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된지 한 달이 지났다. 별을 받은 레스토랑에 대한 이슈가 쏟아졌다. 그러나 미쉐린가이드 서울편 뒤에 포함된 호텔리스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레스토랑 평가처럼 명확한 가이드도 없고 평가기준도 없다. 단순히 안락함의 정도를 다섯 가지로, 빨간 색은 ‘특별한 경험’으로 나타낸 호텔 리스트. 과연 문제가 없을까? 미쉐린가이드 평가원처럼 '호텔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익명으로' 좌담회를 이끌어보았다.

평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A_ 두서가 없다는 느낌이다. 호텔 담당자들도 몰랐다. 그게 뭐냐고 묻더라. 평가단이 호텔을 다니고 자료를 요청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노출될지 예상 못했다. 미쉐린가이드 평가원들이 1년에 140박 넘게 숙박한다고 했는데 발간된 내용을 보면 세심하지가 않다. 호텔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소개 내용을 ‘복사하기 붙여넣기’했다. 호텔명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호텔 평가가 이러다보니 레스토랑에 가서 직접 먹어보기는 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B_ 총 34개 호텔이 ‘안락함’ 기준에 리스트업이 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명단을 작성했는지 모르겠다. 추론을 한 것이, 기본 데이터는 도시로 순위를 나누는 트립어드바이저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렇다면 몇몇 누락된 특급호텔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JW 메리어트 서울, 밀레니엄 서울힐튼, 그랜드 힐튼 서울, 리츠칼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롯데호텔월드,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등의 누락은 놀랍고 솔라리아 니시테츠, 신라스테이 등의 등재는 의문이다.

C_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기준 중 안락함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 픽토그램은 포크와 나이프인데 호텔은 파빌리온을 사용했다. 호텔은 레스토랑처럼 세분화된 평가 기준이 없다. 도대체 안락함은 무엇인가. 이중 빨간색 픽토그램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하는데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용에 특별한 경험이 무언지 기술되어 있어야 하지 않은가.

D_ 초반에는 한국판에만 호텔이 포함되어 있어서 최근 국가 예산 4억 원이 미쉐린가이드에 투입된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재단에서 2억 원, 한국관광공사에서 2억 원인데 이 한국관광공사의 입김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미쉐린가이드 싱가포르 2016'에 호텔이 39개 등재가 되었고 도쿄 등 일본편에는 료칸도 있는 걸 보니 그런 의혹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홍콩 등을 보면 호텔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책의 볼륨 문제인 것인지 호텔이 포함된 걸 이해할 수 없다. 그 만큼 레스토랑도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뜻 같다.

E_ 평가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업계에 돈이 돌기 때문이다. 만약 호텔아비아가 창간 몇 주년 기념으로 호텔 순위를 매긴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세세하게 평가기준도 만들어야 하고 그 이유에 대해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혹여 개인적 취향으로 누가 납득하지 못할지라도 근거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북 안에 호텔에 대한 설명은 그런 내용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수혜를 본 호텔과 피해를 본 호텔은
A_ 일반적인 사람들이 평가 기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가매체에 대한 단순 맹신으로 이를 받아들일 경우 리스트업된 호텔은 수혜를 볼 것이다. JW 메리어트 서울은 JW 메리어트 동대문이 있는데 자신들이 없어 당황했을 거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경우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신라호텔이 5등급인데 자신들이 4등급을 받았다는데 충격이지 않을까. 더 안타까운 건 리스트에 있어도 3등급을 받은 ‘더 플라자’다. 어느새 3등급의 호텔과 같은 호텔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그 이유도 모른다.

B_ 수혜를 본건 범 ‘신라’. 라연은 3스타를 받았고 호텔도 5등급을 받았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5등급 레드인데, 신라호텔이 이 ‘특별한 경험’까지 선정되었다면 아주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했을 것이다. 여기에 신라스테일 두 군데도 포함됐다. 광화문과 마포인데 다른 프로퍼티가 포함이 안 된 건 또 이해가 안 된다.

C_ 수혜는 모르겠고 호텔업계 자체가 피해자다. 미쉐린가이드 발간으로 다들 레스토랑에 집중했지, 호텔이 나오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책이 발간된 이후에도 이슈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평가가 합리적이지도 않다. 호텔 관련 협회나 단체가 출판금지가처분을 신청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평소 성실히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 예고 없던 시험에 성적을 망친 기분이 들 것이다.

D_ 평가원들이 갑작스레 호텔을 찾아와 인스펙션을 요구했다고 들었다. 특급호텔은 홍보담당자 등이 응대를 하고 호텔에 관련된 자료를 보내달란 요구를 받았다. 그런데 그 자료들이 책에 그대로 쓰였다. 숙박하지도 않고 평가를 했다는 심증이 강하다. 명동일대의 비즈니스 호텔은 홍보담당자가 없다. 그러다보니 프런트 등에 연락이 오면 세일즈 담당자가 나가서 응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바쁜 시기에 검증도 안 된 이들에게 인스펙션을 시켜줄 수 없는 노릇이다. 객실이 만실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미리 언급도 안 하고 불쑥 찾아와 다짜고짜 인스펙션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요구를 거절한 호텔은 하나도 리스트에 올라오지 않았다. 우연히 시간이 맞아 인스펙션을 해준 호텔들은 리스트업이 되었다. 호텔업계 나름의 벨류 구분이 있는데 이중 인스펙션이 된 호텔만 올라가고 인스펙션이 안된 호텔이 안 올라갔다는 건 말이 되나. 정말 호텔을 평가하려면 다음 약속을 잡거나 직접 투숙을 해야 하지 않나.

E_ 몇몇 호텔을 통해 평가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리스트를 보면 일관되게 여성적인 취향이라는 게 반영이 된다. 클래식하고 남성적인 호텔들은 리스트에서 평가가 낮거나 아예 기재조차 되지 않았다. 호텔 담당자들은 대표에게 이유도 모른 채 변명을 해야하는 처지다.

브랜드 분포에도 문제가 많다
A_ 스타우드가 압도적이다. 앞서 언급된 여성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인가도 싶다. 스타우드는 8개 호텔 중 8개 모두가 리스트업이 됐다. 힐튼도 콘래드만 올라갔다.

B_ 메리어트는 코트야드 브랜드가 전멸, 신라스테이나 포포인츠, 롯데시티, 페이토 등이 올라온 것에 비하면 이해가 안 된다. 뭐 메리어트 최대 피해는 JW 메리어트 서울이겠지만. 하얏트는 2곳 모두 리스트에 올랐다.

C_ 아코르가 이비스 브랜드의 진출로 서울에 많은 호텔을 가지고 있지만 그랜드 ‘앰버서더’ 서울 하나만 게재가 됐다. 미쉐린가이드가 프랑스계라 호의적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지만 골든튤립이 들어간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D_ 솔라리아나 도미 인 등 일본계 호텔에 우호적인 부분도 보인다.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호텔 순위와 차이점이 있다면
E_ 트립어드바이저는 투숙객의 리뷰로 완성되는 평가 시스템이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방식이다. 미쉐린가이드는 익명의 잘 ‘교육된’ 평가원이 손님의 마음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방식이다.

실제 현장에서 영향을 끼칠까
A_ 외국인에게는 호텔을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호텔 입장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은 곳은 세일즈에 적극 활용할 것이다. 해외호텔 경험을 비추어보면 고객 중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을 접대 등의 이유로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1년간 호텔업계는 이 폭력적인 리스트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선 당장은 레스토랑이 선정되지 않은 것에 가슴 아프겠지만.

B_ 가장 좋은 건 ‘미쉐린가이드 서울 2018’에 호텔리스트가 삭제되는 것이다. 미쉐린가이드가 갑자기 서울 편을 낸 것도 의문이다. 미식이 발전한 것도 아니고, 스타 셰프 때문이라면 그들 중 누구도 별을 받지 못했기에 말이 되지 않는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모든 일들이 의심을 사고 있다. 그 중 하나의 사업이지 않을까. 물론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모두 훌륭한 레스토랑이다. 다만 외적인 잡음이 많은 건 공정성을 해하는 부분이다. 특히, 호텔리스트는 공정성을 의심하기 좋은 상태다.

C_ 미쉐린가이드는 한 타이어업체에서 발간하는 가이드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순위를 대중에게 탁 던져준다. 여기에서 논쟁이 생긴다. 이런 논쟁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미쉐린가이드의 권위가 높아지는 기분이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없었으면 좋겠다.