업 문화에 손발을 맞추어 나아가기 위한 것일 뿐이다.

You Can Change Your Name - or Change the Game
이름을 바꾸거나 판도를 바꾸거나
오너를 바꾸는 복잡한 절차 없이도 얼마든지 기업 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거대하고 큰 규모의 기업 문화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언급된 바와 같이 기업 문화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업적, 성과에 대한 집단적인 추앙 및 시대착오적인 관례, 장차 혁신과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강박적인 태도 등은 과감히 버려야할 것이다. 기업의 변화란 결국 전 직원의 변화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궁극적인 변화에 있어 필요한 것은 ‘결단력’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개개인으로 구성된 기업의 새로운 운영 전략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을 뒷받침하는 사고의 전환이 없다면 비즈니스 플랜은 결국 기존 기업문화의 제한을 받게 되며 나아가 치열한 오늘날의 시장에서도 경쟁사에게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위치에 있는 대다수의 경영진들은 그들만의 성공 공식을 통해 오늘날의 자리까지 다다랐기 때문에 쉽게 변화를 꾀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치에서 새로운 개념을 탐구하고 이해하기보다는 그를 부정하고 위상을 낮추며 혹은 그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태도는 반드시 주의해야할 것이다.

기존 구성원을 유지하되 기업이 새로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는 계획, 전략을 세웠다면 경영 철학자, 피터 드러커(Perter Drucker)의 다음 조언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전략은 문화에게는 게임도 안된다.”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기껏 깨운 거인은 다시 눈을 비비며 잠을 청할 준비를 할 테니 말이다.

Mark Keith
Mark Keith is Managing Director of HVS Executive Search in Hong Kong and oversees search assignments throughout the Asian region where Mark has lived since 1982. His early hotel experiences included London, Nigeria, Iran, Lesotho, Switzerland and the United Arab Emirates; and he has held senior executive appointments with Hilton International, Mandarin Oriental Hotel Group, Holiday Inn Worldwide and the Peninsula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