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 > Column
[HotelReal] 풍요속에 빈곤하新, 새호텔
전경우  |  eee0eee@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5.15  14:52:23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새호텔은 새엄마 같다. 새옷, 새해, 새차, 새집, 새여친, 새장가 등등 온갖 새것은 대게 설레고 좋지만 새엄마는 조금 다르다. 아무리 젊고 예뻐도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직업상 새로 지어진 호텔에 가볼 일이 많은데 좋아 보이지만 왠지 불편하다. 새엄마 품에 안긴 느낌 같아서다.

요즘 부쩍 새로 지어지는 호텔이 늘었다. 자고 나면 하나씩 생기는 느낌이다. 이렇게 많은 새 호텔이 우리 곁에 등장했던 시기가 있을까? 비슷한 시기는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다. 올림픽 전후로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잠실 롯데호텔월드가 생겼고 이후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리츠칼튼 서울 등 강남 호텔 시대가 열렸다. 그 이후 등장해 관심을 받은 호텔은 W 서울 워커힐, 파크 하얏트 서울 등이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특급호텔 위주의 성장이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제2차 지각변동’으로 불릴 만큼 서울의 호텔 지형도는 크게 요동쳤다. 쉐라톤 배지가 달린 호텔이 증식을 시작하더니 JW 메리어트는 서울에 두 곳이 됐다. 포시즌스가 서울에 들어섰고 이비스 계열 호텔이 수도 없이 생겨났다. 아코르 앰배서더는 올해도 용산에 4개의 호텔을 추가로 오픈한다. 잠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는 롯데의 새호텔 시그니엘이 오픈하고, 영종도에는 파라다이스의 새 호텔이 문을 연다. 쌍팔년도 상황과 다른점이 있다면 카테고리가 더 다양해졌고 각 레벨별로 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콤팩트한 규모 호텔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서울 어디를 가도 이른바 ‘비즈니스 호텔’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로컬인 롯데시티호텔, 신라스테이나 글로벌 체인 호텔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이비스 스타일, 홀리데이 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등 어디를 둘러봐도 호텔 간판이 보이는데, 조금 더 지나면 십자가보다 많아질지도 모른다. 카푸치노, L7, 핸드픽트 호텔, 알로프트, 글래드 라이브 등등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호텔들도 무섭게 늘어난다. L7은 올해 역삼동 호텔 오픈을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홍대에 L7이 문을 연다. 하얏트의 따끈한 브랜드 안다즈도 압구정역 부근에서 공사를 시작한지 오래다. 다 써놓고 보니 ‘김수아무거북이와두루미……’느낌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호텔덕후’에게 호텔이 많아졌다는 것은 축복 같지만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은 ‘결핍’이다. 풍족한데 결핍을 느낀다고 말하면 ‘뭔 배부른 소리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요즘 느끼는 감정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핍’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분야가 ‘음악’이나 ‘영화’, ‘책’같은 문화상품들이다. 예전에는 가수가 몇 없었다. 90년대 가요 황금기로 돌아가 보자. 이승철, 신승훈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김건모가 앨범을 팔아 돈을 쓸어 담고 서태지가 데뷔하던 그 무렵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 날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앨범’을 씹어 삼켰기 때문에 이 무렵 노래들은 가사를 줄줄 외운다. 노래방 가서 화면을 볼 필요가 없다. 그 이후 CD 시대가 되며 음악을 듣는 패턴은 바뀌기 시작한다. 동물원이 부른 노래처럼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변해 가기 시작했다. ‘타이틀곡’ 위주로 듣는 시대가 되면서 히트곡 이외의 노래들은 ‘쯔끼다시’ 신세가 되고 만다. 디지털 시대는 더 심하다. 아예 앨범이 사라진 디지털 싱글 형태다. 본격적인 ‘편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요즘 뜨는 노래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고 그냥 흘려버린다. 가사는 당연히 외우지 못한다. 뮤지션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덜하다. 소비하고 소비 하고 또 소비할 뿐이다. 그러면서 또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과거로의 회귀 본능’이다. 예전보다 더 다듬어진 실력과 빼어난 비주얼을 갖춘 뮤지션이 아무리 쏟아져 나와도 우리는 여전히 90년대를 추억하며 그 시대의 노래를 듣는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당시 가수와 요즘 잘나가는 가수들이 함께 부르는 듀엣 버전을 듣는다. 오늘 아침에도 스마트 폰으로 스트리밍 뮤직을 뒤적거리다가 결국 김광석을 골랐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썼다.

신발장을 열어볼 때도 ‘결핍’에 대한 기분은 비슷하다. 어릴 적 내 신발은 두 켤레 아니면 세 켤레가 전부였다. 그 중에서도 주력이 있었고 서브가 있었다. 주력이었던 신발은 이내 닳아져 수명을 다했다. 그 신발이 버려지던 날은 항상 오랜 친구가 떠나간 듯 슬펐다. 마흔이 넘은 지금 내가 가진 신발은 열 켤레가 넘는다. 정확히 신발장 안에 몇 켤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잘 신지 않는 신발이 더 많기 마련인데, 공간이 부족하면 퇴출된다. 멀쩡하지만 역시 필요 없다 생각 되면 미련 없이 버린다. 옷장 속사정도 비슷하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아서, 마음을 둘 곳이 없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이 도시에 호텔이 몇 개 없던 시절에는 호텔마다 내 인생에서 중요했던 시간들을 새겨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너무 호텔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호텔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또 어느새 더 럭셔리하고 힙한 호텔이 문을 연다. 흥하고 망하는 주기가 급격히 빨라지는 느낌이다. 위치 편하고 목적과 예산에 맞는 곳 골라 예약하고 이용하면 그만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호텔 덕후’에게 호텔은 그런 공간이 아니다. 애정을 갖고 꾸준히 지켜보는 존재다. 호텔은 하드웨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일종의 유기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익숙한 호텔만 편애하면 결국 ‘꼰대’ 소리만 듣게 되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새호텔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은 고객 입장에서도 당황스럽지만 호텔리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수요가 커진 것은 아닌데 공급이 급격히 늘어났으니 처우 개선은 요원하다. 브랜드 밸류와 연봉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결국은 끊임없이 이직을 해서 연봉과 직급을 조금씩 높이는 ‘호텔 유목민’으로 살아갈 각오를 해야 버틸 수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로열티를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체질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금사빠’로 거듭나 새로운 브랜드를 순식간에 제 것으로 만들 줄 아는 호텔리어가 결국 끝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HotelAviaOpenMediaContact Us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4522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117, 동아빌딩 11층 1179호  |  대표전화 : 02)3297-7607  |  팩스 : 02)6008-7353
오픈미디어  |   사업자등록번호 : 210-13-42325  |  대표 : 마은주
호텔아비아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중 라00701  |  대표ㆍ편집인 : 장진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진수
Copyright © 2020 호텔아비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